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의 복지&예산 길라잡이 / 인천 참여예산센터 소장

전국 17시·도 광역단체장들이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국고보조 확대를 요구했다. 연이어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와 지방의회 의장단도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정책결정을 촉구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여·야가 합의한 대로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보육 국고보조 비율 높여달라는 지방정부

여·야가 합의하고 국회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무상보육비 국고 보조율은 서울이 현행 20%에서 40%, 나머지 지역은 50%에서 70%로 올려 주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은 30%, 그 외 광역자치단체는 60%로 절반밖에 인상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다. 이렇듯 무상보육은 정부가 계획하고도 결국 복지의 천덕꾸러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현재 부가가치세액의 5%인 지방소비세율을 내년 8%, 2015년까지 11%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최소 16%까지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광역단체장들이 이렇게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지금의 지방 재정 형편으로는 복지비 증가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새 복지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일방적으로 지방 정부의 비용 부담을 떠넘겨 왔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의사 결정이 '하의상달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재정이 반드시 수반되는 복지정책은 여전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방은 따라가는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2015년에는 2조원의 지방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판

정부 주도로 복지 정책이 확대되면서 2015년이면 인천뿐 아니라 전국 시·도 상당수가 재정 압박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서울, 부산, 인천, 경기 등 17개 시·도가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비 등으로 올해보다 추가 부담해야 하는 지방재정은 모두 1조 9,24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경기도가 3,719억 원으로 부담 규모가 가장 크고, 서울시가 3,081억 원으로 뒤를 이었고, 부산(1,760억원), 대구(1,109억원), 인천(1,040억원), 경북(1,268억원), 경남(1,341억원) 등 5개 시·도 역시 추가 부담 재원 규모가 각각 1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3가지 복지 사업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는 내년에 3조 9,740억원이다. 2015년에 5조 1,018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무상보육 예산에 더하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비에 필요한 예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초연금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2015년에는 부담 규모가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비 부담은 급증하지만 자주재원은 제자리

이런 가운데 복지 예산이 전체 재정의 50%를 넘는 지자체가 2008년 8곳에서 작년 36곳으로 늘었다. 인천의 경우 부평구는 60%가 넘었다. 지방세를 징수해도 공무원의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전국에 절반이 넘는 실정이다. 복지 지출은 급증하지만 지자체들이 세수(稅收)를 늘릴 방법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 전체 세금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선진국의 30~40%보다 훨씬 낮다. 지방세의 절반은 부동산 취득세 등 재산과세여서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세수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인천지역도 경제자유구역이 소재한 자치구를 제외하고는 세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시 정부는 수년째 재정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금도 복지 재원 마련에 숨이 턱에 차는 지자체들 앞에 4년간 18조원의 복지 예산을 더 짜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포함해 지방세 세수를 늘릴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렇듯 최근 우리 사회에 복지 재정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간과한 것은 복지는 필연적으로 세금 논쟁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광역이든 기초자치단체든 자주재원(지방세+세외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복지에 필요한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복지비를 지급할 수 없는 ‘복지 디폴트’가 현실화될까 걱정스럽다.

복지는 돈이다? 증세에 찬성하는 국민이 점차 늘어 복지는 재정부담이 따른다. 돈(세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혜택은 많이 받고 싶어 한다. 반면, 세금은 적게 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세금 납부액에 비례해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복지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이 세금을 적게 내기도 하고, 세금을 많이 내지만 복지 혜택은 별로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어렵다. 빚을 내서 하는 것은 국가 채무를 증가시켜 나라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

국민 대부분은 세금을 떳떳하게 능력껏 내고, 복지 혜택을 정당하게 받겠다고 하는데 정작 정부는 ‘증세 불가 약속’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 같다.

최근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여론조사 발표가 있었다. 고무적이다. 정부가 예산 절감과 비과세 축소 등에 매달려서는 부족한 재정을 메울 수 없음은 명백하다.

서민에게 불리한 정부 세금정책 

최근 경제개혁연구소의 의미 있는 국민의식 발표가 있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서 ‘정부의 세금정책’이 부유층에 유리하다는 답변이 78.1%로 나타났다. 반면 서민에게 유리하다는 답변은 15.3%에 불과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였던 3월 조사에서는 정부 정책이 중소기업, 서민 중심이라고 기대한 국민이 많았다. 하지만 8개월만에 반대의 평가 쪽으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세금 정책이 부유층에 유리하다는 건 복지비 부담 주체가 제몫을 못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상황에서 저소득 소외계층과 무상급식, 부상보육, 기초연금 인상 등 보편적 복지에 소요될 재정 마련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가장 합리적인 복지국가를 위한 조세 모델은 소득에 비례한 합리적 과세이다. 동시에 구성원이 필요한 만큼의 복지 혜택을 주는 사회다.

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국세와 지방세 세목 교환 등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의 복지정책만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여·야 합의로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그밖에도 지방소비세는 연차적으로 20%까지 상향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MB 정부에서 개악된 감세정책을 되돌려(철회) 놓아야 한다. 고소득자, 대기업에 대한 소득 세율은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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