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

실망이다. ‘벽을 문으로’가 철학인 송영길 인천시장의 ‘주민참여예산제도’ 입법 과정이 그렇다. 시 의회에 상정된 ‘주민참여예산 조례안’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물론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하나 형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시민참여’를 고민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인천시가 왜 재정위기를 격고 있는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억지로 껍데기 제도를 만들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참여예산의 목적, 방향, 상식도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예산정책토론회 개최 10년

인천은 10여 년 전부터 ‘예산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복지보건분야는 전국에 상당한 모범 사례로 알려져 있다. 거버넌스 형태의 주민참여형 예산편성 과정이기 때문이다.

매년 5~6월이면 실행하는 실,국별 ‘토론회’는 수년 전 부터 시민단체와 긴밀한 협의과정을 거친다. 국별로 수백 명의 시민이 참여한다. 시의 내년도 예산편성의 방향과 주요사업계획을 총괄적으로 보고받고 토론한다. 일부에서는 일방적이고 관 주도적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상당부분 토론회 요구사항들이 수렴되고 있다.

이제 ‘참여예산’은 제도로 시행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와 있다. 그렇다면 시는 오랫동안 추진해온 ‘예산정책토론회’ 공과의 평가를 선행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간의 과정을 조례에 담는 노력이 필요 했다. 그러나 입법예고 된 조례에서는 그 어떤 발전적 내용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소통은 ‘참여예산제’ 부터

그동안 ‘참여예산’은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추진해 왔다. 광역단체는 대전에 이어 충북, 인천으로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모범 사례도 없다. 인천이 광역단체의 모범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유는 송영길 시장의 정책공약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선거연대와 시장과 약속한 88개 정책 과제가 있다. 그 첫 번째 과제가 ‘주민참여예산제’였다.

소통을 강조하는 송 시장이다. 그러나 막상 참여예산 관련해서는 관료의 벽에 막혔다. 시민사회와 단 한번 의견 교환도 없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이제도를 밀어 붙이고 있다. 오히려 전임 시장이 예산의 거버넌스의 전형을 만들어 왔다면, 지금의 시정부는 예산편성의 주민참여를 후퇴시키고 있다. 인천시 재정의 위기는 전임시장 시절 불통이 원인이었다. 송 시장은 ‘벽을 문으로’ “소통”이 시정철학이다. 그런데 어째서 재정분야는 더더욱 불통인지 모르겠다. 시민과 소통의 가장 기초적인 학습의 장이 ‘참여예산제’이다.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부터

지난달 필자의 단체는 혹독한 비판을 담아 의견서를 제출했다. 답변이 왔다. ‘참여예산위원회’를 두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아무것도 없던 껍데기 조례(안)에 겨우 30명의 위원회 하나 두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1/3은 실, 국장, 본부장이 참여하겠다고 것이고 시민은 겨우 20명이다. 지금까지 실, 국별 ‘예산정책 토론회’도 토론자만 70~80명에 이른다.

제안한 세부적 내용은 대부분 수용되지 않았다. 예산요구의 기초 단계인 구, 군별, 지역단위 조직(지역회의)은 없다. 최종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게 될 민관협의회는 반드시 있어야 할 조직이다, 연구회(추진단)를 두어 평가와 환류, 추진방향, 제도개선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기본적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능과 참여의 폭도 확대 되어야 한다.

시 예산담당부서가 너무 소극적이다. 송 시장은 입법 추진되고 있는 ‘참여예산’ 추진과정을 제대로 보고 받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소통 없이 추진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인천의 시민사회는 인천시의 ‘참여예산제도’의 시행 과정과 내용에 동의 할 수 없다.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공청회 개최를 통해 다양하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서 모범적인 제도가 만들어 져야한다. 이달 거버넌스 조직인 시정참여정책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안건으로 다룬다고 한다. 여기에 희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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