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밥집

만수5동 한 허름한 골목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작은 식당 앞에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다소 낯선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서 보니 5천원짜리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었다. 우리도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져 줄 끝에 가서 섰다. 

식당은 밥과 국, 반찬들이 놓여 있는 긴 테이블과 대여섯 개의 4인용 식탁 그리고 작은 주방이 전부였다. 그러나 밥과 반찬은 맛깔스럽고 정갈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세상에 5천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신이 나는 일인데 돼지고기 볶음에 생선, 나물, 누룽밥까지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젊은 주인은 일일이 뜨거운 된장국을 그릇에 담아주며 인사를 건넸다. 긴 줄을 선 사람들은 부근의 크고 작은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주인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오랜 단골들인 것 같았다. 이들은 점심만이 아니라 저녁도 이곳에서 먹으며 때론 회식까지 한다고 한다. 마치 회사 구내식당 같았다.

이 밥집의 주인은 음식솜씨가 좋아 이 식당을 하기 전에도 음식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과 나눠먹으며 어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이 밥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에 온 지는 4년이 넘었고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주인은 환히 웃는다. 가족을 먹이고 이웃들과 나누던 솜씨가 훌륭한 밑천이 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 동네에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밥집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이런 밥집은 집 밖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매끼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고 싼 값에 집밥처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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