[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취득세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강력 반대해온 송영길 인천시장과 민주당이 어제(12일) 정부와 취득세 인하에 덜컥 합의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과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간담회를 열어 취득세를 2011년에 한해 한시적으로 50% 인하키로 했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고 정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해 이를 인수해 내년 일반회계 예산에 원금과 이자를 반영토록 하는 방안이다. 10일 한나라당과 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민주당이 수용한 셈이다. 이밖에도 취득세 인하로 우려되는 지방재정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지방재정 건전성 태스크포스(TF)’를 조만간 구성키로 했다는 것이다.

송시장과 민주당은 정부의 취득세 인하정책 발표 이 후 ‘취득세 인하는 지방재정 파탄을 초래할 뿐 아니라, 또 하나의 부자감세라’는 이유로 그동안 취득세 인하에 강력 반대해 왔다. 특히, ‘취득세 인하를 통해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다시 흔드는 것으로서 이것이 또한 대한민국 1%를 위한 신종 부자감세가 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해 왔다.

그랬던 송시장이 입장을 180도 바꿔 취득세 인하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 합의 중심에 송시장이 있었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합의 하루 전(11일) 까지만 해도 민주당최고위원과 시, 도지사간 연석회의에 참석해서 ‘정부의 취득세 인하 정책은 감세한 세수만큼 보전해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 구걸해야 하는 자치단체의 재원구조’다 라며 정부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송시장이 단 하루 만에 합의를 이끌어 내 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이 나선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언론은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문이란 전망들을 내놓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최근 인천시는 아시안게임과 관련해서 정부에 간곡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때문에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해야 하는 시로서의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란 추론이다. 당초 시는 연면적 18만7000㎡, 관람석 7만석 규모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민자 유치를 통해 건립할 계획을 수립했다. 민자 유치가 무산되면서 경기장 건설은 꼬이기 시작했다.

시는 주경기장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비롯해 총 사업비의 30%를 정부가 보조해줄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여기에 경기 종목 추가, 경기장 시설 변경, 선수 및 미디어 촌 시설 변경 등이 추가되면서 시는 사업변경 계획을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문제는 국고 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의 경우 계획이 변경되면 해당 사업에 대해 6개월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에 승인은 지연되고 있고, 주경기장 착공 등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조건을 원칙대로 지킬 경우 대회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 시는 3월 중 사업계획 변경 부분에 대한 재정부의 타당성 재조사를 거쳐 5월 중 문체부의 승인을 받고 문화재 발굴조사용역도 5월까지 마무리해 주경기장 건설을 착공한다는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획에 따르면 37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4년 6~7월경에 경기장을 완공할 수 있고 9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 일정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다. 이처럼 빡빡한 일정 속에서 6개월의 타당성 조사 기간 추가는 아시안게임 전체 개최 일정 변경을 초래할 수 있는 주요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이 와중에 시는 촉박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정부의 승인이 나기도 전인 지난달 주경기장 건설 입찰을 진행하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다. 정작 승인권자인 재정부는 이 같은 시의 요청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시를 애태우고 있고, 따라서 단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송시장의 속사정은 2014아시안게임의 원활한 추진이 아니었을까?

그간의 언론보도를 보면 기획재정부가 아시안게임이 ‘국가적 행사라는 점을 십분 이해’하고 있고, 시의 요청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고가 투입되는 만큼 사업계획 변경이 타당한지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필자는 필시 이번 합의의 배경에 현안 2014아시안게임이 있었다는 것을 추론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성급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간과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 있었다. 어제 송시장과 민주당, 정부의 합의 내용이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다. 그리고 시 간부공무원은 오늘자 언론 기고글에서 “취득세 인하정책, 그 막전막후”라는 제목에서 합의문을 이끌어낸 시장을 극찬하면서 “인천으로서는 대행스런 결론” 이라고 단정했다. 정말 그럴까. 지방채를 발행할 조건이 안 되는 기초자치단체를 생각해 봤는지. 사실상 지방채 승인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 권한을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따져볼 일이다.

이 뿐이랴. 필자는 지난 2006년 취득세 인하 정책에 대한 정부의 약속 불이행을 여기서 다시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번 정부 합의에 이런 부분을 알고 합의(기재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중 올해 지방채 인수에 책정된 예산은 3천억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했는지, 담당공무원은 시장에게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조언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취득세 감세 2조~2조4천억 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공자기금은 1994년 만들어진 기금이다. 공자기금에서 지방채를 인수한 규모는 2008년 6,000억 원에서 2009년 4조 35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세계적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의 조기집행을 독려했고 이 과정에서 지방에서 발행한 채권을 공자기금이 대부분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엔 6000억 원이 지방채 인수에 할당됐으나 실제 집행 규모는 5,729억원에 불과했다. 2006년 약속도 지키지 못한 정부, 올해 예산 3,000억 원, 과연 이번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지, 내년 본예산에 이자와 원금을 반영해 준다는 약속, 불과 몇 달 후면 정부의 속내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