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장독대로 부엌으로 우물가로

부리나케 뛰어다니던 큰누나가

병아리를 밟아 놀란 병아리는 죽었다

 

큰누나가 미웠다

죽은 병아리를 장사지내며

큰누나 신발이 미웠다

나는 울음을 터뜨려 복수했다

 

한쪽 눈이 먼 큰누나

나를 업어 키운 큰누나

엄마보다 더 늙은 큰누나는

어느새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되었다

 

-최일화 시집 <시간의 빛깔>에서

 

최일화  

안성 출생.

1991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어머니>, <해질녘>, <시간의 빛깔> 외 다수.

 

 

감상

어머니 같은 누님이라는 말도 이제는 듣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야 형제자매가 보통이 예닐곱이었으니 맏딸은 당연히 어린 동생들의 어머니 역할을 맡곤 했다. 어머니가 들일에 나간 후, 코흘리개 동생으로부터 갓난 동생에 이르기까지 만약 큰누이의 따뜻한 손길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우리가 오늘의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한국인에게 누이의 힘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필자도 최 시인처럼 모든 것을 누이가 챙겨주던 어린 시절이 있다. 사시사철 누이만 졸졸 따라다니던 시절, 그래서 누이의 친구들조차도 모두가 누이였고, 누이는 마치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으로 착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수업이 끝나면 곧장 누이의 교실로 찾아가 누이 옆에서 수업을 듣곤 했다. 누이는 바쁜 어머니 대신 나를 챙겨주는 수호신이었다.

그런 누나가 병아리를 밟아 죽였다. 가장 강력한 복수는 엉엉 울어버리는 것이다. 누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방법으로는 우는 것이 제일이었으니 누이에 대한 오로지한 믿음을 충분히 헤아려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구나 슬픈 누나였다. 그 누이가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 ‘어머니’라는 시집을 출간할 정도로 모성애가 시의 중심이기도 인 시인의 누이 역시 사그러들지 않는 모성애로 오늘까지 그를 지켜오는 듯하다. 어머니와 누이가 모든 남자들의 낙원이며 꿈인 셈이다.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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