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출입기자단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

 일부 출입기자들이 공간 독점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충남도청 기자실 내부 모습
ⓒ 심규상

 


'○○도청(시청) 기자단'
'○○도청(시청) 기자협회'
'○○도청(시청) 출입기자단'
'○○도청(시청) 중앙(지방) 기자단'

도청이나 시청·군청 등 지방자치단체 출입기자실·기자단의 명칭은 다양하다. 한때 기자실·기자단의 폐쇄적 운영과 관·언 유착의 병폐를 막는다며 기자실을 없애거나 브리핑 룸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잠시 뿐. 문제점과 부작용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중앙부처는 물론 각 지역 관공서의 기자실 폐단을 막기 위해 불었던 기자실 폐쇄 바람. 이 바람 덕에 기자실은 개방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듯했지만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선 모양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기자실의 폐쇄적·고압적 운영과 출입기자단 사이의 힘겨루기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물론 공무원들도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주민들의 혈세로 지어진 관공서에 특정 언론사들만의 전용공간을 요구하거나 취재 및 기사전송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요구·식사 제공·명절 촌지·공짜 해외취재 등으로 인한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청 기자실·기자단 갈등... 문제는 '기득권 독점'

 대전충남민언련이 지난 3월 14일 발표한 성명 내용.
ⓒ 대전충남민언련

 


충남도청 기자실 운영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논란이 연초부터 불거졌다. 특이한 것은 이 논란이 전국 지자체 초미의 관심거리라는 데 있다. 왜 그럴까. 지자체들의 처지가 충남도청의 그것과 동병상련 처지이기 때문이다. 충남도청 기자실 문제는 특정 협회 또는 단체 소속 언론사 기자들이 기자실을 독점 운용하려 들면서부터 비화됐다.

충남도청 기자실 문제를 둘러싼 출입기자 사이의 갈등은 취재 및 기사송고를 위한 부스사용 문제로 일기 시작됐다. 급기야 기자실 안에서 기자들끼리 멱살잡이를 하는 등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논란의 발단은 충남도청 이전이었다. 도청 출입기자단 중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단(MBC·KBS·TJB·CBS·YTN·대전일보·중도일보·충청투데이·연합뉴스 등 9개사)이 도청 신청사 입주를 앞두고 기자실 사용과 관련 다른 출입기자단을 배제한 채 기자실의 독점적 사용을 주장했다. 구 도청사의 기자실이 지나치게 협소해 출입기자단의 원성이 높았던 점을 감안해 신청사 기자실을 대폭 넓혀 출입기자단의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충남도청의 입장이 오히려 출입기자단의 갈등을 부추기고 만 꼴이 됐다.

이에 대해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전충남민언련)은 지난 3월 14일과 4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성명을 내 "기자협회 소속 출입기자단의 횡포"라고 규정지으며 "폐쇄적 기자실 운영을 고집하고 있는 기자협회 소속 출입기자단은 도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기자실 운영의 독점적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전충남민언련은 "당초 이전 도청사에 60여 개의 부스를 마련해 출입기자단의 취재를 지원하려던 계획이 9개 회원사 출입기자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했기 때문에 기자실 부스 배정이 배제된 나머지 언론사와 기자협회 출입기자단의 갈등이 증폭됐다"며 "급기야 부스 배정이 배제된 일부 언론사들이 별도의 출입기자단을 출범시키며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짜 해외취재 악몽, 아직도 못 잊었나

지난 4월 3일 대전충남세종기자협회와 충남도 기자단·충남도청 출입기자단·충청남도·대전충남민언련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3개 조항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 갈등이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단 하루 만에 조항에 대한 실천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충남도청 기자실 문제의 합리적 운영방안 마련을 위해 시민사회 및 학계가 기자단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기자단·충남도가 협의해 실행한다는 게 골자였지만 중재에 나섰던 대전충남민언련이 대전충남세종기자협회의 공식적인 합의 파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기자실 운영을 둘러싼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전·충남지역 인터넷신문 <디트뉴스 24>에 따르면 충남도청 지방 기자실 부스 20개 중 8개를 자유취재석으로 전환해 15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 대전충남기자협회 소속 기자단이 그동안 사용하던 15개 부스 가운데 대전일보·중도일보·충청투데이 등이 사용하던 부스 한 개씩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충남도에 통보한 것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즉, 종전에는 20개 부스 가운데 대전충남기자협회 소속 회원사(9개사)가 15개 부스를 사용해 왔으며 특히 대전일보·중도일보·충청투데이 등 지방지 3개사가 부스 3개씩을 사용했지만, 이번에 한 개씩 양보하면서 각각 2개씩만 사용하게 된 조치라는 점에서 기득권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충남도 출입기자단에 등록된 기자는 2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출입기자단 운영은 과거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대 변화와 규모에 맞는 합리적 기자실 운영을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또한 폐쇄적 기자실 운영을 고집하고 있는 출입기자단은 도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기자실 운영의 독점적 사용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2011년 대전시청 출입기자단은 당시 대전시장의 해외순방 동행취재를 나섰다가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었고, 2010년에도 대전지역의 중앙 및 지역 언론사 기자 15명이 한 주류회사의 경비 지원을 받아 공짜 해외취재에 나섰다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북에서는... "발행부수 많은 신문사, 차별대우 해달라"

인근 전북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목격되곤 한다. 지자체 기자실을 기자협회 회원사 등 특정 회원 또는 단체 소속 회원사 위주로 운용하다 보니 크고 작은 잡음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특히 전북도청을 비롯한 일부 시·군 기자실에서는 기자협회 회원사 소속 기자들과 비 회원사 소속 기자들 사이에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 발행되는 13개의 일간지 중 기자협회에 가입된 일간지가 5개사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 경영구조가 영세한 신문사들이 한 곳(전주시)에 난립해 관공서 협찬·광고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기자협회에 가입하지 못한 8개 지역 일간지들은 '관공서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하면, 기자협회 가입 회원사 또는 메이저 신문사들(주로 창간순서를 기준으로)은 반대로 '차등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협회 회원사인 전북도민일보가 지난 18일 내보낸 '도교육청 홍보비 원칙도 없다'란 제목의 기사는 소위 메이저 신문사들의 인식 지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북도민일보>는 "전북도교육청이 홍보예산을 집행하면서 신문 발행부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지 않고 나눠주기식으로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1년간 도교육청이 집행한 홍보비를 보면 신문의 경우 유가부수가 1만 부 이상인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에 비해 발행부수가 5000부 이하인 신문사에 더 많거나 같게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신문은 "방송의 경우 3사가 비슷했고 라디오도 마찬가지였으며 케이블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며 "특히 신문과 방송을 비교할 때 방송 3사가 전체 홍보비에서 53.4%를 차지했고 라디오와 케이블을 포함하면 전체 홍보비의 84.1%가 방송에 흘러들어 간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는 지난 18일 전북도교육청 홍보비 사용내용을 공개하면서 "언론 홍보예산이 특별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배분돼 효율적이지 못했다"며 "방송은 시청률과 청취율, 신문은 공인 유가부수 등의 명확한 편성 근거를 정해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북민언련이 2012년 9월 17일 발표한 성명내용.
ⓒ 전북민언련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기자들이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익산의 모지역 후보측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또한 2011년에는 추석을 앞두고 전주시청 출입기자들에게 전주시가 돈 봉투를 돌려 비난이 고조되기도 했다. 2010년 3월에는 전북도청 기자실 돈 봉투 사건이 발생해 지자체와 언론과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가 드러났다. 전북민언련은 성명을 통해 지역언론의 자성을 촉구한 바 있다.

"아산시청 40개 신문사 기자 출입, 신문독자는 1만 명도 안 돼"

때마침 지역신문발전지원법에 따라 행해지고 있는 지역신문 지원과 지역신문의 현실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3월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신문 지원사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아산시청 기자실에는 40개 신문사 기자가 출입하고 있지만 실제 1만 명도 안 되는 아산시민들이 신문을 읽는다"는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전국 언론 관련 유관 학과가 100여 개가 있지만 지역신문에 가려하지 않는다"면서 "지역신문 지원은 지역 주민을 위해 지원하는 것인데도 지역신문을 위해 지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지금도 각 지자체마다 기자협회 회원사와 비회원사로 나뉘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획득하려는 대립이 여전히 존재한다. 출입기자단 또는 기자실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기득권 또는 특권의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잘못된 언론관행이 지역 주민들의 알권리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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