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토마토

 

토마토즙 흘러내리는 식탁에 앉아있었어 달콤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았지 처음부터 그걸 먹으려는 의도는 없었어 여튼,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 거야 식탁에서 흘러내리는 토마토즙 기억하겠지만 첫 만남은 갓 연두를 벗어난 붉은 짭짤이 토마토 울룩불룩 포즈로 접시에 담겨 있었어 연애의 시작은 이런 거였지 붉지 않아도 붉게 터질 거라고 상상하는,

 

그래도 토마토였기 때문일 꺼야

 

토마토즙 흐르는 식탁 위로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낯선 고요가 터지는 밤이었지 식탁은 지루하게 토마토즙을 받아내고 있었거든 수많은 연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식탁에 그려진 침묵은 사각기둥이 되고 벽이 되었지 번개가 친 건 그때였어 시도 때도 없는 탱탱한 울림 적응이 안 된 내 피부는 축 늘어지고 말았어 파란 연애를 하기엔 부족한 시간,

 

짧은 문장만 남기고 시들어 가고 말았지

 

살짝 질긴 껍질을 걷어 내고 쌉싸름한 물망울들이 터지면 건강한 웃음이 시작된다는데 붉게 터지는 그게 파란 연애라고 하기엔 무언가 어설퍼 연두를 건너 붉음으로 소란스런 달빛을 맞으며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심장을 받아주기에 아직 밤이 지나지 않았지 그러저러 시간을 돌돌 말아 웅크리고 있는,

 

붉은 아마, 토마토

 

-리토피아 봄호에서

 

조연수

 

2012년 ≪포엠포엠≫으로 등단.

 

 

사랑은 본능이겠으나 연애는 어느 정도 기교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연애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랑 없는 연애란 답답한 것일 수밖에 없다. 거꾸로 본능적으로 터져 나온 사랑이라 해도 정성스러운 연애기술이 없게 되면 일찌감치 끝나버리거나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소중한 사랑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연애기술도 익혀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애기술이란 사랑을 잘 지키고 잘 기르기 위한 기술이다.

감미롭고 탐스러운 토마토를 놓고 사랑의 감정을 연애의 기술로 탐미하는 재주도 시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주이다. 시인이거나 아니거나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은 같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이것을 표현하여 현실세계로 이끌어내는 것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조연수 시인은 인천의 약간은 더디 출발한 시인이다. 그러나 충분히 젊은 시를 쓰고 있다. 시인의 나이는 작품의 나이가 따로 있다.

인간은 꿈을 먹고 산다. 그 꿈의 일정부분이 상상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은 가능한 한 파멸이나 슬픈 종말을 상상하지는 않는다. 상상한다 해도 아주 겸손을 예비하는 정도의 조금이다. 대부분은 아름답고 황홀한 미래를 상상하고 꿈꾸기 마련이다.

연두빛 토마토는 탱탱한 젊음 그 자체이다. 청춘은 잘 익은 것이 아니라 대단히 탱탱한 시절인 것이다. 맛 역시 부드럽고 달콤하기보다는 혀를 튕기는 강렬하고 이질적인 맛이다. 완벽할 정도로 붉게 익은 토마토가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보기에는 너무나 좋을 것이다. 두고 볼 수 있다면 영원히 바라보아도 좋을 만큼 탐스러운 빛깔이다. 그것이 바로 모두가 꿈꾸는 사랑 아니겠는가./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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