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계에선 중앙언론에 비해 재정이 취약한 지역신문의 경우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일선 기자들의 광고 유치가 일반화돼있고, 일부의 경우 이권에 개입하고 있는 사례도 심심치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역신문발전법안 통과와 관련, 지역신문의 실태와 ‘지역신문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해 어떻게 지원할지’ 등 쟁점사항, 그리고 국회통과 일지 등을 점검해봤다.

△ 광고강매·이권개입 등 구태 여전 = 지역신문들의 광고강매 및 사업협찬 강요 등 구태가 여전하다는 게 현업자들의 설명이다. 한 지역일간지 K신문의 중견기자는 “어디까지가 광고강매인지 기준이 애매모호 하지만 강매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며 “검찰의 기획수사에 걸려들면 신문 이미지가 깎이기 때문에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신문의 경우 대부분의 광고주가 건설업체라는 점을 의식해 이들에 대한 기사의 날이 무뎌져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만한 대형비리가 아니면 민원성 제보 같은 경우는 대부분 넘어가 주는 식의 암묵적 카르텔이 형성돼있다는 전언이다.

강명수 인천뉴스(www.incheonnews.com) 대표는 “대부분의 신문들이 건설업자들이 사주이기 때문에 사주 관련 비판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각사의 카르텔이 형성돼 암묵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주겠다며 광고 유치를 강요하는 신문사도 있다. K신문 기자는 “영남지역의 한 일간지의 경우 5%의 리베이트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도 그와 비슷한 비중의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언론사 사주나 기자가 광고강매나 이권개입으로 검찰에 구속되는 사례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99년 경기지역 한 일간지의 사주는 기자들에게 광고강매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밀착해 사업을 따내는 경우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지역 일간지에 종사하는 한 기자는 “도에서 사업하면서 각 신문의 사세에 따라 알아서 예산을 지원해준다”면서 “이에 대해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솔직히 지역신문의 생존을 위한 대안이라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 열악한 근무여건 = 이런 문제는 오래 전부터 반복돼온 것으로 근본적으로 기자들의 근무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업자들의 불만이다. 경기지역의 한 일간지 기자는 “최근 들어 관공서의 계도지가 많이 줄어들어 지방지의 수입이 감소하다보니 기자의 월급을 깎고, 발행일을 줄이는 식으로 운영을 하곤 한다”며 “이 때문에 기자들의 이직률도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전까지 인천지역의 한 일간지에 근무했던 기자는 “월급도 적지만 제때 받지도 못하고 월급을 충당하기 위해 광고를 떼오고, 그 수당으로 월급을 받아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역신문이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과도한 서울집중화에도 그 원인이 있다. 지역주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정책은 중앙 정부에서 관리하다보니 지역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는 기사가치가 낮고 대기업 본사들도 서울에 몰려 있다보니 광고 상황도 열악하다. 여기다 메이저 신문들의 경품 공세까지 더해져 지역신문은 애당초 경쟁이 안된다는 게 현업자들의 설명이다.

우희창 지역언론개혁연대 사무국장은 “한마디로 지역언론은 빈사상태”라며 “대부분 기자들의 월급이 100만원 이하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고 있고, IMF를 거치면서 꼭 월급을 줘야 한다는 생각마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우 국장은 “월급도 제대로 안주는 회사를 도와주는 것은 독버섯에 거름주는 꼴”이라며 “가능성 있는 건강한 언론에 지원해야 하고 나머지는 자연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향후과제 = 지역언론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지역신문의 고사위기는 신문 스스로 독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해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며 “지역언론들도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결국 독자들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중석 지방분권국민운동 대변인(강원도민일보 상무)은 “법안을 통해서 지역언론을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지역언론들은 또 내부의 자기혁신을 통해서 양쪽이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석가리기 등 보완점 많아”- 지역신문발전법 쟁점 정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안(아래 지역신문법)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과 기준 등 미묘한 조항을 시행령으로 넘겨 논란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또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구성을 두고 정치권과 직능단체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각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지역언론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개혁입법으로서의 취지는 퇴색해 향후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 정치권·직능단체 이해관계 대변 우려 = 지역신문법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이 교섭단체 간사와 협의해 추천한 자로 구성하고, 3명은 한국신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언론학회가 추천하는 인사 각 1인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각 직능단체와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언론 개혁 취지를 반영하기보다는 정치권과 가까운 제도권 언론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애초 입법 취지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언론개혁연대 우희창 사무국장은 “신문협회나 언론학회가 지역언론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지역신문발전위원 추천 자격을 갖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 기금 지원기준 세분화·강화 필요 = 지역언론개혁연대가 제안한 법안에서는 기금 지원 결격사유로 ‘광고 강매’를 적시해 사이비 지역언론이 이 기금을 지원받을 수 없도록 명시했다.

또 우선 지원기준 조항으로 △노사 대표가 동등하게 참여해 편집규약을 제정·시행하는 경우 △정간법에 의해 신문사 종사자의 편집활동을 보호하고 있는 경우 △신문의 발행·취재·보도 담당자가 윤리강령을 준수하는 경우 등을 별도로 규정했다.
그러나 2일 국회를 통과한 지역신문법안은 지원 결격사유는 따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우선 지원기준 조항은 시행령으로 위임했다.

법안은 기금의 지원 기준으로 △1년 이상 정상 발행하는 경우 △광고 비중이 전체 지면의 2분의 1 이상을 넘지 아니하는 경우 △발행부수공사에 가입한 경우 △지배주주 및 발행인·편집인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신문 운영 등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아니한 경우로 규정했다.

법안은 또 “발행주기에 따라 각각 별도의 지원기준을 수립해 지원할 수 있다”고 지원대상을 애매하게 규정해 향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지역의 주·월간지 쪽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는 2일 낸 성명에서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이버 언론에 대한 척결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기금지원을 명목으로 한 국회나 정부의 어떤 간섭도 배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언론개혁연대 장호순 정책위원장(순천향대 신방과 교수)은 개혁적인 논의들이 시행령으로 넘어간 것과 관련해 “모법의 취지에 퇴색되지 않도록 시행령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버섯에 거름주는 사태는 피해야”- 지역언론계 반응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안 통과를 두고 지역신문 업계와 언론 시민단체에서는 우려와 환영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자칫 법안이 잘못 운영될 경우 독버섯에 거름을 주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강명수 인천뉴스 대표는 이 법안에 대해 “지역일간지 뿐만 아니라 구단위의 풀뿌리 신문들까지 지원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법이 통과되더라도 정말 건강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언론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자칫하면 큰 어려움을 겪지 않거나 계도지성 언론들에게 도움이 돌아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강명수 대표는 “지역에서 검증된 시민단체가 위원회를 구성, 신문의 논조와 건강성을 평가해 지원받을 수 있는 신문사들을 가려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중앙신문 강태원 지방부장은 “지역신문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좋으나 피부에 와닿는 작은 일부터 해야 한다”며 “우편발송비 지원이나 기자연수 지원 등이 바로 그 첫걸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안 제정 이후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 한 일간지 부장은 “발행부수는 얼마나 되는지, 실질적으로 독자들에게 신문이 어느 정도 보급되는지를 파악해 언론사를 가려 지원하지 않으면 지방언론사만 더욱 난립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경인일보지부 김순기 위원장은 “지역일간지는 문화관광부에서 집계하지만 그마나 지역주·월간지는 실태조차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법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언론개혁을 위해서 그 실태는 어떤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석 지방분권국민운동 대변인(강원도민일보 상무)은 “언론시장의 균형을 잡는 법안으로서의 의미가 있지만 주간신문까지 지원대상에 들어가면서 선택과 집중의 의미가 훼손된 감이 있다”며 “이 법안으로 금전적 지원은 별로 안될 테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지역언론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ㅁ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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