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의 복지-예산길라잡이 ]

“사통망으로 일하다보면 정말 화가 치밀어 미치겠습니다.”

복지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정부가 260억 원을 들여 만든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복지전담 공무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요즘 시군구 복지전담공무원들은 사통망 운영에 매일 밤 자정이 가깝도록, 토․일요일 휴무 없이 일하고 있다. 운영 두 달이 된 지금 피로가 겹치고, 심한 스트레스로 민원인 응대하기도 힘겹다. 이대로 가면 격무로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통망은, “복지 업무의 효율화”와 “부정․ 중복수급자 차단” 그리고 “수요자 중심의 복지행정” 처리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이다. 약 120여개 복지급여와 서비스 이력을 개인별․가구별로 통합관리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매일 밤늦도록 야근으로 파김치가 되다시피 한 복지전담공무원들은 죽을 맛이다. 시스템이 오로지 부정을 막는데 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읍면동은 인력이 줄어 방문상담을 할 여유가 없다. 시군구는 통합조사 관리업무가 폭증했다. 업무의 효율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밤 늦도록 야근을 하지 않고는 일처리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폭증한 업무량에 시스템은 오류가 계속된다. 제대로 입력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입력한 걸 대사하고 고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업무는 업무대로 밀린다.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한명씩 차출 형식으로 시군구청에 인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에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읍면동에서는 하루에 5가구 월 평균 20가구, 2인 기준 분기별 100가구 이상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의 인력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정부가 충분한 사전 검증 없이 졸속으로 시행한 결과이다. 시행전 시스템은 시험운영도 하지 않았다. 한 두 차례 전산교육만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니 정부가 강조해온 “공무원들의 업무량이 줄어든다. 대신 주민을 직접 찾아가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 주민들은 누구나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했다.”는 약속은 탁상에서 나온 구호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들은 사통망을 두고 “사용설명서를 보고 익히느라 터지는 골통” “사용설명서 대로 안 되니 터지는 분통”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 나쁜 복지공무원 때문이라니 터지는 울화통” “하루에도 몇 번씩 욕하는 민원인 때문에 터지는 염통” 이렇게 4가지가 동시에 터져 사통이라는 한 맺힌 소리를 하고 있다.

‘03년도 4조 8천억 원이었던 복지예산은 지난해 14조 5천억 원으로 3배나 크게 증가했다. 복지서비스도 100가지 이상으로 다양해 졌다. 그러나 주민들의 복지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다.

이유는 일선 복지전담공무원들이 각종조사와 행정업무 과중 때문이다. 주민들을 찾아가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도와주지 못했다. 예산이 각 분야별로 지급되어 개인별 지원현황 파악이 어려웠다. 중복되거나 누락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공금횡령 유용 등 복지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았다.

그래서 만든 것이 사통망이다. 그런데 전산과 조직시스템의 졸속으로 오히려 일선 사회복지전달체계의 부실만 키우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현재 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업무의 과부하,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혼란사태는 정부가 현실을 무시하고 속도전으로 밀어 붙인 결과이다.

찾아가는 서비스, 맞춤형 서비스는 말이 아니라 적절한 인력 확보 없이는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종전 시스템으로 전환시키지 않으려면 근본적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조직과 인력을 배로 증원하지 않고서는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 행정조직은 물론 복지관련 시민단체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글쓴이 박준복 님은 인천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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