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달빛 아래 허리춤을 내리고

희멀건 허벅지로 춤 한 번 추고나면

이리들 야단이다 시인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가엽단다 뽀얀 얼굴이

어둠에서 익은 달뜬 유혹의 목소리가

너무 앳되어 안쓰럽단다

꿈길에 들어서는 달밤이란 무대에 알몸으로

우유빛 안개를 휘감고 서면

나는 낮에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별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는 본능의 세계이다. 얼마나 본능의 세계에 천착하느냐와 어떻게 본능의 세계를 현재에 걸맞게 끌어내느냐는 많은 시인들의 숙제일 것이다. 달빛 아래 허벅지를 내리고 춤을 추는 시인은 이미 현실을 떠나 하나의 아름다운 별이 된다. 

정승열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연기’가 리토피아에서 출간됐다.. 정 시인은 1947년 인천에서 출생하여 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새가 날개를 퍼덕여도 숲은 공간을 주지 않았다>, <단풍>, <단풍 2집>이 있다. 인천시 문화상과 인천예총 예술인상을 수상했고, 삼산중학교 교장과 인천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내항문학회, 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집 첫머리에 ‘새롭게 피는 꽃 하나/화창한 봄날 뜰에 핀 꽃나무 한 그루에서/작년과는 또 다른 표정을 읽는다./꽃을 매단 가지가 달라져 있고/매달린 꽃의 모양새도 새롭다/나무 자체도 훌쩍 자랐고/나무를 지나는 바람도 가지를 흔들어/모양새를 흩뜨린다./나의 시詩도 이들처럼 날로 새로워졌으면’이라고 적어 서정시 업그레이드를 위한 집요한 시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박서영 시인의 시집해설에 다음과 같이 그의 시를 평했다. ‘정승열 시인은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한다. 그의 무수히 많은 시편들은 꽃을 비롯한 자연적 이미지에 기대어 있다. 그러나 자연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인의 사유는 꽃과 나비, 나무와 동물, 우주의 현상을 활강하듯 돌아다닌다. 많은 시편들에서 이미지 속을 춤과 음악처럼 자유롭게 다니는 걸 볼 수 있다.’(장종권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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