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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원 칼럼]권력구조개편, 무엇을 바꿀 것인가

              권력구조개편, 무엇을 바꿀 것인가

   
  ▲  고성원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비록 권력구조 자체가 민주정치의 성패를 규정짓는 결정요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권력구조 개편이 정치문화나 정치과정의 변화를 이끌어낼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점에서,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는 결국 그 사회의 정치현상과 주어진 정치지형 하에서 그 사회가 우선적으로 획득해야 할 정치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며, 그런 점에서 권력구조 문제는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같은 선택지를 놓고 단순히 취사선택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통해 권력의 인격화를 통제하고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 그것을 통해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의 균형적 관계를 정립하고, 여당과 야당,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회복하는 것에 있으며, 지역과 세대, 이념과 정치적 선호에 따른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균열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적 공론(公論)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6공 성립 이후 여섯 번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제도적으로 안착되어 온 현행 ‘87년 체제’의 기본이념이 민주적 이념의 절차적 제도화에 있는 것이었다면, 30년의 세월을 거쳐 확립된 절차성의 제도화를 넘어 민주적 가치를 내용적으로 충족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것, 그것은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완성해가는 중요한 기획이 될 것이다. 더 많은 민주주의, 더 좋은 민주주의를 향한 사회적이고 의식적인 민주화, 개헌(改憲)이 단지 선거제도를 바꾸거나 권력구조의 형태만을 바꾸는 데 국한되지 않는 이유다.

오랜 권위주의 통치의 기억을 안고 있는 우리 정치현실에 있어서는 대통령과 의회에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을 부여함으로써 상호 견제토록 하는 권력분립의 조건을 만들어두는 것이 국민정서적으로 더 부합했을 것이며,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온 오랜 정치적 관행과 과정, 문화 속에서 대통령제는 쉽게 포기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의 실패’가 가져다 준 또 다른 정치적 경험은 현재의 민주주의적 요청을 어떻게 충족해 갈 것인지 고민스럽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제의 실패’를 설파하고 있는 린쯔(Juan Linz)에 따르면, 대통령제는 정치상황을 제로섬게임으로 만듦으로써 정치세력들 간의 극단적 대결과 분파주의를 조장하고, 이원적 정통성을 허용함으로써 대통령과 의회 간의 대립을 초래하며, 경직성으로 인하여 위기관리의 제도적 장치를 결여하게 되고, 따라서 변화하는 정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제가 가지는 가장 잠재적인 위험으로 그가 지목하는 점이 정치적 경험이 거의 없는 ‘국외자의 선출 가능성’이라는 데 대해서는 분명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 사회의 민주화 과정은 이후의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87년 헌법’의 핵심골자가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와 견제권력의 강화라는 점은 1987년 이전까지 한국정치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비민주적인 경로로 일관해 왔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의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에 있어서도 여전히 정권의 민주적 정통성의 유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로 간주돼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한국식 대통령제가 갖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대통령제 개헌은 역사적으로 오히려 민주화의 산물이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부각되어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야당의 권력헤게모니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대통령 정치가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점, 대통령이 정부의 정책적 사안을 조율하기 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직접 개입하는 경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된다는 점,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비대칭을 넘어 권력불균형을 해소하고 갈등을 우선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과거 YS나 DJ 정부에서도 종종 보여왔듯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민중주의적 구조를 형성해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것이 현재의 민주주의적 요청을 충족해 가는 현실적 조건이 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87년 체제’는 부정할 수 없는 민주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그 역사적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재적 고민의 수준이 사회적 합리성의 제고나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에 있는 것이라면, 그것에 걸맞은 ‘포스트 87년 체제’의 새로운 제도적 틀을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히 현재에 부여된 정치적 과제일 것이다.

편집부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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