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 침 맞으러 가보신 분이라면, 아픈 곳 이외에도 침을 맞아본 경험을 많이 해보셨을 것이다. 심지어 아픈 곳에는 아예 놓지 않고 전혀 상관 없는 부위에만 침을 놓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매우 이해하기 힘들고 비상식적인 치료법으로 보이겠지만,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치료방법 중 하나이다.

한의학적인 인체관의 핵심 중의 하나는 경혈(經穴)과 경락(經絡)이다.

경혈(經穴)이라는 것은 흔히 알려져 있는 혈자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경혈들을 서로 연결시킨 선이 바로 경락(經絡)이 된다.

경락 중에 대표적인 것이 12경맥(經脈)이다.

12경맥은 좌우에 12개씩 총 24개가 있는데, 각 경맥에 이름을 붙일 때 수족(手足)과 음양(陰陽), 장부(臟腑)를 배속시킨다. 예를 들어 경맥이 손을 지나면서 음양(陰陽) 중 태음(太陰)에 속하고 폐(肺)와 관련되어 있다면,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이라고 명명한다.

12경맥은 온몸 구석 구석을 지나가게 되는데, 여기서 특이한 점은 12개의 경맥은 따로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부터 시작하여 12개의 경맥을 돌고, 마지막에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으로 들어가고, 다시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경락은 다 이어져 있기 때문에, 아픈 부위와 먼거리에 떨어진 혈자리에 자극을 줘도, 치료효과가 나게 되어있다.

물론 아무 자리에 침을 놓는다고 다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질병의 원인, 증상, 부위에 따라 치료할 경락을 찾고, 올바른 배혈(配穴) 방법을 찾아야만 효과가 난다.

중요한 것은 꼭 아픈 부위에 있는 혈자리가 아니라도 치료할 수 있는 혈자리는 많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한의원에서 치료받을 때 아프지 않은 부위에도 침을 맞게 된다면 당황하지 말고, 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란 걸 꼭 기억하길 바란다.

 

신원수 세인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한의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