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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일곱번째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 발간리토피아포에지 65
장종권 시인

장종권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전설은 주문呪文이다'(리토피아, 10,000원)를 펴냈다. 74편의 작품이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과 짧은 시편들 속에는 알레고리를 통한 놀라운 시대와 사회의 풍자가 숨겨져 있다. 

또한 세상의 본질은 선과 악의 구분도 아니고 정답과 오답의 차이도 아니며 생명체로서의 본성에 입각한 자유로운 작용에 숨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실인 것은 없다. 늘상 존재하는 거짓말이야말로 진실로 아름답다. 진실이 있다고 믿지 않기로 한다.’ 우리 눈앞에 보여지는 것은 대부분 거짓이며, 이 거짓으로 세상은 아름답게 굴러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은 한 중견 시인의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깊이 있는 시 세계를 보여준다. 시력이 짧은 시인일수록 시에 힘이 들어가기 일쑤이다. 이와는 달리, '전설은 주문이다'의 시편들은 잔뜩 긴장되어 힘이 들어간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단시들인 시편들은 얼핏 보면 가벼운 단상을 싣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적지 않은 시력과 삶의 시간이 가지는 무게를 담고 있다.’라며 그의 이번 시집은 30년 이상의 단단한 시력이 압축된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종권 시인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김구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산호 가는 길,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등 6권이 있으며, 장편소설 순애, 단편소설집 자장암의 금개구리가 있다.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리토피아>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작품>

복분자

 

빨래터에 앉아 복분자 두어 병 나누어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젖꼭지가 사라졌다.

웬일일까 간밤을 곰곰이 더듬어보니

아차, 빨래터에 그냥 두고 왔구나.

정신없이 빨래터로 달려가보니

창피해라.

이웃집 남정네가 두고 온 젖꼭지 하나를 열심히 빨고 있네.

아무리 빨아도 땟국물이 주르르 흐르네.

 

나머지 하나는 어디로 갔을까.

두리번거리니 오오라,

건너마을 까치머리 고등학생이 개울 건너에서

떠내려가는 젖꼭지 하나를 온몸으로 투망질 하고 있네.

 

홀딱 벗은 복분자 빈 병이 함께 떠 있네.

 

 

참말 거짓말

 

거짓말을 잘 하라고 열심히 가르친다.

거짓말이 제일 아름답다고 열심히 가르친다.

참말로 사람 죽이는 일 있어도

거짓말로 사람 죽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그 참말 참말로 참말이 아니라고

그 거짓말 참말로 거짓말이 아니라고

아무리 참이라 말해도 참이 아니고

아무리 거짓말이라 말해도 거짓이 아니라고

그러니 참말 같은 거짓말 잘 하고

그러니 이쁜 거짓말로 따뜻하게 잘 살라고

당신과 나는 다르다는 참말보다

나도 당신처럼 살고 싶다는 거짓말

사실은 그 참말이 거짓말이고

사실은 그 거짓말이 참말이라고

그리 알고 거짓말 잘 하는 사람 되라고

열심히 참말인 것처럼 거짓말 하고 산다.

거짓말 잘 하면 거짓도 참이 되고

참말을 잘 하면 참말도 거짓이 된다고

세상은 요지경이라 답도 없는 시험문제라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나도 모르는 말로 산다.

 

형수의 이름

 

갓난 아이 이름 지어들고 면사무소에 출생신고 하러 가다가 반가운 친구 만나 술을 마셨네.

 

잔뜩 취하고도 면사무소에 들러 서류를 다 쓰긴 썼는데, 정작 지어놓은 이름이 영 생각나지 않았다네.

 

머리를 싸매고 온갖 이름 되뇌이다가 긴가민가 하며 그럴 듯한 이름을 주워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형수님의 이름이더라.

분탱이

분탱이라 부르면 분명 아들 나온다는 말이 있었지. 설마 싶어 마지막 딸이 되어라 종녀라 이름 지었는데, 어쩌나, 또 딸이었네.

 

에라 모르겠다. 딸내미 듣거나 말거나 분탱이 분탱이 노래를 불렀더니 신기하게도 다음에는 아들이 나오더라. 딸부잣집 경사 났네. 분탱이 덕분에 경사 났네.

 

철이 든 분탱이 분이 나서 아버지만 보면 대들었네. 난 뭐예요. 분탱이지. 이름으로 불러줘요. 분탱이지. 분탱이 끝내 분 못 풀고 시집가서도 분탱이었네.

 

아버지 떠나기 전에 작심하고 물었다네. 제가 누구게요. 분탱이지. 이름이 머냐구요. 분탱이지. 하늘 같은 분탱이지. 아주 오래 전 우리 동네 이야기라네.

양순열 기자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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