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또 다른 출구

권섬

▲ 권섬 시인
지금 꽃을 보고 있어.

그 꽃 역시 날 보고 있어.

바람이 어깨에서

그네를 내리면

꽃은 팔랑팔랑 그네를 타고

언덕에 올라.

언덕에서 굴렁쇠를 타고 놀다가

달을 따러 가기도 해.

아이들이 남겨놓은 웃음소리로 허기를 채우고는 그네에 올라 앉아 낮잠을 자.

잠에서 깨어나면 빨간 태양이 입혀준 원피스를 입고 달팽이관 피리를 불어.

그 피리소리에 애벌레의 등에선 달콤한 깃털이 자라나곤 해.

지금도 그 꽃을 보고 있어. 길고 부드러운 부리를 가진 새들은 그 꽃물을 길어와 투명한 둥지를 그리고 있어.

뚝뚝 꽃의 진통이 지는 어슴푸레한 저녁, 둥지 안에서 초롱초롱한 달이 깨어났어.

그 달은 그 꽃이 왔다가 간 흔적을 쫓아 구름사다리를 하늘의 뜰에 비스듬히 세워 놓았어.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그 꽃을 들여다보고 있어.

그 꽃은, 먼 하늘 그 너머에서 꽃잎 출렁이는 바다를 상상하며 다시 꿈을 꾸고 있어.

장마가 시작된다. 아침저녁으로 한기가 느껴지기조차 한다. 땅 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봄을 준비했던 꽃나무들이 마음껏 수분을 들이키기 시작한다. 세상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은 여유롭게 꿈을 꾸며 살아가도록 가만두지를 않는다. 시간에 쫓기고 생활에 지친 일상, 가족 사이에도 의사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또 다른 삶의 무게로 다가와 어깨를 짓누른다. 체증처럼 답답한 마음에 시원한 소나기 쏟아지면 또 다른 출구 열리며 우리의 꿈도 다시 춤을 출까./천선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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