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

▲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

“죽기 전에 고향땅 한 번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신 분들이 주민의 절반 가까이 되다 보니 이번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클 수밖에 없지요. NLL 해역 남북공동어로구역 지정 등 서해평화 염원도 크지만 개인적으로 어머니 손 붙잡고 부모님 고향땅 한 번 가 보고 싶어요.”

박태원(59) 연평도 어촌계장이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며 밝힌 소박한 꿈이다.

그는 이어 “6·25동란 때 황해도에서 피난 내려와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신 아버지가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한 번 가보지 못한 채로 피폭 맞은 그 다음 달 돌아가셨다”며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쓰라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연평도는 남북 분단으로 인한 아픔이 지금도 마을 곳곳에 상채기로 박혀 아물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최전방에 위치한 섬이다. 1999년 서해교전을 비롯해 2002년에는 섬 바로 앞 바다에서 연평해전이 터졌다. 이후 2010년에는 전 국민을 전쟁의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연평도 포격사건까지 터지면서 졸지에 인천 찜질방 등에서 두 달 가까이 피난민 생활까지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박 계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도 처참했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 또한 말로만 안보와 평화가 아닌 주민의 실질적인 생존과 평화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조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기대감을 표명했다.

박 계장은 지난 2014년 9월 1일부터 연평도 어촌계장으로 선출돼 연평도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한 올해 초에는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과 연대해 '서해5도 한반도기'를 제작해 어선에 달고 조업을 나가는 등 남북화해와 서해평화를 염원하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서해5도 한반도기’는 기존 한반도기에 연평·백령·대청·소청·우도 등 서해5도를 그려 넣은 것이다.

박 계장은 서해5도 어민들의 조업 관련해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연평도 어민들이 이전처럼 평화롭게 조기잡이(조기 이동경로가 NLL 해역에 있어 지금은 못하고 있는)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NLL 해역을 남북공동어로구역으로 지정하고 '남북 공동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가 열린다면 어민들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NLL 해역은 황금어장이다”며 “그 황금어장을 중국 어선이 독차지해도 두 눈을 멀쩡히 뜨고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서해 냉전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계장의 말에 의하면 피폭 이후 500~600명 정도 주민수가 늘고 있다. 정부의 농어촌귀화정책 등의 영향도 있지만 도심에서 지친 2세들이 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전체 주민수가 1,600여명으로 피폭 전보다 많이 늘어나 책임감 또한 막중해졌다”며 “어장관리 및 환경생태 관리까지 더 다양하고 튼튼한 네트워크 등을 구축해 주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로 다짐을 밝혔다.

한편 한반도 냉전구조를 평화구조로 바꾸는 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 속에 27일 오전 9시 30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첫 만남을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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