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남동경찰서 간석4파출소 경위 이향숙

▲ 남동서 간석4파출소  경위 이향숙
며칠 전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 아들과 학교운동장을 찾았다. 무한 에너지를 가진 초등학교 2학년생에게 불혹의 나이를 넘긴 엄마는 게임 상대가 되지 않았고, 우리를 한참 지켜보던 10살쯤 된 소년은 고맙게도 나와 교대를 자청했다.

20분쯤 축구를 하던 소년은 어디 사느냐는 아들의 질문에 “엄마한테 맞고 집을 나와서 집이 없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중이다”고 했다.

소년은 평소 엄마가 자신을 무시하며 자주 매를 든다며 자식을 함부로 대하는 엄마가 밉고 자신은 가정폭력의 피해자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소년은 아들을 찾으러 나온 엄마품으로 달려갔다.

7,80년대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 역시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고 맨발로 집을 뛰쳐나오곤 했었다. 그러나 잠시일 뿐 동네 친구들과 놀다가 금방 다시 집에 들어가곤 했고, 그런 부모의 꾸중이 마음에 상처도 경찰 신고의 대상도 아니었다.

2016년 현재 ‘가정폭력’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경찰학 사전에서 ‘가정폭력’은 배우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동거하는 친족 등 관계있는 사람 사이에서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주는 행위, 곧 폭행으로 인한 상해·유기·학대·혹사·감금·협박·공갈·강요·명예훼손 및 재물손괴 등의 행위라고 명명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가정폭력에 대해 경찰의 적극적인 권력 발동 또는 사법 조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확실한 가정폭력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소년의 경험이 가정폭력인지 과잉반응인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소년은 엄마의 억압적인 행위로 분명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가정폭력 노출경험이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미치는 영향, 성장기 가정폭력에 노출된 기혼 남성의 대처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어린시절 폭력에 대한 경험은 반드시 사회 범죄 발생에 미치는 인과관계가 있고, 이런 맥락으로 볼 때 가정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이 ‘가정교육’ 또는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행하고 있는 행위들이 아이에게는 마음의 상처, 정신적 피해이며 그 가해자는 다름 아닌 부모가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모라는 이유로 자녀에게 언어폭력이나 폭행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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