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공의료원 바라보는 언론의 두 시각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다룰 경남도의회 본회의가 18일 오후 열릴 예정인 가운데, 안건 상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등원을 막자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 윤성효

 


'진주의료원은 살려야 한다'
'진주의료원 사태 상생의 길 찾아야'
''최악의 충돌'인 봉쇄·강행·투쟁으론 해결 못한다'

진주의료원 폐업문제가 정치적·사회적으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지역신문의 1면과 사설 제목들에서 묻어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대통령 취임 바로 다음날인 지난 2월 2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지역의 공공의료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전국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특히 지방의료원 발전과 공공의료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국정과제로도 제시한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그런지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남지역 언론들 "진주의료원, 상생의 길 찾아야"

무엇보다 경남도민들의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아무런 절차도 없이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폐업을 발표한 때문이다. 게다가 폐업을 강행하기 위해 환자들을 강제로 퇴원시키고, 약품공급과 의료재료 공급 중단을 압박하는 반의료적·반인륜적 행태까지 벌어지고 있어 사회적 정당성을 잃은 채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서 더 큰 문제다.

진주의료원 문제를 연일 주된 의제로 다루고 있는 지역언론의 기사와 사설·논평들에서 잘 읽힌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두 달여 동안 내홍을 겪고 있는 진주의료원 사태가 가까스로 지난 19일 경남도의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극한 대치를 벌인 끝에 당장 폐업이라는 파국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 지역 언론들은 타 지역 공공 의료원들의 운영 실태를 사례로 들며 '상생의 길을 모색할 것'을 촉구하는가 하면, '최악의 충돌은 막아야 한다'며 연일 속보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역신문 사설들에서 상관조정 기능이 돋보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20일 '진주의료원 사태 상생의 길 찾아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엄청난 국민 세금이 투입된 의료원이 폐업한다면 공공의료가 결단난다는 것 외에도 허허벌판에 내버려진 의료원 건물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경남도와 여당은 강압적 자세를 버리고 이제는 적자니 폐업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 말고 보다 의료원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앞선 19일 사설 '진주의료원은 살려야 한다'란 사설에서도 진주의료원은 어떻게 해서든지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책임론을 짚었다.

타 지역 언론들, "공공의료 시스템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까" 우려

 <경남도민일보>가 최근 내보낸 진주의료원 관련 기사들.
ⓒ 경남도민일보

 


"홍 지사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도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며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대통령의 발언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폐업 강행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사설은 "홍 지사가 무슨 생각으로 지방 의료원 문제를 연일 전국적인 사태로 확산시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소문대로 진주의료원 자리에 제2도청사를 옮길 생각이라면 도민은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한 "새누리당은 상임위에서 여성 도의원들에게 폭력을 사용하고 공무원들의 협조를 얻어 조례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것만으로도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면서 "홍 지사의 턱없는 만용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마저 시험대에 오르게 됐으며, 대선 당시 4대 중증질환 의료비 지원 등 저소득층 보건복지를 장담한 정부의 약속도 의심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일보>도 지난 17일 ''최악의 충돌'인 봉쇄·강행·투쟁으론 해결 못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진주의료원의 존폐를 놓고 벌어지는 공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 다른 지역 신문과 방송들도 진주의료원 이슈를 연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대부분 지역언론들은 '대승적인 정치력 발휘'를 공통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지방의료원 위기는 비단 경남 진주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34개 지방의료원들이 겪는 문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전 지역언론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바람이 자칫 전국으로 확산돼 공공의료 시스템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국민행복시대' '100% 국민대통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새 정권 출범 2개월여 만에 공공병원 강제폐업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실망이 크다. 이처럼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이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언론들의 보도태도와 관심도는 어떨지 궁금하다.

<경향신문>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 의회, 폭거 멈춰라"

 <경향신문> 15일 사설.
ⓒ 경향신문

 


크게 두 부류다. 진보언론들은 경남도의 폐업 방침 철회와 정부·여당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쪽에 비중을 두며 적극적인 상관조정 기능을 하고 있는 반면, 보수언론들은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불청객'이라고 폄훼하는 등 소극적인 상관조정 기능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매우 적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이 자칫 전 지역의 공공의료원으로 불똥이 확산되지 않을까 신중한 접근 자세를 보이면서 정부와 여당의 적극적으로 개입을 주문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8일 1면에서 이 문제를 크게 다뤘다. '위기에 직면한 공공병원 역대 정부 모두가 '홀대''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의료의 현대사는 '공공병원 포기'의 역사였다고 꼬집은데 이어 3면 '공공병원도 '수익' 중심 평가… MB 정부선 '영리병원' 시도'란 제목의 기사에서 공공의료 문제는 MB 정권의 연속선상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기사는 "의료를 '산업'으로 다루려는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더 가속화됐으며 임기 내내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결국 임기말에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을 지을 수 있게 되는 등 '공공병원 비중이 급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10일 1면 '경남도, 3년 전엔 적자 진주의료원 "회생 가능" 판단'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고 밀어붙이고 있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그 증거자료로 9일 열린 경남도의회 속기록을 제시했다.

<경향>은 11일, 15일, 19일 사설에서 잇따라 정부와 여당,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대안을 제시하며 이행을 촉구했다. '새 국면 맞은 진주의료원 사태',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 의회는 폭거를 멈춰라', '더 큰 불행 없도록 진주의료원 즉각 정상화해야'란 각각의 사설에서 "진주의료원 사태는 한 지방의료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공의료의 열악한 현실과 허술한 제도를 극명하게 노출시킨 국가적 사건"이라며 "진주의료원 정상화는 폐업 방침 철회와 휴업 해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사설은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각계의 노력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노조를 겨냥해) '귀족'이니 '해방구'니 하는 말은 진주의료원 노조가 아니라 홍 지사의 경남도에 해당된다는 얘기가 더 공감을 얻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또 "홍 지사의 고집과 함께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라며 "박 대통령은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도민의 판단에 따르겠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장관 인사는 여론과 국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면서 공약사항인 '공공의료 확대'에 배치되는 진주의료원 폐업은 도민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은 이중적"이라고 일갈했다.

<한겨레> "홍준표 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 닮아 가는가?"

<한겨레신문>도 연일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조명하면서 사설을 통해 적극적인 상관조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겨레>는 9일 사설 '진주의료원 폐업은 공공의료 붕괴의 시작'에서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 공공의료 체계 전반을 성찰하고 재정비할 때"라며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는다면 다른 지방의료원에서도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한 뒤 "박근혜 정부는 공공의료 체계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 조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12일 사설 '진주의료원 정상화는 재정지원 확대부터'에선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지방의료원을 살리는 길은 중앙·지방정부의 지방의료원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와 구체적인 계획을 국민에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국립대 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가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인력과 기술, 교육 등을 유기적으로 운영한다면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영의 안정화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15일 사설 '홍준표 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 닮아가는가'에선 "진주의료원 폐업을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데 이어, 다음날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노동자 3000여명의 행진을 막아서기 위한 이른바 '준표산성'이 등장"했다며, 이는 마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벌어졌던 불통과 독단의 병폐들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19일 사설 '진주의료원 미뤄진 숙제, 중앙정부가 해결해야'에서도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지방의료원 및 지역거점 공공병원 활성화'라는 공약을 내걸었고, '공약은 꼭 지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면서 "앞으로 남은 두 달 동안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진주의료원 문제뿐만 아니라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간곡히 주문했다.

<조선일보> "진주의료원 반대=좌파, 불청객"

 <조선일보> 9일자 사설.
ⓒ 조선일보

 


이처럼 진주의료원 폐업은 전 지역의 공공의료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동아일보>, <중앙일보>는 논조의 궤를 달리하고 있다. 그 중 <조선일보>는 가장 먼저 진주의료원 사태를 색깔·이념에 버무려 의미와 가치를 축소시키고 있다. <조선>은 9일 사설 '진주의료원, '주민 위한 최선 공공 의료' 논의 계기로'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좌파 단체들이 지난 주말 '생명버스'라는 이름을 붙인 버스를 타고 진주에 모여들었다. 다시 한 번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사태를 불러일으킬 움직임이다. 여당은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지역의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도립병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최선의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버스'라는 불청객도 막을 수 있다."

시민사회의 폐업 반대 목소리를 "불청객"에 빗대 폄훼한 대목이 압권이다. 사설은 홍준표 지사가 7일 언급한 "진주의료원은 노조의 천국, 노조의 놀이터였다. 경기도 살림살이나 잘하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김 지사가 다시 "도립병원을 폐쇄하면 장애인·노숙자 등이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린다"는 내용을 서두에서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은 13일 1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 야 저지속 도상임위 통과'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12일 '진주의료원 법인 해산 조례'를 야당 도의원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반기며 조례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저지를 부각시켰다.

"진주의료원 사태, 지역에서 해결하게 하라?"

<중앙일보>는 10일 사설 '진주의료원 사태, 지역에서 해결하게 하라'에서 "이번 사태는 국회의원이 단식투쟁을 벌이고 서울에서 단체로 버스로 이동해 항의시위를 벌일 성격의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며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와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산하 의료원 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문제는 지역에서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해결하도록 맡겨야 마땅하다"는 사설의 주장은 다른 신문의 사설들이 주장하는 논조와는 거리가 멀다. 사설은 또한 "이번 사태로 놀랐을 환자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건강권을 지켜주는 일은 행정기관의 의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신문은 12일 사설 '진영, 진주의료원 갈 일 아니었다'에서도 "정부는 계속 뒷짐진 채로 있어야 했다"면서 "경남도의 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증폭시키는 부작용 때문"리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칫 촛불집회나 한진중공업 사태처럼 민심 이반 사안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심정도 이해는 간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진주의료원 문제를 사설에서 외면하고 있다. 13일 '진주의료원 폐업조례 날치기 통과'란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야당 의원 2명을 폭력으로 제압한 채 난장판 속에서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고 전하는 등 16일 '박대통령 "진주의료원, 도민 뜻 따라야"'란 제목의 기사에선 "경남도민이 판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 판단을 정부는 따라야 한다"는 대통령 발언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이처럼 진주의료원 사태가 불거지면서 전국 공공의료원의 누적적자 문제도 지역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지만 보수신문들은 흑자와 적자의 논리로 접근하거나 이념적 성향에 희석시켜 소극적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사태 해결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을 가늠 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불과 2개월 전에 국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벌써 잊을 리 없다. 언론이 공공의료원의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좀 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노력과 자세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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