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으로 5년간 국민 속인 죗값, 어떻게 치르나

 <조선일보> 2013년 1월 9일 1면.
ⓒ 조선일보

 


감사원이 파헤친 4대강… 이런 엉터리가 없다
감사원 4대강 감사 "수질목표 크게 미달"
새누리 "4대강 사업 원점부터 점검"

<조선일보>가 최근 내보낸 4대강 사업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제목이 사납거니와 기사내용도 과거와는 180도로 바뀌었다. 이명박(MB) 정권 출범 초기부터 우호적 협력관계를 보여 왔던 신문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왜 그럴까?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고 야당·시민사회·전문가 등의 줄기찬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그동안 MB정부의 대표적 토건정책인 4대강 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될 때마다 MB정부가 '사실이 아니다', '안전하다'고 우기며, 비판이나 반대활동에 대해서 '반국가적·비애국적 행위'로 매도하고, 명예훼손 행위로 고소까지 하면서 4대강 사업을 '가뭄과 홍수를 극복한 모범사례'라며 자화자찬할 때, 낯간지러운 기사들로 동조해온 신문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 비난하더니...

 <조선일보>가 2011년 10월 24일 사회면에 내보낸 4대강 관련 기획기사.
ⓒ 조선닷컴

 


그 중 2011년 10월 24일 <4대강 사업, 사실상 완료>란 사회면 기획기사에서 "'보가 홍수 키운다'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었다", "준설로 오히려 물그릇 커져 여름 폭우 버텨", "팔당댐 3배 8억㎥ 식수·농업 용수도 확보"란 소제목 등으로 정부의 4대강 사업 자화자찬에 추임새를 한껏 넣어준 것은 대표적 케이스다. 또 가뭄이 극심하던 지난해 6월 21일자 사회면에서도 "4대강 보에 모인 물 4억㎥, 전국 가뭄 농지에 콸콸콸"이란 큼지막한 제목과 기사는 타들어가는 농심을 비웃는 듯했다.

이렇듯 5년여 동안 수미일관되게 친정권 성향의 보도를 내보냈던 신문이 갑자기 등을 돌린 것을 보면 권력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어진 모양이다. 그토록 많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나란히 '4대강 예찬'을 쌍나팔처럼 불어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한 모습에서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 절로 떠오른다.

태도를 바꾼 것은 비단 이 신문만이 아니다. 다른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사의 칼럼 등 지면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론을 줄곧 펼쳐왔던 보수신문들이 최근 감사원 결과가 나오자 슬그머니 태도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돌변한 이들 보수신문의 모습은 마치 하이에나와 같다.

MB정부가 그토록 신임해왔던 감사원이 태도를 바꾸면서 역풍이 거세게 번지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코드 맞추기'식 감사로 일관해오던 감사원이 MB정권 임기 한 달여를 남기고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바른 말을 한 때문이다.

감사원은 22조 원 이상이 투입된 MB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감사원은 "설계부실로 총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악화가 우려되는 한편,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향후 과다한 유지관리 비용 소요가 예상된다"고 덧붙여 그동안 야권과 시민사회단체, 진보언론 등이 문제제기 해왔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MB정부 앵무새" 비판 받아온 감사원

2년 전만 해도 '4대강 사업의 해악성은 애써 외면하고 MB정부의 앵무새 노릇을 자처하는 것 같아 참으로 개탄스럽다'는 둥, '국민의사를 무시한 명백한 절차상 하자를 어떻게 눈감고 넘어 갈 수 있느냐'는 따가운 질책을 받았던 감사원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 보인다.

MB 퇴임을 한 달 남겨놓은 미묘한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각에선 감사원이 박근혜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총대를 메고 현 정부에 상당히 불리한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 감사'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MB정부의 핵심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불과 2년 만에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사업 얘기만 나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화자찬했던 이 대통령 심기는 지금 어떨지 궁금하다. 그토록 믿어왔던 감사원과 보수신문들이 등을 돌린데 대해 분루를 삼키고 있을까?

그러나 그보다 국민들은 5년 동안 MB정부로부터 양두구육의 흰소리를 들어온 데 대한 배신감이 더 크다. 자가당착의 논리로 22조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5년 내내 국민들을 속인 죄는 무엇으로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무겁다. MB의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대표적 흰소리를 살펴보면 허망하기 그지없다. 

허망하기 짝이 없는 MB표 '4대강 흰소리' 시리즈 8가지

 이명박 대통령(가운데 왼손 든 이)이 지난 2009년 12월 2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낙동강 둔치에서 열린 낙동강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참석했다. 홍수를 예방한다고 했지만 4대강 공사는 서울 물폭탄을 전혀 막지 못했다.
ⓒ 청와대

 


[#①] "4대강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넘쳐흐르는 강,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강,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강이 될 것"

2009년 11월 22일 영산강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사업 착공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 행복을 위한 미래 사업이 정치논리로 좌우돼선 안 된다"며 "4대강 살리기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MB는 덧붙여 말했다. 이 땐 초기여서 그런지 자신감이 철철 넘쳐흘렀다.

[#②] "4대강이 다 되고 나면 모두가 수긍할 것"

2011년 4월 16일 경북 상주 북천시민공원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 개막식에 서 한 말이다. "4대강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하시는 분도 많지만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며 "4대강이 다 되고 나면 4대강 유역에 전부 자전거길이 생긴다. 아마 금년 가을이면, 추석이 지나면 4대강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는 이어 "새로운 일은 다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가 있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안 하게 되면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③] "4대강, 200년만의 대홍수 대비 설계 덕분, 상습 침수지 피해 면할 수 있었다"

2011년 8월 8일 71차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한 말이다. MB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방재 시설의 4배에 달하는 200년 빈도로 시공한 결과 강 주변 상습 침수지역이 피해를 면할 수가 있었다"며 "앞으로 4대강처럼 기후변화 시대에 맞춘 새로운 재난 기준을 갖고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계속되고 있는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에 대한 대책을 언급하며 MB는 "이번 수해를 겪으면서 기존의 재난방재시스템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며 "국가안전 방재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안전과 방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④] "4대강이 살아나면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골고루 살아날 것"

2011년 10월 22일 경기도 여주군 한강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한 말이다. MB는 "대한민국의 4대강은 생태계를 더욱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그러한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한 생명의 강으로 돌려드리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대강이 살아나면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골고루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 지금 4대강은 어떠한가?

[#⑤] "자전거로 4대강 길 달리면 소통될 것"

2012년 4월 22일 인천 서구 아라빛섬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자전거 대축전' 및 '투르 드 코리아 2012' 개막식에서 한 말이다. 행사에 앞선 인터뷰에서 MB는 "이제 (자전거로) 생활에서부터 레저, 여가를 즐기는 이용객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특히 4대강 길을 따라서 1800㎞를 달리다 보면 마음껏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⑥] "녹조현상, 가뭄과 폭염으로 불가피...4대강과 무관"

2012년 8월 7일 북한강과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현상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과 관련, MB는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되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그러나 국민들의 걱정이 많으니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잘 관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환경단체와 야당 등이 녹조 원인으로 4대강 사업을 지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녹조와 4대강 사업은 관련이 없다"며 "이런 식의 호도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⑦] "젊을 때부터 '4대강 정비' 생각했다"

2012년 11월 9일 태국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MB는 "외국을 많이 다녀보니까 강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면서 "젊을 때 강을 정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는데 대통령이 돼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방콕 숙소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낙동강·영산강·금강 등 모두가 갈수기 때 물이 없어지고 썩은 냄새가 나 강을 한번 정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 여름 한 철 비가 70∼80%나 오는데 하천이 굴곡이 심해 물이 내려오면 30분 만에 물이 차 홍수가 나고 겨울에는 바닥을 드러낸다"면서 "태국 정부에서도 많은 분들이 왔다가 대한민국 4대강 정비를 하듯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고 자랑했다.

[#⑧] "4대강 안 했으면 한국 물난리 날 뻔"

다음 날인 10일 태국을 방문 중이던 MB는 태국의 치수사업 현장을 시찰하면서 "한국도 올해 태풍을 3번이나 맞았다"면서 "한두 달 새 3번이나 왔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안 했으면 대한민국 전체가 물난리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또 "태풍 후 4대강 사업이 이렇게 필요한 것인가 깨달은 사람이 더 많다"면서 "태풍을 3번 만나서 국토에 물난리가 났다면 면목이 없었을 텐데 그게 해결돼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을 수출하기로 작심하고 방문한 듯, 더욱 과신했다.   

아시아 최악의 습지 파괴 사례로 선정... 수공은 '빚더미'

 지난해 8월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죽은 물고기가 녹조 사이를 떠다니고 있다.
ⓒ 권우성

 


104년 만의 가뭄으로 전국이 타들어가고 있을 무렵, 나라의 대통령은 외국에서까지 4대강 예찬론을 펼치고 다닐 정도였다. 게다가 이 무렵은 4대강 사업이 아시아 최악의 습지 파괴 사례로 선정돼 세계습지네트워크(WWN)가 수여하는 '회색습지상(Gray Award)'을 받아 세계 환경단체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때다. 2012년 7월 8일 한국습지NGO네트워크는 "수상을 부끄럽게 받아들이고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해준 세계 NGO들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속으로 멍든 곳은 따로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바로 그 피해의 중심에 서 있다. 급증한 부채가 이를 말해준다. 2012년 10월 12일 수자원공사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김관영 의원(민주통합당)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공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부채 증가율이 마이너스 4.8%를 기록하는 등 부채가 줄었다.

하지만 MB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이후 부채 증가율은 541%로 작년의 경우 부채가 약 12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수공은 급격히 늘어난 부채로 인해 향후 5년간 총 2조 원, 하루에 9억 원대의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19개 건설사가 4대강 사업에서 서로 짜고 구간별로 나눠먹기를 하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6월 5일 "2009년 정부가 발주한 4대강 사업에서 15개 공구 가운데 14개 공구에 대해 입찰 담합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11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현대건설 220억 원, 대우건설 97억 원, 대림산업 225억 원, 삼성물산 104억 원, GS건설 198억 원, SK건설 179억 원, 포스코 42억 원, 현대산업개발 50억 원이다. 또 금호산업 등 8개사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을, 롯데건설 등 3개사는 경고조치를 받았다. 모두가 굴지의 건설사들이다.

4대강 책임·진상규명 망설일 이유 없다

다행히 정권 말에서야 4대강 사업이 한 편의 거대한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났다. 참담하고 허망한 일이지만 '대국민 사기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투입된  국고 22조 원만이 아니라 앞으로 3년간 추가 투입될 15조 원과 유지보수를 위해 매년 투입될 1조 원 등 들어갈 혈세가 수두룩하다.

문제는 또 있다. 부실설계로 시공된 보는 안전을 위협할 것이며, 날로 악화되는 수질은 국민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이미 변형된 강과 주변의 자연·생태계는 두고두고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4대강 책임을 묻는 것을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정권 교체기를 틈타 어물쩍 넘길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는 "보강 끝난 다음에 확인해봐서…"라며 '꼬리 자르기' 식으로 쉽게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MB정부가 모든 문제제기와 논의를 막았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사업 전체를 재조사하고 재검토해야만 한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도 눈을 더욱 크게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4대강 재앙'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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