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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길이 엉킨 오래된 인천의 공간에 빠지다[인터뷰] 이재승 인천영상위원회 촬영지원팀장
이재승 인천영상위원회 촬영지원팀장

  “인천의 공간을 알면 알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간 스스로가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스스로 드러나고야 마는 마성이 있거든요.(웃음) 특히 오래된 것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 공간은 그 자체가 인천의 귀중한 자원입니다.”

“인천을 세일즈하는 입장에서 ‘자원’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데, 사라지고 있는 오래된 건물이나 다양한 삶이 그대로 반영돼 마치 미로처럼 엉켜있는 골목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말로는 다 설명 못합니다.(씁쓸한 웃음)”

이재승(41) 인천영상위원회 촬영지원팀장이 최근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각종 영상물 촬영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인천의 공간’에 대해 설명하며 강조한 말이다.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말모이’, ‘극한직업’ 그리고 최근 개봉한 ‘뺑반’의 주공간이 인천으로 알려지면서 자원으로써의 인천의 공간이 부각되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와 각종 영상물을 통해서도 다양한 영상소비자에게 인천의 공간 노출 횟수가 증가하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영상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2018년 인천에서 촬영한 작품은 500회로 전년 대비 38% 성장했다. 인천에서 촬영한 영상물도 총 138편으로 전년 대비 약 17%나 증가했다.

인천만의 새로운 로케이션을 발굴하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영화 및 TV영상물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인천영상위원회를 찾은 날은 1월 마지막 날이었다. 몹시 추운 날이었지만 다행히 그 날 그곳에서 설립 초창기부터 업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위원회와 함께 성장해왔던 이재승 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장소와 관계되는 사람은 감독에게 새로운 옵션이나 영감을 일으킬 수 있어야.

이 팀장은 말 그대로 ‘프로’였다. 일례로 그는 초기 로케이션 작인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부터 시나리오를 넘어서는 미장센을 영화감독에게 제안해 당시 채 완성되지 않은 인천대교 다리를 배경으로 한 갯벌싸움이라는 명장면을 구현하는데 일조한 바 있다. 또 영화 ‘푸른 소금’에서도 전국구 건달인 작중 인물 초상을 치르는 장례식 씬(scene)에 사찰 배경이라는 영감을 제시함으로써 웅장한 사찰장례식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장소와 작품을 연결하면서 창작자가 미처 생각지 못한 옵션을 제공해 성공한 사례이다. 장소에 대한 탐색과 공간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인천에 빠지다.

이 팀장은 강원도 강릉 출신 이지만 부모님을 따라 주로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고향’, 또는 ‘우리 동네’라는 개념이 낯설다. 유일하게 느끼는 일종의 ‘컴플렉스(complex)’이기도 했다.

2007년 인천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그러한 종류의 감정이었다. 인천은 그가 성장해 왔던 과천 분당과 같은 여느 신도시와는 달랐다. 인천에 와서 처음으로 그는 ‘이주민’으로서의 자신을 깨닫고 많이 외로웠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인천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주민 딱지를 떼기 위해 그는 매일같이 인천의 길과 골목을 쏘다니며 끊임없이 인천을 익혔다. 

인천의 역사와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은 인천문화예술총서와 같은 책들과 포럼 등을 활용했고 때로는 인천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깊은, 자칭 ‘인천토박이’라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귀동냥을 했다.

이 팀장은 이제 인천을 ‘우리 동네’라고 말한다. 이제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위성지도만 들여다 보아도 그곳 공간이 가진 색채와 질감까지 가늠할 수 있다. 한마디로 ‘도사’ 수준이 된 것이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 불어서 좋은 북성포구 매립 소식은 안타까워.

이 팀장은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날이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날에는 주로 북성포구를 찾는다. 그 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만조면 만조라서 좋고 간조일 때면 간조라서 좋고 저녁이면 노을이 져서 좋다. 북성포구는 그가 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북성포구는 보고 또 봐도 그리운 연인과도 같은 곳이다.

또 다른 매력인 세련된 장소 또한 인천에는 너무나도 많다. 송도국제도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팀장은 송도나 청라국제도시를 인천이 가진 대표적인 공간자원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그는 인천의 오래된 것들이 차츰차츰 사라지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북성포구 매립처럼 오래된 것들이 자꾸만 사라져 간다면 더는 인천의 공간을 세일즈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그가 보여준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창작자의 영감을 촉발할 수 있게 제작한 인천의 공간을 소개하는 영상)을 감상했다. 그의 말을 들어서였을까, 울컥하면서 잠깐 가슴이 먹먹했다.

▲ 인천영상위원회 제공 

탤런트 이순재 선생님도 감동한 사람냄새......인천 원도심 주민들의 온정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는 인천 동구 송림동과 남구 수봉공원 아랫마을에서 주로 촬영했다. 오랫동안 그 곳에서 삶을 일구며 살아왔던 주민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영상으로 담는 낯선 이방인들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내내 따뜻한 격려는 물론이고 고생한다고 전을 부쳐서 날라다 주는 등 수시로 온정을 표현했다.

이 팀장은 이순재 선생님이 다른 스케줄을 미루고 영화 시사회에 직접 와서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사람냄새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던 일화를 덧붙이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 팀장 역시 인천 원도심에 있는 오래된 집들과 나무들 그리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낡은 집이지만 각기 다른 스타일로 엉켜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와 같은 삶을 대변하듯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들은 아직도 그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그는 특히 송림시장을 좋아한다. 지금은 옛날 시장터만 남은 오래된 동네이지만 그곳에는 지금도 미로처럼 엉켜 저대로의 삶이 꿈틀대고 있다. 그래서 좋다. 그 곳이, 그리고 그들이.

공간을 바라보는 팁 하나! ‘원래 그래’란 말을 버리자.

날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이다. 그래서 삶도 동네도 뻔하다. 그러나 이 팀장은 “익숙해졌을 뿐, 특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원래 그래’라고 생각하고 공간을 무심하게 보는 행위이다.

색다른 공간을 찾는다고? 그렇다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깨 부셔야 한다. 공간의 힘은 거기에서 나온다. 공간에 대한 사랑도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도깨비’,‘화유기’,‘보이스2’ 등 인천의 다양한 매력을 담은 영상물이 줄지어 나올 수 있었던 힘도 실은 여기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카메라가 사랑하는 도시 인천

인천영상위원회는 2019년에도 보다 적극적인 유치‧지원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프로덕션(제작) 단계에서는 편성 및 제작이 완료된 드라마와 상업영화 뿐 아니라, 시나리오가 탄탄한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도 지원한다.

그리고 사전 기획 단계부터 인천을 주요 배경 및 소재로 삼게 하여 효과적으로 우수 영상물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팀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모두가 가고 있는 방향을 따라 같이 갈 필요는 없다”며 “꼭 영상 관광 활성화 목적이 아니라도 인천의 공간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말을 덧붙였다.

이연수 기자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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