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밴드페스티벌

청소년밴드페스티벌, 마을이 학교다

가을이 되니 여기저기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최근 주말에 '남동구사회복지한마당'이 있어 구경 갔다. 햇빛은 따가웠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 함께 놀기에 좋은 날씨였다.

남동구청 마당에는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의 홍보부스가 설치되어 있어 참가자들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한켠에선 마당극이 공연되고 있었다. 객석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엄마를 따라온 꼬마들이었다.

배우들의 몸짓과 말 하나하나에 열렬히 반응하며 즐기고 있었다.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대강당에서 열리는 청소년밴드페스티벌이었다. 아직 시간이 일러 리허설 중이었다. 중학생로 구성된 밴드와 댄스팀 8팀이 참가했다.

이 페스티벌은 이미 몇차례 개최된 바 있는데 작년 장수동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을 때는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대성황이어서 올해는 장소가 넓은 구청대강당에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획, 준비, 진행, 연습, 리허설 등 모든 과정을 청소년들이 스스로 해내고 있다고 관계자는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단지 실력을 뽐내볼 뿐 상도 줄 형편이 안 되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이런 어른들의 생각에는 관심 없는 무대 위에 선 학생들은 긴장이 역력했지만 살짝 수줍은 미소를 띠고 그동안 연습했던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려는 진지함과 열정이 어우러져 정말 예뻤다.

예전에는 밴드는 고등학생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요즘은 중학생이 주로 하는가보다. 하긴 요즘 같은 입시 현실에서 대입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고등학생이 밴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냥 보고 있을 부모도 없을 테고. 보고 있기는커녕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말릴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잠깐의 틈새가 되는 중학생 시절 해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실용음악은 요즘 청소년들의 로망이다.

실용음악과의 입시경쟁율은 몇십대 일은 보통이다. 나도 실용음악을 하겠다는 자녀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의 상담을 몇 번 해준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시절에 공부 이외에 다른 것을 하는 것은 일탈을 넘어 루저로 낙인찍히는 일이 된다.  

리허설을 뒤로 하고 나오면서 나는 잠깐 꿈을 꾸었다. 전국노래자랑처럼 강당이 아닌 동네 넓은 공터에서 페스티벌을 여는 것이다. 중학교마다 밴드팀이 만들어져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밴드가 경연을 벌인다. 학교 친구들이 응원을 나오고 가족들과 동네 어른들이 구경을 나온다.

심사하는 사이 특별초대손님으로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이루고 싶은 엄마 아빠들의 밴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밴드도 등장한다. 경연이 끝나면 참가밴드들의 합동연주에 맞춰 밤늦도록 모두가 나와서 한바탕 난장 춤을 춘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레 소질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청소년밴드페스티벌이 서울예전 못지 않게 훌륭한 음악가를 배출하는 주요한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마을 학교다. 나도 모르게 내 어깨가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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