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기자는 소극장 돌체, 극단 마임의 대표로 20년 전 우연히 보게 된 마임공연을 계기로 부인 박상숙씨와 함께 본격적인 연극인의 길을 걷고 있는 마임이스트다. 지난 1979년 기독병원앞 얼음공장이였던 창고를 개조해 생긴 극단 돌체를 1983년 인수해 지금까지 씩씩하게 운영해왔다.

 돌체를 거쳐 간 연극배우로 80년대 최영준씨(탤런트)와 고 김성찬씨(탤런트)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지금까지 1백여 명의 연극인을 배출해왔다. 최 대표는 지난 7월14일부터 31일까지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열린 <워릭 페스티벌> 등 여러 문화축제에 아시아 극단으로는 처음으로 초청받아 각국 예술팀과 함께 거리공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다음 글은 최기자가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현지에서 공연과 여행도중 보고 느낀 모습들을 연극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틈틈이 메모했던 것을 정리한 기사다. <편집자 주>


 
 
 

동화책보다 더 동화 같은 도시 워- 릭



영국의 상공에서 바라 본 영국에는 산이 없었다.

푸른 목초지대와 구릉지대 너른 농경지 물줄기를 끼고 형성되어진 도시들과 뾰족지붕의 그림 같은 집들이 나타난다.

버밍햄 공항에 착륙한다.



  폴의 집은 웨일즈 지방의 워-릭 성이 있는 근처로 도보로 걸어 약 10분이 소요되는 거리에 있었다. 처음 폴의 집에 들어서자 응접실을 통해 정원이 보인다. 정원에는 사과나무, 배나무, 딸기, 토마토, 이름 모를 파랑열매가 달린 나무가 보인다. 작은 아치를 만들어 정원의 입구임을 표시한 곳을 지나 길 양옆으로 신맛 나는 풀 질경이 민들레 씀바귀 우리 산천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들풀들이 제멋대로 자라고 길이 끝나는 곳에 폴의 작업장이 있다.



워릭 지방 신문에서 인터뷰가 있었는데 바로 폴의 정원에서 촬영을 했다. 우리 일행의 숙소는 폴의 집이었는데 우리 방은 지붕 꼭대기 다락방이었다. 하늘로 난 블라인드를 접으니 곧 바로 하늘이 나타난다.

침대에 누워 하늘의 느낌을 그때그때 느낄 수 있다니.....

내일은 레밍턴에 있는 로얄스파센터의 공연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워릭캐슬 앞 공연장>

 

스파센터 공연장을 둘러보니 공연 안내판에 우리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Clown Comedy mime. From South Korea.

별로 맘에 드는 제목은 아니지만 처음 한국인으로 이 무대에 선다하니 자부심과 걱정이 앞선다.

폴과 글렌의 공연이 1부, 2부가 우리 팀의 공연으로 중간 쉬는 시간 15분을 합하면 2시간 30분의 공연이다.

특이한 것은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 동안 관객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휴게실에 나와 차도 마시고 아이들 간식을 사주며 만나는 사람들과 담소를 즐긴다.



처음 유럽 공연을 간다고 했을 때 항공예약에서부터 긴장했었다.

우리의 문화보다 월등한 문화를 갖고 있는 민족이기 때문에 동양인에 대한 그들의 냉랭한 태도로 인해 힘든 상황을 맞을 것이란 충고 아닌 우려를 여러 사람에게 들었던 터라 최대한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리란 긴장감으로 기내식을 줄 때에도 망설이는 기색 없이 이것저것 다 먹어 보리라 다짐한다. 음식에서부터 문화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에 처음 가는 나라에서 가장 먼저 부딪치는 것이 음식에 대한 맛과 향이다.





세익스피어 에어리어



셰익스피어 생가를 관광하며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그들은 꼭 웃어준다. 허둥대다 내가 툭 쳤어도 미안하다며 먼저 사과를 한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었는데 그게 바로 그들의 생활문화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날씨 덕분인 듯 항상 대기 중엔 먼지가 없고 우리와 똑같은 계절인 여름인데도    모기와 파리도 없다.

 



                                   <영국광대의 거리공연 모습>

 

셰익스피어에 관해선 더 이상 할말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잘 보존되어 관광명소로 항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셰익스피어 극장, 셰익스피어의 생가, 여자친구 집, 셰익스피어 뮤지어, 셰익스피어 로드.

하루를 다 돌고 카페(The windmill pob)에서 부농이었던 셰익스피어의 여자친구 집에서 빚었다던 사이다 맥주를 마시고 카페에 걸린 셰익스피어 극단의 배우였던 사진들을 감상한다.



영국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던가.

생전에 그가 즐겨 썼다는 새의 깃털로 만든 펜을 하나 산다.
 
 



워-릭 성에 가다(Warwick Castle)



시대나 배경이나 역사를 뒤로하고 동양인의 눈으로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마주한 성에대해 느낌만으로 얘기하고 싶다.

성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보물 창고다.

2003. 7.16 노트에 간단히 메모한 글이다.



어릴 때 동화책을 펴들면 성과 공주와 양떼들과 이름 모를 꽃들 색색으로 신비하고 예쁘고,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의 모습들이 어찌나 마음에 와 닿던지.....유난시절이 채 끝나기도 전, 현실의 산천초목과 동화와는 너무 다른 그림에 나름대로 이유를 만들었었다. 이 동화책의 배경은 다른 나라니까. 먼 이국이니까, 우리와는 너무 틀린 거야.



나이가 들어 그래도 마음속에 동화를 그리지만, 동양의 신비한 나라들 인도라든가 방콕, 일본들을 다녀와서도 동화의 그림과 그들 나라의 현실과는 너무 큰 괴뢰 감이 들었었다.

 



                                                         <런던에서 2층버스를 타고>

 

일례로 인도의 타지마할을 보았을 때 그 감동은 어디 비견 할 수 없었지만 주변의 서민의 삶과 너무도 다름에 여지없이 동화는 동화 일 수밖에 없었다. 워-릭 성을 보고 난 다음에 느낌은 이제껏 보아온 동화책은 너무 조악하다는 느낌이다. 보물 창고 주변을 자연이 감싸고 있고 몇 백 년을 이어온 그 토지 위에 세워진 집들은 한 세기를 넘겼으면서도 그리 아름다울 수 없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에 시샘이 인다. 동화책에 담기엔 너무 크고 구석구석 너무 아름다운 성. 너른 목치지대 집집마다 가꾸고 있는 앞마당 정원과 뒤 정원 자연스레 커가는 들풀들. 우리나라에선 들녘에서 제 혼자 폈다 스러져갈 들꽃들이 대량으로 가꿔져 신비한 보랏빛을 만들어 꽃 중의 꽃으로 제 색을 자랑한다.



솔직하고 당당한 그들의 문화 속에 자연이 있고 음악이 있고 놀이가 있고 자부심이 있고 그로인해 형성되어진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일례로 우리는 골프를 친다하면 일반인이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스포츠이지만 그들은 하루에 우리 돈 3000원 정도면 필드에 나가 운동 할 수 있다.

스포츠는 그냥 스포츠이지 그것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협한 내생각일지라도 아름다운 워-릭 성을 보며 느낀 내 생각이다.


 
 



코벤 가든 공연



런던 중심가의 코벤가든 공연

거대한 쇼핑몰이다.

지하층 식당가엔 이태리 프랑스 독일 등에서 유학 온 성악가들의 노래가 시간제로 이어지고 1층 쇼핑몰 인사이드엔 국적이 다른 나라의 공연자들이 자신의 공연시간에 맞춰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 엑스포에 거리 공연자로 초빙되어졌던 찰리 채플린을 영국 코벤가든 공연장에서 또 만났다. 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공연을 하는데 코벤 가든 매니저의 심사가 끝나야 인사이드에서의 공연이 허락되어진다.

 



                                                  <레밍턴 로얄스파센터 공연>

 

아웃사이드엔 누가 보던 말든 열심히 연습하고 혹은 공연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띈다. 특이한 것은 보는이나 하는이나 자연스레 하나 되고 재미없으면 슬며시 떠나고 공연을 보고난 후엔 꼭 동전을 넣고 하루에 몇 번이고 거리 공연자들을 만나도 흥미가 있어 발길을 멈추었다면 동전을 넣는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거리문화와 접촉하고 더불어 나눔의 지혜까지 배우고 자란다.



인사이드에서 우리의 공연은 유럽의 덩치 큰 친구들과의 대립 아닌 대립으로 가슴 졸인다. 셋이 한 팀을 이뤄 공연했다. 매니저 말이 시종일관 부산스레 유럽의 공연자들에 비해 신비하고 재미있었다며 저녁 대접을 한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와가가미란 식당에서 우리 돈으로 엄청난 값을 치루고 국수를 먹었다. 차라리 영국 음식이 훨씬 맛있다.



웬일이니 우리의 공연 모자에도 약 50파운드 동전이 모였다. 영국에서 거리공연만 해도 밥 굶지 않겠다. 이층 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를 돌고 코벤 가든에서 공연하고 우린 코벤트거리로 간다. 역시 잉글런드의 런던보다 웨일즈 워-릭이 내겐 더 편한가 보다. 워-릭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워-릭 포크 페스티벌





폴과 함께 3일간 벌어지는 페스티벌 장소에 가봤다.

몇 천 평은 족히 넘어 보이는 잔디운동장, 소공연장, 대공연자 웍-샵을 할 수 있는 음악식 워-릭 고등학교라 했다. 그 크기에 놀라고 학교 건물 옆으로 대형 천막이 들어오고 몇 개의 천막부스가 눈에 띈다.

도대체 여기서 어떤 식으로(?)

우리의 다음 일정은 극장 공연이 한번 거리공연이 두 번 웍-샵이 두 번 각 공연장과의 거리는 25분, 15분 혹은5분 도보로 걸어서 가약된다. 워-릭 고등학교를 기점으로 중심가가 전부 축제장소인 셈이 된다. 워-릭에선 택시를 보지 못했다 대신 축제기간 내내 시티투어 버스가 운행된다. 30분 간격으로.......

 



                                                    <워릭페스티벌에서 영국배우와 함께>

 

간밤에 내린 비로 잔디가 다 젖었을 텐데라고 걱정하며 운동자에 가본 우린 말문을 열지 못했다. 밤사이에 어디서 왔는지 이동주택 차들과 텐트로 그 넓은 운동장이 꽉 찼다. 축구 쪽으로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하는 중국요리 차가 보이고 간이식당 텐트가 대여섯 개 대형 텐트 앞쪽 운동장 가장자리로 각종 민속 악기 및 워-릭을 대표하는 상품들이 들어와 있다. 각 공연장엔 리허설 준비로 바쁘고 맥주를 마시는 빠에서 기니-스를 마시고 그 흑 맥주의 맛에 반해 버렸다. 아일랜드산 맥주라 했다. 부드러운 거품이 크림처럼 미세한 입자로 한컵 다 마실 때까지도 남아 달콤한 뒷맛을 준다.



자유이용권 같은 손목 팔찌를 주는데 행사기간 내내 어느 공연이든 관람 할 수 있다. 큰 공연장에선 민속춤을 가르치고 참가자 누구나 친구 되어 뛰고 텐트촌에 선 공연자가 아니라도 자신들의 악기로 연주하고 노래하고 마신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공연장에도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공연 태도로 인해 별 차질 없이 진행되고 드넓은 공간 이어서인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 축제가 벌어진다. 심야에 공연되어진 실내 공연인 우리 공연장도 웃고 즐길 준비가 되어져있는 관객들로 인해 활기차다.

공연이 끝나고 대형 텐트 쪽에서 우리의 친구 폴의 공연이 있어 진디 위에 모포를 깔고 기니-스를 마시며 우리의 친구 폴의 공연이 있어 잔디 위에 저스틴, 글렌, 켈리, 죠, 켈빈,니조로비와 담소한다. 



커다랗지만 호들갑 떨지 않고 질서 있지만 메이지 않고 누구나 음악을 하지만, 누구도 난척하지 않고 모두 함께  즐기는 이들의 문화는 분명 하루아침에 생성되어진 것이 아닌 이들이 자랑해도 좋을 유럽만의 굳건한 토대이리라. 유럽에 가면 고딕 양식이나 고성 오래된 그들의 중세문화 대영 박물관을 보고 쇼크를 먹고 기절하고 싶던 내 열망은 오히려 그들의 삶속에 녹아든 예술로 인해 문예 부흥시대 르네상스인 중에 하나이던 세익스피어의 위대한 유산에 두고두고 가슴 저리다. 도대체 우리의 문화는 어디까지 와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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