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이연수기자

[인천=이연수 기자] “개발공약을 내세워야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과, 개발압력을 행사하는 표심과 싸워야 하는 환경운동가로서 솔직히 힘이 부친다. 멈추지는 않겠다. 생명의 가치가 자본주의 시스템을 넘어서서 우선시되기까지는, 다만 시간이 좀더 필요할 뿐이다”

박주희(32)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다부지게 강조한 말이다.

박 사무처장은 23살 때부터 인천녹색연합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활동해 오고 있는 인천지역 대표적인 환경운동가이다.

다음은 박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일반인이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 또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환경운동가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환경운동가가 된 특별한 계기나 경험은.

▲대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집으로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 왔다. 어떻게 키울지 몰라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소·돼지·닭들이 어떻게 사육되고 우리 식탁까지 오르는지 알게 되었다. 충격을 받았다. 그 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인천지역 환경단체를 찾다가 보니 집과 가까운 곳에 인천녹색연합이란 단체가 있었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활동했는데 전공이 사회복지라 실습까지 이곳에서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상근자가 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 최근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이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현장에서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는 환경운동활동가에 대한  개인적 소신은.

▲환경운동가라서가 아니라 생명의 가치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제도나 행정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다. 그러나 시민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살기가 팍팍해 환경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거기에서 가장 큰 한계를 느낀다. 어렵고 긴 싸움이다.

-10여 년 가까이 인천지역 환경운동가로서 활동해오면서 자부심이나 보람도 있겠다.

▲환경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한창 계양산 골프장 문제가 이슈화돼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롯데건설 골프장 건립 사업이 폐지됐다. 성과도 좋았지만 전체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운동가로서 행운이라는 생각이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계양산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명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또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이 교육활동을 통해 녹아든 경험이나 생각을 발언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최근 개인적인 관심사가 있다면.

▲생리컵에 관심이 있다. 우리나라도 8월부터는 식약청 허가를 받아 시판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해외직구를 통해 몇 달 전부터 구입해 쓰고 있다. 생리컵은 여성 질안에 넣어서 생리혈을 받는 기구다. 생리를 할 때 아침에 끼고 저녁에 빼서 생리혈은 변기에 버리고 깨끗이 씻어서 재활용하는 제품으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친환경적 실리콘 소재로 만들어져 안전하다. 생활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환경운동을 시작하면서 면기저귀천으로 생리대를 만들어서 사용해 왔는데, 생리컵을 쓰면서부터 면생리대 빠는 일을 덜게 돼 만족하고 있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공원일몰제 대응부터 북성포구 매립문제, 부평미군부대 부지 환경오염도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구체적인 활동계획이 있다면.

 ▲지난 겨울 국민들이 든 촛불을 보면서 먹고사는 부분 힘들고 팍팍해도 우리가 조금씩만 주변을 둘러보고 관심을 갖는다면 보다 좋은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정치가나 행정가들을 만나 갑론을박하기보다는 소규모 모임을 많이 활성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 자연스럽게 환경문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고 변화해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300만 인천시민 중에 환경단체에 후원하고 있는 시민은 3천명이 채 안 된다. 무엇보다 현안을 다룸에 있어서도 환경단체에 관심을 갖고 후원하는 문화가 활성화된다면 시민들 스스로가 환경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고, 정치인도 경제논리를 앞세운 개발공약을 앞다퉈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갈 길이 멀지만 꾸준히 환경운동가로서 걸어 나가겠다.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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