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긴 침묵을 깨고 박일 시인의 제2시집 「바람의 심장」(리토피아 간행)이 나왔다.

72편의 시를 제1부 유월(18편), 제2부 영종도(18편), 제3부 단풍나무 숲에서(18편), 제4부 옛집(18편)로 나누어 수록한 이 시집은 198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지 30년만의 결산작이다.

오홍진의 <두 눈 부릅뜨고 보는, 그대의 언어>라는 평론이 곁들여져 시인의 역설과 언어의 미학에 대한 조명이 눈길을 끈다. 배다리 책방이라든가 월미도, 화수포구, 송도 신도시 등에 관한 일련의 시들이 서정성의 극대화를 통한 현실성과 감수성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인천과 주변의 풍경에 대한 시인의 관찰력이 여기저기 나타나 있는 시편들을 통해 이미지의 유려함과 내면에서 흘러내리는 역설의 미학을 독자는 읽어낼 수 있다. 쉬우면서도 간결한 일상어로 이루어진 시가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일깨우는지를 이 시집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시가 잊혀져 가고 감성이 사라져 가는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독자들에게 청량한 서정의 언어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것은 박일 시인만의 새로운 시적 구성의 힘과 언어에 대한 사고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일 시인의 시에서는 이미지를 통한 역설과 비유, 시어를 통한 독자와의 무언의 공감대가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준다.

오홍진의 “기억 속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들은 이러한 역설의 길을 경유하여 박일 시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셈”이라는 평과, “한 정태적 순간에 집중하는 시인의 힘은 시적 성취로서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자기의 사태나 감정적 변이에 민감한 작품들보다 독자에게로 열린 창이 더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백인덕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완성된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박 일 :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현대시학>>에 조병화 선생님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사랑에게」(1991년)가 있다. <인하문학> 졸업 동인이며 <먼 출발> 동인으로 현재 송도고 교사로 재직 중이며, 인천문협 사무국장을 거쳐 이사로 활동 중이다. 인천예총예술상(문학부문, 2000년)과 인천시 공로상(2012년)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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