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현 시인

이외현 시인이 2017년 전국계간지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지난 8월 19일(토) 광주에서 열린 2017 전국계간문예지편집자회의 축제 중 시상식이 있었다. 이 축제는 전국계간문예지편집인협의회가 주최하고, 시와사람이 주관했다.

참여문예지는 다층, 리토피아, 문예연구, 미네르바, 시와사람, 시와정신, 열린시학이었다. 그 외 포엠포엠이 초청됐다.

 

장종권· 백인덕 심의위원은 선정평에서 "삶은 애초부터 죽음을 발명함으로써 시작된다. 모든 비극의 기원이 거기에 있다"며 "이 비극성은 현대성의 다른 말이 된다. 이외현 시인은 이런 사실을 단단한 시적 인식의 기초로 삼아 수월한 작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현 시인은 소감에서 ‘계간지 작품상이 내면 및 외연 확장의 물꼬가 되었으면 한다. ‘시’라는 만만찮은 자갈길에 고물차의 펑크를 때워주고 밀어 줄 동행이 있어 고맙고 든든하다.‘고 적고 있다.

이외현 시인은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안심하고 절망하기'가 있다. 현재 계간 아라문학의 편집장과 막비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시간은 어제입니다

(2017 리토피아 봄호)

 

시간을 건너다 뒤집혀 허공에 빠진다.

헤엄을 쳐서 구름 위로 기어오른다.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모르는 시간들이 다녀가고

결핍缺乏과 부족不足이 따라온다.

결핍은 분分 같고

부족은 초秒 같다.

결핍은 한자 같고

부족은 한글 같다.

결핍은 아물지 않은 상처 같고

부족은 여물지 못한 열매 같다.

결핍은 많이 모자라 불쌍한 생각이 절로 들고

부족은 조금 모자라 줘도 그만 안줘도 그만인

 

속셈

(2016 시와문화 겨울호)

 

씨돼지가 있는 집으로 물 길러간다.

우물가 양동이 입이 바짝 타들어간다.

찌그러진 두레박이 잠자는 씨돼지를 깨운다.

터엉, 메아리가 샘을 휘돌아 물보라가 핀다.

 

씨돼지 누런 침 흘리며 꽐꽐거린다.

두레박 째 먹이통에 콸콸 부어준다.

이따 암퇘지가 올 거야, 잘 부탁해.

도돌이표로 마른 동이마저 채운다.

 

우물물 퍼서 양동이 입 채우고

양동이물 퍼서 항아리 입 채우고

항아리물 퍼서 먹이통 입 채우고

먹이통물 퍼서 암퇘지 입 채우고

 

씨돼지가 있는 집으로 탁, 탁, 궁둥이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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