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蓮

 

아침 창문을 열어 새벽을 마신다.

아, 저기 창가에 환한 얼굴 하나.

이 아침 낮달보다 밝은 목련 한 송이 열려 다가오는 반가움이여!

그건 숫제 늙은 가슴에 열리는 우주 한 송이 피어나는 기쁨일레.

그리운 임을 맞듯

가슴에 안겨오는 목련꽃 빛깔의 축복

내 가난의 뜨락에 목련이 피었구나.

신선하디 신선한 목숨의 빛으로-.

-랑승만 시집 <달빛 젖어 千江으로 흘러간 꽃에 관한 記憶>에서
 

 

랑승만

 

1933년 서울 출생. 1956년 <문학예술>로 등단. 시집 <억새풀의 땅>, <이 따뜻환 시간에 목련꽃 한 송이> 등 13권. 인천시 문화상, 도천문학상 수상.

 

인간이 육체의 문제를 떠나 오로지 정신세계에서 유유자적할 수만 있다면 세상만사가 이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을 것이다. 부귀와 공명이 다 부질없는 것이니 생명 다하기 전에 인생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여 사람답게 살라는 말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도 하다. 마음을 비우면 새벽 공기 한 줌에도 배가 부르고, 목련꽃 한 송이에서도 우주를 이해한다.

청춘에 잃은 육신의 자유를 시와 수행으로 극복해가는 시인의 정신이 목련꽃처럼 순백하다. 지옥에 들어가 어머니를 구했다는 목련존자의 효심이 살아온다. 어려운 형편 중에도 더 어려운 장애인들을 챙기는 시인의 정신을 아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자본주의의 탁한 물결은 너무도 도도하여 모든 것을 한꺼번에 삼켜버린다. 우주는 과학이 알아서 할 일이고 급한 것은 엽전이라는 시대적 망령으로 꿈은 아직도 수면 속에서만 꿈틀댄다.

시가 개인의 구원이나 구도의 정원에서 놀아야 하는 것이냐, 아니면 사회를 향한 적극적이고 혁명적인 갈망의 목소리여야 하느냐, 말도 많다. 탓도 많다. 답이 없는 세상에서 열심히 답을 만들어가고 있는 무리들 속에서, 오늘도 가난한 창문을 열고 정갈한 새벽바람을 들이마시며, 신비로운 목련꽃 한 송이에 감동하는, 시가 있고 시인이 있어 아직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살아있다. 우리의 꿈과 미래도 충만한 에너지로 가득하다./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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