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건강한노동세상 대표

“노동재해로 하루에 300여 명이 사고를 당하고, 8명이 사망하고 있는 통계가 무색할 만큼 한국은 여전히 산재를 '단순과실'로 여기고 있습니다. 산재는 생명보다 생산성 향상이나 이윤을 우선하는 자본과 그릇된 인식이 저지르는 명백한 살인행위입니다.”

김철홍(61)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산업재해 통계 및 현황을 설명하며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즉 산업재해의 책임을 여전히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사망사고는 계속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김 교수에 의하면 한국의 산업재해(이하 산재) 인정율은 0.5%로 전 세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평균 3~4% 수준으로 나타나는 외국의 산재 인정율에 비한다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안심은 여기까지. 산재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경악’수준이다. 산재로 인해 죽는 노동자 수는 외국에 비해 최소 5배에서 최고 10배까지 그 수치가 확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노동자가 사망하지 않으면 공상처리로 마무리하고 산재신청을 따로 하지 않는다. 이는 기업의 부적절한 관행을 노동부 등 정부기관 또한 묵인한 결과이다”며 “물론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지식부족 문제도 있지만, 사고이후 당할 수 있는 불이익이 두려워 산재 신청을 적극적으로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말로 현장의 실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정이 되더라도 최초 신고부터 산재 인정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맞닥뜨린 생계문제가 산재신청 포기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방법 및 생산기술발달 경영화 전략 등이 더 이상 노동자들을 아프게 하고 죽게 해서는 안 된다”며 “하나하나의 생명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을 먼저 고려하는 노동환경 및 인식 개선 그리고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생산현장과 길거리가 연구의 현장...삶의 답은 현장에 있어.

김 교수는 지난 1990년 초부터 인천지역 내 노동현장을 꾸준하게 발로 뛰어 다니며 기록을 하고, 현장집회에 직접 참여하는 등 노동자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오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지역의 노동현장과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산재추방과 노동자 건강권의 수호를 위해 김 교수가 1992년부터 설립해 헌신해왔던 ‘산재없는일터회’는 지난 2002년 5월 ‘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1993년 설립)’와 그 뜻과 역량을 합쳐 ‘건강한노동세상’으로 새롭게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노동자의 생산현장에 가보면 모두가 아프다고 하는데 환자는 없다”며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미약하다는 반증이다”고 꼬집었다.

고용불안 등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과도한 노동 강도로 인해 시름하면서도 아파도 쉬지 못하고 치료 또한 자신의 돈으로 하고 있는 노동현장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하위법령에 대해서도 “현장의 실상이 반영되지 않고, 누더기가 돼서 통과된 산안법 처벌조항은 최근 강화된 음주운전법만도 못한 수준이다”며 “산업재해를 단순과실이 아닌, 범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관점이었던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조항이 최종개정안에서 사라지는 등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고 법적실효성을 거두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하다고 토로했다.

인천에서 함께 한 사람들 그리고 인천이 내게 준 혜택들...되돌려주고 싶다.

김 교수는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이다. 노동과학연구소 소장이고 전국교수노조 국공립대 위원장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건강한노동세상 대표이다.

하루 24시간이 바쁜 그가 최근 또 하나 일을 냈다. ‘인천공공성플랫폼'이 그것이다.

인천공공성플랫폼을 기획하고 단장을 맡은 김 교수는 “인천대는 지역사회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다. 지역 갈등이나 공공성 문제 해결에 전문적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정치·경제·사회 등 5개 전문분과위원회를 가동하고,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전문가와 접촉할 수 있도록 ‘정보상점’시스템을 개발·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인천대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사학에서 시립대, 국립대로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라며 “인천대가 대학의 전문성과 지적 역량을 지역사회에 환원해 인천에서 빚어지고 있는 갈등 해결책을 제시하고 공공성 문제를 함께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부터 추진단 형태로 준비해 오기 시작한 인천공공성플랫폼은 지난달 19일 공식출범했다. 앞서 한국지엠(GM) 사태, 인천내 의료 공공성 확대, 남북 교류에서 인천의 역할 등에 관한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왔으며 최근에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로 불거진 수질 문제와 동구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갈등 관련해서도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25일 오전에 방문한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1993년 인천과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천은 이방인이나 다름 없었던 내게도 많은 것을 베풀어 주었다”며 “가끔은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지만, 멈추지 않고 내가 가진 지식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저작권자 © 인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