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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서정의 경계를 포획하는 양진기 시인신의손 성형외과
     
  ▲ 양진기 시인    

신의손 성형외과

 

운명을 바꿔드립니다.

성수(聖手)역 4번 출구를 나와 왼쪽을 바라보면 신의손 성형외과가 있지 4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커다란 황동 손바닥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을 걸고 있어 손바닥에는 운명의 길이 다 적혀 있어 아무리 달아나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야 벗어나려면 손바닥에 있는 길을 바꿔야 해 좁고 부실한 길은 넓고 탄탄한 대로로, 끊어진 길은 다시 이어주고 자잘한 골목은 메워버리든가 수상학(手相)에 정통한 상담실장이 손님의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손바닥에 금을 긋고 있다.

세로선이 중요해 삼지창 손금은 갑부들만 가지는 손금이야 운명선, 재물선, 사업선 다 흐릿하잖아 백 억 재산의 할머니 손금을 보라구 세로선들이 얼마나 선명한지 세로 손금 세 개에 백오십이야 아주 싼 거지 다른 손금도 손대고 싶어? 좋아, 특별 서비스로 생명선은 무료로 해줄게 재물도 좋지만 오래 살아야하지 않겠어 우리 원장님은 미세 절제술의 대가이시지 울트라 펄스 레이저 시술로 운명을 바꾸시는 분, 신의 손이시지,

압구정동에 성형외과를 개업했다 쫄딱 망한 원장은 수상가(手相家) 상담실장이 차린 신의손 성형외과에서 월급을 받으며 고객의 손바닥을 찢고 있다.

 

요즘은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하여 성형외과가 성업 중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말하는 성형외과는 얼굴을 고치는 성형이 아니라, 운명을 바꾸는 손금을 성형하는 곳이다. 실제로 옛 어른들은 “손바닥에 운명의 길이 다 적혀”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재미로 손금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손금의 운명을 믿는 사람들이 꽤 있다. 손금에서 길고 선명한 생명선은 건강과 장수를 나타내고 운명선, 재물선, 사업선이 모여 ‘삼지창’ 모양이면 부자가 될 손금이라고 한다. 누구처럼 현재의 운명을 초대박 인생으로 바꿔줄 귀인이 나타나기만 한다면야 그까짓 손바닥 째는 것이 문제이랴 하는 마음과, 성형 후에 정말 원하는 대로 운명이 바뀐다면야 누구든지 땡빚을 내서라도 손금 성형을 하지 않겠나. 성형외과의 상술에 놀아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반반이다. 오죽 인생이 답답하고 안 풀리면 손금을 성형할 생각을 하겠는가? 손금을 성형해서 자신감을 갖고 일에 매진한다면 꿈꾸던 대박 인생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이러저러한 세태를 반영한, 웃기지만 결코 웃지 못 할 해악과 풍자가 담긴 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외현 시인(2016 아라문학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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