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이 보수에서 진보적 성향으로 많이 바뀌었다. 이들 단체를 중심으로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고무적이다.

주민참여예산은 예산편성권한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재정민주주의의 실천 현장이다. 전국의 1백 개 이상의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형식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자치단체장은 한정된 예산으로 주민들과의 공약을 이해해야 한다. 할 일은 많은데 재정은 늘 부족하다. 특히 최근 많은 자치단체가 재정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가 형식으로 운영되거나 아직도 제도 시행을 미루고 있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참여예산제도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재정이 위기에 처했다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머리를 맞대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다양한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 합리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인지를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민참여예산제의 가장 핵심인 “지역회의”(지역위원회 또는 동위원회)의 필요와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개방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천의 모 자치단체는 관내거주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자치단체는 조례안에 지역회의(동 또는 면단위)가 없고 시, 구 단위 위원회만 두고 있기도 하다. 있다 해도 10명 내외로 구성하고 있다. 이는 껍데기, 형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반드시 지역회의를 두어야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역회의는 위원수를 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다. 총회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원수를 한정한다면 30∼50명은 되어야 한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는 것이 지방자치, 주민참여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참여의 방법이나 대상도 자생단체 추천이나 모집을 통해 하고 있다. 추천보다는 모집이 더 민주적이다. 더하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동호회, 소상(공)인회, 여성, 노인, 청년회, 청소년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반드시 전문가를 참여시켜 공공성에 부합하는 의견을 집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회의는 공공의 요구를 민주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몇몇 목소리 큰 명망가나 단체가 참여하는 지역회의라고 한다면 의미가 없다.

참여예산학교 운영
 
합리적인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담아내는(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예산은 숫자로 표기되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용어도 어렵다. 예산 전반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용(사업계획)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치단체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예산 설명으로 끝내기도 한다. 이렇게 하니 반상회식 예산요구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영향력 있는 몇몇 단체를 중심으로 예산을 요구하게 되고 공익성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참여예산은 몇 명이 모여, 특정 이해집단 중심으로 사업이 결정 될 수 있는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성, 공익성 위주의 사업으로 발의되고 논의 결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담은 예산학교의 운영이 필요하다.

단순 예산서를 읽고, 사업내용을 담는 수준에서 벗어나 참여예산제도의 필요성 뿐 만 아니라, 참여하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위원의 역할이 지역사회를 성숙(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선진시민의식 교육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예산학교다. 그러나 일부자치단체는 조례에 근거를 두지 않았거나 “운영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두었다. 이는 조례에 근거하고 반드시 “한다”로 강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 위원회 위원의 자격에는 예산학교를 이수 할 수 있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들도 위원으로 참여하는 소극적인 활동보다는 지역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예산학교를 운영하여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제도 성공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자치단체가 참여예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봐야 한다. 껍데기와 형식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그 기초가 지역회의라고 단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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