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폐지 촉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현장실습 사고 우려"

12일 오후 2시 인천시교육청 현관 앞 계단에서 열린 특성화고 현장 실습 폐지촉구 기자회견. ⓒ이연수기자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산업체파견 현장실습 폐지를 놓고 일선 교육현장과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서로 다른 이유로 갈리고 있다.

"전기과 출신이지만 돈까스를 만드는 식품업체에서 고기를 절단하는 업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저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11월 17일 현장실습에 파견돼 보름만에 손가락이 절단됐던 학생이 전한 발언이다.

12일 오후 2시 인천시교육청 현관 앞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현장실습정상화와청소년노동인권실현을위한인천지역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이들 학생의 목소리를 대리발언하며 ‘3개월 학습중심 현장실습’, ‘산학일체형 도제교육’ 등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즉각 폐지와 대안적 직업교육 계획수립을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서울, 인천, 부산, 광주에서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취업률경쟁 및 현장실습 실태조사단 구성과 직업계고 현장실습 근거를 초·중등교육법에 마련하고 관련 법령들을 정비할 것을 아울러 요구했다.

사회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주었던 제주도 한 음료회사 제조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고등학생이 사고로 목숨을 잃자 정부는 내년부터 현장학습을 중단시킨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 놓았다.

12월 1일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고교 현장실습’ 전면 폐지와 취업률 성과주의 타파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일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교육현장은 “고교 현장실습이 전면 폐지된다면 특성화고 명분이 사라져 대규모 미달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1,2학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조기 취업을 하기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했는데 현장실습이 폐지되면 조기취업길이 막힌다”며 “기업별 상반기, 하반기 등 채용시기가 다 다른데 다른 대안책 없이 무조건 폐지만 하는 것은 취업길을 막는 방침이다”는 말로 반대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여름방학 시기부터 현장실습을 나가거나 조기 취업한 친구들 대부분이 열심히 나름 재미있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며 “1~2명 정도 현장실습 나갔다가 직무가 맞지 않아 돌아오는 경우는 있지만 TV에 보도된 것처럼 자살을 하거나 사고를 당한 친구나 선배가 없었는데, 당사자인 우리들 의견 수렴도 없이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산업체파견현장실습 폐지를 주장하는 위원회는 “지난 2013년에도 ‘학생안전과 학습중심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 교육부 발표가 있었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계획’만 나와 있는 사이 콜센터에서, 제조업 공장에서, 식당에서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생들이 죽어갔다”며 이번 교육부의 계획도 이전 발표한 내용 재탕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실습은 실습이고, 취업은 취업이지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고 이름만 바꿔치기한다고 본질을 가릴 수 없다”며 “현재 ‘조기취업 형태 고교 현장실습 폐지’를 한다고 하면서도 교육부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다른 형태인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를 졸속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올해 2월 특성화고를 졸업한 한 학생이 전한 발언도 이어졌다.

“현장실습 중에 성희롱을 당하고 학교로 돌아왔는데 학교는 ‘인내심이 없다’,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왜 너만 못해?’, ‘끈기가 없다’ 며 정신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너가 잘하면 네 후배, 친구들도 갈 수 있어’, ‘학교 위상이 올라가’ 등 다른 짐을 지우고 졸업을 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은 현장실습의 이러한 폐해를 눈감지 말고 모두 드러내 주세요 그래야 저의 후배들이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위원회는 인천시교육청이 특성화고 교장들의 성과급을 학교 취업률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은 그럴듯한 기업에 취업한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이 전시된 복도 전광판과 교문 앞 현수막부터 먼저 걷어내야 한다”며 “인천시교육청은 교장들의 성과급과 학교평가에서 취업률 지표를 즉각 삭제하고 성과급 지급계획을 당장 철회하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꼬집어서 강조했다.

현장실습 폐지를 1개월여 앞둔 교육현장에서는 “정부와 시교육청이 ‘눈 가리고 아웅’식 일시적 재탕 정책만 반복한다면 일선 교육현장과 당사자인 학생들은 또 다른 피해를 입을 것이다”며 “현장실습의 교육적 가치가 살아날 수 있는 관련법 정비를 통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특성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최근에는 특성화고등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를 만들고 특성화고 ‘아이캔스피크’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과 현장실습생들의 현실과 요구를 알리기 위한 운동이다.

이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과정을 공개하며 "교육부가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전국의 특성화고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은 없었다"면서 "언론에 알려진 부당한 현장실습, 특성화고 학생들이 겪는 차별과 무시는 전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인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