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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연금(pension)의 정치학

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인하대 강사)

   
 
  ▲ 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세대간 도적질(inter-generational theft)’.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같은 보편적 복지의 테마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 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는 것 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세대간 도적질’이라는 원초적인 비난은 경우가 좀 다르다. 아마도 그런 발상이라면 보편적 복지에 대해서도 진작부터 ‘계층간 도적질(inter-class theft)’이라고 비난하고 싶어했을런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비난의 워딩 그 이면에 사회적으로 명확한 선긋기와 편가르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와 부담을 이유로 복지지출(welfare expenditure)을 선별적으로 최소화하자는 논리가 계층간 선긋기와 포섭(cooptation)에 기초하고 있다면, ‘기금고갈’과 ‘세금폭탄’이라는 공포마케팅은 세대간 편가르기, 그리고 사회적 배제(exclusion)와 정치적 이탈(disembedding)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복지확대에 따른 증세논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연금고갈에 따른 ‘세대간 도적질’ 논란에서도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표출해왔던 중산층 납세자들이 증세(增稅)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복지확대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왔다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표출하고 있는 젊은 세대 연금납부자들은 연금(年金) 고갈에 대한 우려에 찬 시선으로 억울함을 표출하고 있다.

복지재정 확대나 연금재정 확충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논외로 빗겨나고, 전자의 경우 상대에 대한 정치적 비난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결집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 상대에 대한 정치적 비난을 통해 상대에 대한 지지를 이탈시키는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용(cost)을 고려하지 않은 표퓰리즘(popularism)이라는 정치적 비난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보자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증세없는 복지’야 말로 오히려 포퓰리즘의 결정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증세없는 복지’는 특정한 계층을 배제(exclusion)하지 않으면서도 조세부담을 우려하는 계층을 적극적으로 포섭(cooptation) 정치적 레토릭이다. ‘증세없는 복지’는 사회적 균열(cleavage)이나 이탈(disembedding)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동원(mobilization)을 추동할 수 있는 계산된 정치전략이다. 그랬던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놓고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넘어 ‘세대간 도적질’이라고까지 비난을 하고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세대간 도적질’이라는 비난은 사회적 균열을 야기하고 정치적 반대자(opponent)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이탈이나 지지의 철회를 촉발할 수 있는 의도된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랭커스터(Lancaster) 대학의 사회학 교수 밥 제솝(Bob Jessop)에 따르면, 국가는 다양한 정치전략들로 구성된, 그 경계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제도적 앙상블(assemble)이자 관계(relation)로서, 권력의 조직에 불균등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으로 선택적인 지형이며, 그 내부와 외부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다양한 세력들에게 불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즉 상이한 전략들 가운데 하나를 특권화(privilege)시키는 구조적 선호로서 이른바 ‘전략적 선택성(strategic selectivity)'을 지닌다. 그리고 이 전략적으로 선택적인 한계 내에서 국가권력의 실질적인 결과는 국가 내부 및 외부의 정치적 행동에 참여한 세력들의 균형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이 논의에 따르면 한 사회에는 다수의 정치전략과 이를 지탱하는 계급동맹(class alliance)이 존재하게 되지만 이들 간의 경쟁과 충돌의 결과로써 그 가운데 특정한 정치전략이 지배적인 것으로 수용되고 추진되는데, 이러한 상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략을 구성하는 지배(domination)와 헤게모니(hegemony)의 확보뿐만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추진되면서 사회적 지지와 통합을 확고히 하는 헤게모니 프로젝트(hegemony project)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social compromise)과 연대(sodality), 사회적 균형(social balance)과 통합(integration) 같은 민주적 가치는 아니더라도, 기존의 복지논쟁이나 연금(pension)을 둘러싼 재정논쟁이 종국적으로 또 하나의 ‘두 국민 전략(two nation strategy)’으로 귀착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편집부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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