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수도권 규제완화에 지역 반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자 비수도권 자치단체들과 지역언론들이 한목소리로 "지방 무시와 지방 죽이기가 도를 넘어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4년제 대학 이전을 허용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뇌관이 터진 형국이다.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반발이 잇따르자 일단 개정안 상정을 보류했지만 이 개정안은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으로의 4년제 대학과 과밀억제권역인 인천 영종도 내 일부 지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환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도권 집중화를 위해 묶어 놓았던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언제든 재추진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언론을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로 최대한 활용하는 모양새다.전 지역 언론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지역 일간지들은 사나운 제목과 기사를 1면 톱뉴스로 내보는 것도 모자라 해설과 사설면까지 할애하고 있다. 서울 또는 수도권에서 볼 수 없는 의제로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부산·경남] "지방 죽이는 수도권 진흥책...신공항 무산되나?"

▲ ▲<부산일보>가 29일 내보낸 사설.ⓒ 부산일보
지방정책 이래선 안 된다
'지역균형발전 약속 어디로…' 들끓는 지자체
박근혜정부도 결국 수도권 규제 완화책 펴나

부산·경남지역 언론들이 박근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에 대해 연일 집중 공세를 가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30일 ''지역균형발전 약속 어디로…' 들끓는 지자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와 3면 전면을 털어 '정부 성장률 집착·재계 이기주의가 낳은 '중앙 비대화 정책'', '"지역 경제회생 노력에 대못"이란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신문은 기사에서 "박근혜정부도 결국 국가균형발전을 외면하는가. 정부가 기업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강도 높은 수도권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의 허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러더니 1일엔 기어코 민감한 신공항 문제를 건드렸다. '국토부 '신공항' 거짓말, 대통령도 시민도 속였다'란 1면 머리기사는 "국토교통부가 겉으론 "항공수요조사 이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항공수요조사를 위한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름을 부었다.

<국제신문>도 30일과 1일 잇따라 관련 사설을 냈다. '박근혜정부도 결국 수도권 규제 완화책 펴나'와 '지방 죽이는 수도권 진흥책 절대로 안 된다'란 각각의 사설에서 울분을 토로했다. 사설은 "정부가 수도권의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나선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고 못 박았다. 그런 뒤 "세계 경제난에다 일본의 엔저 공세, 북한의 도발까지 겹친 상태에서 왜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벌집을 쑤셔 놓는지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경남신문>도 30일 사설 ''지방 죽이기 식' 수도권 규제 완화 안된다'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확 풀어 투자가 많이 돼야 일자리가 생긴다'며 규제 완화의 폭을 확대할 것을 지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대구·경북] "대선 때 전폭적으로 몰아줬더니, '지방 죽이기?'"

▲ ▲<영남일보>가 29일 보도한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기사.ⓒ 영남일보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 죽이기"
기업 투자 촉진책이 고작 수도권 규제 완화인가
행복한 지방 만든다던 정부, 수도권 규제완화 '역주행'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지역도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일반기사와 사설에서, <매일신문>은 사설에서, <대구일보>는 기사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남일보>는 29일 '행복한 지방 만든다던 정부, 수도권 규제완화 '역주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도권 규제의 완화를 논의하기로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확 풀어 투자가 많이 돼야 일자리가 생긴다. 찔끔찔끔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규제 완화의 폭을 확대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며 비판의 화살을 대통령에게 겨냥했다.

신문은 또 '투자 빌미 수도권 규제완화 가당치 않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들먹일 때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을 빨리 확정짓고, 지역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을 위한 다양한 방책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매일신문>은  30일 '기업 투자 촉진책이 고작 수도권 규제 완화인가'란 사설에서 "기업이 지방투자를 꺼린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줄 것이 아니라 지방 투자를 늘리도록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며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에는 수도권만 있고 지방은 없다는 공식 선언에 다름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사설은 이어 "지난 대선 때 대구경북은 박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몰아줬다"며 "그 보답이 이런 '지방 죽이기'인가"라며 끝내 아픈 지역감정까지 건드리고 말았다.

<대구일보>도 이날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 죽이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통합당 대구시당이 박근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기조를 강력 비판한 내용을 무게 있게 다뤘다.

[광주·전라] "박근혜 정부 지방육성책도 광주·전남 소외"

▲ ▲<광주일보> 30일 사설.ⓒ 광주일보
교육도 수도권 쏠림, 지방대 비상
박 정부 지방육성책도 광주·전남 소외인가
수도권정비법 개정안 차관회의 통과 "지방 죽이기 신호탄"

<광주일보>는 30일 1면 머리기사에 이어 1일 사설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문은 30일 '도권정비법 개정안 차관회의 통과, "지방 죽이기 신호탄" 비수도권 반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다 좌초된 수도권 일부지역 내 공장 신·증설과 대학이전 등을 허용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이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해 차관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광주·전남 등 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지방분권운동 광주·전남본부가 전날 발표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 차관회의 통과 규탄' 성명서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기사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추진한 수도권 내 각종 규제 완화로 지방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그런데도 현 정부 출발 두달 만에 지난 정부의 수도권 편향 정책을 맹목적으로 답습하려 하고 있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경제계, 시민단체 등이 단합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신문은 또 1일 '박 정부 지방육성책도 광주·전남 소외인가'란 사설에서 예리한 지역정서를 건드렸다.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 호남 소외정책인 영남 2, 호남 1의 '5+2 광역경제권'과 마찬가지로 박 정부의 '10+α' 사업도 광주·전남의 약점인 인구 비중에 따라 지원 권역을 구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10+α'를 강행한다면 투쟁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민일보>는 낙후된 교육연건을 탓하며 걱정했다. 30일 '교육도 수도권 쏠림, 지방대 비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수도권 내 대학들의 이전을 허용함으로써 편입봇물로 인한 지방대 학생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며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교육이 포함되며 정치, 경제, 문화에 이어 교육까지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대전·충청] "지역 기업유치 등 지역발전에 직격탄 맞을 수도"

▲ ▲<대전일보>가 내보낸 30일 사설.ⓒ 대전일보
지방 숨통 조이는 수도권 규제완화 안될 말
"수도권 규제완화는 균형발전 역행" 충청반발 확산

대전·충청은 행정수도 이전 지역이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역 언론들은   민심을 앞세워 일제히 반대론에 군불을 지피고 나섰다. <대전일보>는 29일 사설 '지방 숨통 조이는 수도권 규제완화 안될 말'에서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하기보다 지방을 어떻게 살려서 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지에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더 나아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국민의 과반이 사는 지방이 낙후지역으로 전락한다면 국민 모두가 불행해진다"며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국민 행복시대'는 지방의 가치를 존중할 때 더 빨리 오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중도일보>는 30일 '"수도권 규제완화는 균형발전 역행" 충청반발 확산'이란 1면 머리기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충청권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할 경우, 지역의 기업 유치 등 지역 발전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청투데이>도 이날 ''수도권규제완화' 지역 정치권 반발 확산'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시사한 이후 지역 정치권이 '지역의 황폐화' 우려로 술렁이고 있다"며 각계의 불안한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다.

[강원]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지방 죽는다" 거센 반발
수도권 규제 풀려면 지역의 규제도 풀어야

<강원일보>는 30일 '수도권 규제 풀려면 지역의 규제도 풀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면적에 전체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 가까이가 몰린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면서 "현실에 맞게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면 지역의 규제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민일보>는 30일과 1일 1면 기사에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지방 죽는다" 거센 반발', '수도권규제완화 움직임 파문 확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정부와 현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신문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데 대한 서운함을 표시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꺼내든 '수도권 규제완화'에 지역 정치권과 비수도권 13개 시·도지사들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지역 언론들은 연일 이들의 움직임과 목소리에 눈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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