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호미질은 거대한 명상입니다 어느 순간 새들의 노랫소리 멀어지고 거친 자갈밭 호미 날 부딪치는 소리만 남습니다

머리가 맑아집니다

안개 낀 골짜기에 있는지 이슬 젖은 풀 뽑고 있는지 모른 채 호미 날만 보입니다

이내 나도 없어집니다

-최정 시집 <산골연가>에서

▲ 최정 시인
최정 최정 시인은 1973년 충북 중원에서 태어나 인하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 창작 모임 뻘, 동인 매립에서 활동했다. 2008년 첫 시집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가 있으며 현재 경북 청송 산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어떤 작업이든 삼매경에 빠지거나 몰입하여 무아지경에 들어가게 되면 사심이 사라지게 되고 순일한 명상의 세계로 진입할 수가 있나보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그 어떤 일이라는 것은 아마도 창조적인 작업이어야 할 것이다.

새벽에 밭에 나가 잡초를 뽑는 호미질에 열심이다가 마침내 자신의 존재조차 잊어버리는 이른바 무아지경에 들어가고 있다. 농사일이란 수확을 염두에 두는 창조적 작업이다.

비단 농사일만이 아닐 것이다. 시 쓰는 작업 역시 창조적인 것으로 보면 시를 쓰다가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무아지경에 빠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연 시를 쓰는 사람들은 몇이나 이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어쩌면 시를 쓰는 일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일에 비해 그 작업의 순도가 훨씬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최정 시인은 충북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공부하고 생활을 하다가 다시 청송 산속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있다. 어떤 작업보다 농작물을 경작하는 작업이 가장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으리라 추측은 가능하겠으나, 그것은 판단 이전의 본능적인 변화로 보는 것이 오히려 더 타당할 지도 모른다.

하늘과의 대화, 흙과의 대화, 자연과의 대화야말로 거짓이 없고, 위장도 위선도 없는 가장 솔직하고 정직한 대화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연이 만들어낸 인간이라는 존재는 전혀 다르다. 살아남아야 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삶 역시 자연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끝내는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장종권(시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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