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출입기자실은 헌법, 공정거래법, 국유재산법 모두 위반"

출입기자실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시장의 상품생산-거래 과정으로 따지면 일종의 담합행위다. 원자재 수급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다른 군소회사에는 원자재를 주지 말자고 담합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는 명백히 공정거래법 23조 2항의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 신문거래 관행 개혁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신문고시'(이 토론회 후인 13일 밤 대통령 직속 규제위 통과...편집자주)제도에 출입기자실 폐쇄적 운영 금지도 포함돼야 한다."

'신문고시'에 출입기자실에서의 '담합 금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장호순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이 나왔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가 인천공항 기자실에서 쫓겨난 데서 촉발된 기자실개혁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13일 '기자실 개혁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프레스센터 12층 연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순천향대 장호순(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출입처기자실은 모든 언론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요 일간지 및 방송 등 기득권 언론에게만 배타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며 "현행 출입처제도는 기득권 언론이 아닌 대안언론, 군소 언론의 취재원 접근을 차단, 국민 모두가 균등한 정보의 기회를 누려야 할 언론 자유를 침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1945년에 미국에서 일부 선발언론사들이 신생언론사들의 AP통신 기사 이용권을 제한하려 했을때 미법원이 "언론자유는 특정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라 모든 언론사의 자유다"라고 판결한 사례를 들면서 21세기인 지금 "지극히 상식적인 출입기자실 개방 문제를 신문고시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실현시켜야 한다고 발제하는 현상 자체가 다른 나라에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얼마전 동아일보 기자가 공정거래위의 출입이 금지당했을때 주요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정보접근권을 차단해 언론을 압박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라고 열을 올렸지만 오마이뉴스 기자가 인천공항 출입기자실에서 쫓겨난 것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이율배반적인 카르텔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현행처럼 출입기자실을 운영하는 것은 기자들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종이신문이 인터넷신문보다 불신을 받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출입처 중심의 취재문화는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충발제 및 토론에 나선 남동신문(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 강명수 발행인은 인천지역 기자실의 병폐를 자세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면서 "기자실 개혁은 그 폐해가 가장 심한 지역언론에서 앞장서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발행인은 "지역에서는 심지어 기자들이 구청당국의 홍보성 기사를 실어주고 '기사보상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기자실에서 쫒겨난 당사자인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는 "이번에 그 일을 당하면서 기자실의 역사를 알아보니 기자사회 내부에서도 오래 전부터 기자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제 기자실에 가입해 있는 현직 기자들이 기자실 개혁을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겨레신문 이제훈 기자는 "현재의 기자단과 기자실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현역기자들도 대체로 다 인정한다"면서 "그들을 싸잡아 '나쁜 놈'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들 내부세력과 손을 잡을 수 있는 방식으로 기자실문제를 개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서울방송 박수택 노조위원장은 "기자실 문제가 본격화되는 것은 '역사발전의 한 단계"라면서 "기존의 과점체제가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기협이 만든 <언론자정운동사>를 보여주면서 "그동안 숱하게 기자단때문에 기자윤리위반사례가 있었다"면서 "기자들이 출입기자실 문제를 다 인정하면서 쭈뼛거리거나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택수 변호사는 "출입기자실 제한은 헌법 11조의 언론자유 보장을 위반하는 위헌이며 아무 근거없이 출입기자들에게 기자실을 배타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국유재산법에도 위반된다"면서 "여러가지 법적 절차도 기자실 개혁의 방법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합토론에서는 이런 대안들이 제시됐다.

- 동사무소에 드나들때처럼 자유롭게 '새소식 샘터'로 만들자.
- 일본식으로 출입기자단을 두되 가입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공식브리핑참석과 보도자료 이용 등에서는 완전히 자유롭게 하자.
- 정부 각 부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브리핑 주제와 시간을 공지하고 그 주제에 관심있는 기자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게 하자.
- 정부종합청사나 과천청사는 각부처별로 있는 출입기자실을 하나로 통합해 큰 브리핑룸을 만들고 대학 강의실처럼 운영하자. 즉 교수와 학생이 매시간 마다 바뀌듯이 여러 부처와 여러 부서 기자들이 필요한때에 브리핑룸을 이용하자.

 

▲ <2001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일장신대 김동민(신문방송학과) 교수 사회로 진행된 '기자실 개혁을 위한 시민토론회'는 약 80여 명의 시민과 기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자실개혁을 위한 시민모임 준비위원회, 언론개혁 100인 모임, (사)바른지역언론연대가 공동 주최했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재단,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후원했다.

다음은 토론에 참여한 발제자의 발제요약이다.

"묘수가 없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 <2001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실에 대해서는 이미 내가 2년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기자실의 개혁은 언론개혁의 핵심적인 문제인데도 지금까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기자실은 일제시대 기자구락부의 잔재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친일언론 뿐 아니라 친일언론을 규탄하는 개혁적인 언론도 기자단에 큰 문제의식이 없이 그냥 들어가있다.

기자실에 문제가 있기는 있지만 다른 묘수가 없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기득권 언론사들의 논리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보다 기자의 숫자가 훨씬 많고 취재경쟁도 더 치열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들처럼 브리핑 룸을 두면 된다. 개방된 기자실을 운영하면 된다.

물론 비용은 당연히 언론사에서 부담해야한다. 단, 경제적으로 취약한 군소언론에는 비용을 면제할 필요도 있다. 왜냐하면 언론의 자유는 누구나 공정하게 누려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우리는 (국가에서) 큰 언론은 지원하고 약한자는 도태시키는 이상한 체계다. 특정 기자나 특정 언론사의 자유가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언론자유가 될 수 있도록 반드시 기자실과 기자단의 폐해는 개혁돼야한다."

"이제 출입기자들이 말해야한다" -최경준 기자

 

▲ <2001 오마이뉴스 이종호>

""처음 인천공항기자실에서 쫓겨났을 때 참 착찹하고 답답했다. 왜 내가 나가야하느냐고 물었을 때 기자단의 누구도 합리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기자단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뿐이었다.

기자실과 기자단에 대한 문제는 기존 기득권 언론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오마이뉴스>만이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현직 출입기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말을 해야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한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독점을 하고 있는가. 대안은 없는가. 이제 기자실에 가입해 있는 현직 기자들이 기자실 개혁을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지방 기자실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강명수 인천남동신문사 발행인

 

▲ <2001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방기자실의 폐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경인지역에만 총 12개의 지방일간지가 있다. 인천남동구의 경우 판공비를 공개했는데 분석결과 100만원이 기자실에 쓰였으면서도 아닌 것처럼 허위로 보고했다. 또한 보도자료에 자치단체의 장이 무슨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나오면 대부분 신문이 그대로 쓴다. 그런데 그때 그 사람은 청에 나오지도 않았고 기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몇 년 전까지 기자실은 촌지를 받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촌지를 요구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지역신문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지방의 기자실을 폐쇄해야한다."

 

 

"내부 개혁세력과 손을 잡아야한다" -이제훈 한겨레신문 기자 (통일부 출입)

 

▲ <2001 오마이뉴스 이종호>

"두가지를 전제한다. 하나는 내 발언이 한겨레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이고 두번째는 기자단이 개혁돼야한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것이다. 현직 기자들 중에 기자실 제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선해야한다는 대원칙에는 모두 동의한다. 논점은 대원칙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때 기자사회 내부의 개혁세력과 손을 잡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소수의 과점체제는 용납되지 않는다"- 박수택 SBS노조원원장

 

▲ <2001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생활을 시작한지 17년 된 사람으로서 기자실 문제에 대해 나에게도 원죄가 있다. 기자실은 기자들에게는 아주 편한 편의시설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3월 28일 이후의 문제제기는 분명 역사발전의 한 단계가 아닌가한다. 더 이상 소수의 과점체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역사의 의미이다. 대부분 기자실 출입기자들은 20명 안팎으로 비유하자면 1개 소대 병력의 숫자다. 이 정도면 관공서나 취재원이 통제하기 딱 좋다. 기자실을 개방하면 어중이떠중이 다 모여서 안된다는 논리에는 취재원이 언론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있다.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현재 일본이 운영하고 있는 기자단 제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한다."

"출입기자단은 분명한 위법행위"- 김택수 변호사

 

 

 

▲ <2001 오마이뉴스 이종호>
"출입기자실이 독점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법적으로 검토해 본다면 '헌법21조1항', 즉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 공권력이 기자실 출입을 요구하는 대상에게 차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헌법11조' 평등권에도 위배된다. 또한 공용물로서 국유재산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관공서의 기자실은 법적으로 기존 언론사가 임대차계약 등을 통해 임대할 수 없다. 그러나 '국유재산법24조'에서는 대통령이 정한 법령에 따라 행정재산에 대해 사용수익허가가 가능하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따라서 출입기자단은 현재 사용수익허가도 나지 않는 채 사용료조차 내지 않고 있어 분명한 위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ㅁ이 기사는 2001년 4월 13일 <오마이 뉴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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