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魔

그녀는 하얀 별 아름다운 옷이 발목을 잡는다. 아름다움에 발목 잡혀본 자는 안다. 왜 아름다운 것은 불편한가. 아름다움은 죽음이라는 걸. 별이여 하얀 별이여! 그녀는 하얀 별인 것이다. 죽지도 못하고 우주에 떠 있는 미이라 같은 별. 그녀는 우주에서 자신을 태우고 떠 있는 하얀 별 그녀의 사랑은 하얀 별.

그녀는 하얀 별 아름다운 것이 발목을 잡는다. 아름다운 구두처럼!-예쁜 발목을 잘라 전시해놓은 거리처럼-아름다움에 발목 잡혀본 사람은 안다. 아름다움은 죽음이라는 걸. 왜 아름다운 것은 편안한가. 길들여지기 위해 무수히 죽음의 군살이 달라붙는가.

-김영산 시집 <하얀 별>에서

 

김영산

전남 나주 출생. 1990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 시집 '冬至', '평일', '하얀 별' 외.

 

죽음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죽음이 어쩌면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위한 창구라 할지라도, 그리고 그 다른 곳이 아무리 별천지라 해도, 사실은 가고 싶지가 않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세계는 도무지 접근하고 싶지 않은 두려운 세계이다. 그래서 더욱 삶이 소중하다고 믿게 된다. 삶도 모르는 주제에 어찌 죽음을 알리야. 공자님도 죽음이 무엇인지는 말하려 하지 않았다. 죽음에 관심을 가지면 금방이라도 그 죽음의 신이 찾아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접근하기 싫은 존재이다. 거론하기도 거북스러운 존재이다.

그 무서운 죽음의 베일을 벗겨 내려는 무모한 사람들도 있다. 네까짓 게 도대체 무엇이냐. 죽음에 정면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들도 있다. 신을 들어 인간을 말하듯이, 죽음을 들어 삶을 이야기한다. 죽음을 말함으로 하여 삶의 얼굴이 드러난다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사유의 칼날일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 분명 삶과 죽음은 하나이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우리는 죽음과 함께 동거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 땅에 겁 없는 시인들이 존재함으로 해서 우리의 사유 역시 새로운 경계를 열어간다.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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