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그곳 사람들은 왜인지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살았고 그래서인지 추락하는 아기 새가 많았다.

땅을 잃어버려 유랑자 같았고 하늘은 막혀있어 무한도 꿈꿀 수 없었다. 왜인지 그곳 사람들은 죽음으로 가는 문을 막지 않고 살았다.

죽음으로 가는 문이 그렇게 많이 열려 있는 곳은 그곳밖에는 없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때론 삶을 꿈꾸기도 하였다. -계간 <아라문학> 여름호에서

 

유경희

2004년 <시와세계>로 등단.

감상

인간은 땅에 가까울수록 안전하고 편안하다.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된다. 날개 대신 두 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땅에서 떨어질수록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세상이 변하면서 단층집이었던 가옥이 수 십층 빌딩으로 변했다. 높을수록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꾸 위로만 솟구친다. 그렇다고 하늘에 가까워지거나 접촉할 수는 없다. 하늘은 더 멀어지고 더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더 옭아매는 고공사회는 달아날 수 있는 공간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늘이 잡히는 대신 죽음의 문턱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높은 곳으로 이동하다보니 추락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타의나 사고에 의한 추락만이 아니다. 자의에 의한 추락도 적지 않다. 날개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문명의 발전이, 그리고 과학의 발달이, 인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늘상 답답한 도시 공간 속에서 심리적으로 압사 당하거나 추락하는 꿈을 꾸며 이 시대를 산다. /장종권(시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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