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준복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정책위원장

인천시가 올해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집행한다. 조기 집행이다. 지난해에는 위기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집행속도를 높이는 데 역점을 뒀다면, 올해는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집행계획을 면밀히 세워 낭비 없는 건실한 조기집행을 하겠다는게 방침이다.

군·구와 산하 공사 공단도 마찬가지다. 이들 단체의 올해 살림 규모는 14조4,733억 원, 이 가운데 집행대상 8조556억 원의 60%인 4조8,333억 원이 상반기에 조기 집행된다.

희망근로 등 일자리지원과 민생안정, SOC사업(도로건설), 공원조성사업 등 시민과 밀접한 사업들을 중점 추진하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게 된다.

○ 예산조기집행 계획

기 관 별

집행대상예산액

조기집행예상액

비율

총 액

80,566억

48,333억

60.0%

인 천 시

49,093

29,942

 

경 제 청

6,944

4,360

 

도시개발공사

14,474

9,666

 

계 양 구

821

493

 

서 구

1,320

792

 

옹 진 군

2,313

1,542

 

이를 위해 상반기 발주 사업은 긴급입찰을 실시하고, 계약 발주 후, 선금을 법정최대한도인 70%까지 반강제적으로 타가도록 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해의 경우 당장 현금이 필요하지 않아 선금을 받을 이유가 없는 회사들에게도 의무적으로 가져가도록 하면서 업체들의 불만이 쌓였다.

선금을 받기 위해서는 회사의 신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선급금의 1%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다. 또 신용등급이 좋지 않을 경우 별도의 담보를 제공하고 보증서를 끊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상반기에 선금을 무더기로 떠안은 업체들은 하반기 들어 기성이 급격하게 줄자 현금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다 상반기 사업을 긴급입찰로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충분한 설계기간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발주가 이뤄져 건설업체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난해 예산조기집행은 실적 쌓기 비판

지난해 시의 세수가 목표액 대비 85% 수준으로 감소했다. 때문에 자치구에 지급해야 할 재원조정교부금도 평균 127억 원(20.4%)씩 감액했다.

또한 조기집행을 추진하기 위해 보유자금인 정기예금 3천억 원을 해지했다. 이로 인해 이자수입 113억 원도 공중에 날려버렸다. 단기간에 목표량 달성을 위해 과다한 발주로 공사 관련 설계(용역)는 부실 설계로 설계변경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그러니 자연 중복집행,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공사가 단기간제 집중되면서 공사현장에서 인건비나 일부자재비가 급등하기도 했다. 인력난과 일부 자재난을 겪기도 했다. 수의계약이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대부분 사업은 입찰을 통해 공사를 수주한다. 따라서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는 업체와 수주가 몰리는 업체가 발생했다. 중소업체의 경우 단기간 급 발주된 공사는 하도급하거나, 타 업체에 넘기는 등의 탈법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보도블럭 교체공사를 단기간에 걸쳐 시행했다. 도시축전을 목전에 두고 급하게 자전거 도로를 설치했다가 문제가 되자 일부 도로는 재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도로변에 꽃 박스 설치는 형식에 불과 했다. 멀쩡한 가로등(전봇대)을 교체했다. 이렇듯 급조된 사업선정과 시행으로 엄청난 비판들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실적 쌓기에 치중해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자치단체 관련공무원들도 의견을 같이한다.

올해도 빚내서 조기집행

올해 들어 시는 벌써부터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조기집행 재원 1천500억 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모지방채권을 발행했다. 금고가 비었기 때문이다. 빚을 내서 조기집행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급속한 재정악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예산집행부서 공무원들은 예산조기집행에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지만 지난해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예산만 지난해에 비해 줄었을 뿐이다. 조기집행의 범위와 실시 여부에 대한 권한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위임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작년의 경우 상반기에 수주한 업체는 늘어났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공사발주가 전년보다 감소해 건설경기 활성화에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 조기집행에 효과를 내려면

시와 군,구 공사 공단의 예산조기집행이 강압적 지시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안정적 일자리지원과 서민생활지원, 중소기업과 건설업계 등으로 돈이 흘러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연초에 경제 살리기를 위해 상반기 재정지출을 늘리겠다는 발표를 관행처럼 해왔다. 하지만 돈이 현장까지 제 때 지급되지 않거나 하반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치단체가 발주 준비와 설계, 계약, 자금 집행단계에 이르기까지 이런 저런 행정절차를 밟으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군․구는 실적발표에만 급급한 채 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서민은 물론 관련업계로부터 불평과 불만을 샀다. 여기에는 국고 보조금과 교부세, 자치구 재원조정교부금의 지원속도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재정 조기집행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지게 한 원인도 있다.

따라서 예산이 제때 지원되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당연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방재정 악화로 자체 예산마련이 어려운 구·군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그런 점을 감안해 시에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집행해야 한다. 시는 자치구에 재원조정교부금을 제때 균형있게 배분해 주어야 한다. 지난해처럼 연말까지 절반도 교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자치단체가 예산타령만 할 게 아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자세로 예산조기집행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여하고, 고용이 지속될 수 있도록 혁신적 발상의 전환과 소통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물론 중복투자 등 자금낭비나 도덕적 해이는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시용이 아닌 제대로 된 재정 조기집행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박준복 님은 인천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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