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 공영방송 사장은 누구?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MBC 신임 사장을 뽑는 공개모집을 26일 마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가결된 지 꼭 한 달만이다. 과연 빈 MBC 수장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비상한 관심거리다. 방문진은 사장 공모에 신청한 후보들을 평가해 1차로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 김종국 대전MBC 사장, 안광한 MBC 부사장, 최명길 MBC보도국 유럽지사장 등 4명을 선정했다. 방문진은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후보자 4명을 상대로 면접과 이사회 투표를 거쳐 차기 사장 내정자를 뽑는다.

얼핏 보기엔 공석인 방송사 사장을 공모하는 단순한 절차 같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벌써부터 이러쿵저러쿵 좋지 않은 풍문이 떠돈다. 이 때문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새로 선임될 MBC 사장 임기는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10개월에 불과하지만, MBC가 그동안 극심한 내홍을 겪어 온 데다 무엇보다 그동안 MBC의 긴 파행에 눈감아 왔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어서 어떤 선택을 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누굴 선택할까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차기 MBC 사장 자격 조건에 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공영방송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 대내외적인 신뢰, 조직 관리 능력 등을 갖춘 인사라면 자격 조건이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불과 2~3년 전 악몽을 자꾸만 되뇌게 하는 이유는 뭘까.

▲ '보복징계' MBC노조원들 현업 복귀 MBC 파업에 참여했다 김재철 전 사장에 의해 직종과 무관한 곳으로 전보발령이 났던 김수진 기자 등 노조원 54명이 서울 남부지법의 부당전보에 대한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승소에 따라 9일 현업에 복귀하며 출근하고 있다.
ⓒ 남소연

 


방문진은 3년 전인 2010년 2월 26일 MBC 사장 선임을 앞두고 일각에서 제기됐던 '공영방송 MBC가 과연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우려가 팽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친여성향 인물을 사장으로 덜컥 선임해버렸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한 불안과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그가 바로 MBC 사장 재임시절 '최장 파업', '최고 소송', '최다 해고'란 진기록을 남긴 '김재철'이다.

그런데 방문진은 이마저 모자랐던지 2011년 8월 1일, 진주·창원 MBC 통폐합 승인을 보류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한 김재철 사장을 또 다시 재신임하기로 결의해 공영방송의 생명이라 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내팽개쳤다는 거센 비판을 정권 내내 받아왔다. 당시 방문진은 KBS 이사회와 함께 MB정권과 천여성향의 인물을 한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사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하는 데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방문진 태도에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관여할 일이 없도록 장담한다"고 자신했지만 과연 그럴지 두고 볼 일이다. 방문진 구성을 들여다보면 그의 발언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방문진 이사회는 여권 6명, 야권 3명인 친여 구도라는 점에서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큰집 쪼인트' 발언으로 자진 사퇴했던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지난 2010년 3월, 당시 MBC 김재철 사장을 선임한 배경에 대해 "임명권자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폭로한 내용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는 특히 김재철 사장에 대해서 "(이명박) 캠프 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가 김 사장이었다"며 "'은혜'에 보은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함으로써 국내 공영방송의 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짐작케 해주었다.

거기에다 현 정부 출범 일등공신인 새누리당과 MB정부는 공영방송에 대한 무차별적인 '낙하산' 인사정책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방송파업을 촉발하는 등 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훼손시키며 공영방송의 약화를 초래했던 공범들이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MBC가 '김재철 시즌2'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MBC 사장 후보에 오른 인물 가운데 청와대나 여당의 심중에 있는 인물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평소 권력과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이들이 포함됐는가 하면, 김재철 전 사장 재임시절 장기파업을 방치하며 방송사 구성원들을 마구잡이로 해고하거나 고소할 때 앞장섰거나 방조했던 인물들도 사장 후보에 올라 있다.

MBC 신임 사장의 조건

 김재철 MBC사장이 3월 26일 오전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논의될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비록 임기가 내년 2월까지로 10개월 밖에 주어지지 않지만 이번에 선임될 MBC 사장에게는 수많은 논란과 파행을 거듭했던 '김재철 체제' 이후 무너진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갈등을 해소해야 할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무엇보다 그동안 심하게 망가진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급선무다.

그런데 MBC 사장 후보 중에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승승장구했던 '김재철 아바타'또는 "김재철 라인'이 있다는 주장이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누구보다 방문진이 가장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김재철 아바타'로는 MBC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것은 방문진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인 만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가 MBC 신임 사장이 되어야 한다. MBC 사장 선임은 박근혜 정부의 방송정책, 더 나아가 민주주의 실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방문진이 중요 과정에서 보여줬던 상식 이하의 결정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는 뭘까.

"MBC의 새로운 사장은 김재철 체제의 유산을 청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언론에 공개된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대부분 김재철 체제의 부역 인사들로 MBC를 파괴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최근 내놓은 MBC 새 사장 선임과 관련 논평에 절로 공감이 가는 이유도 바로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는 지난 5년 동안 황폐해진 국내 언론시장은 물론 민주주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공영방송 기능이 상실된 MBC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우려는 매우 크다. 때문에 MBC의 새 사장은 '김재철 체제'의 유산을 청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김재철 체제'의 부역 인물이나 MBC를 파괴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은 제외되어야 한다.

MBC의 새로운 사장은 공영방송 MBC의 가치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이를 반드시 실현하는 인물이어야 함은 더할 나위 없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구현할 철학과 경륜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며, 거대권력의 횡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PD수첩 등 비판·탐사프로그램을 되살리고, 무너진 제작편성의 자율성을 복구·제고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어야 마땅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방문진은 이번 사장 선출과정과 결과를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권력의 하수인 역할만을 고집한다면 더 이상 국민이 원하는 공영방송을 관리할 그 어떤 능력과 자격도 없다.

방송의 독립성과 불편부당성의 보장, 방송의 자유경쟁,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 등의 보장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전력해 나가는 것만이 그동안 실추한 명예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공영방송의 약화는 결국 민주주의 위기를 부채질한다는 점을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생생하게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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