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사태 바라본 호남 민심은 '싸늘'

▲ <광주일보> 15일 치 1면

"총선서 그렇게 밀어줬는데..."
"부정·폭력... '몰염치 진보'에 배신감"
"통합진보당, 차라리 간판 내려라" 

불과 한 달 만이다. 호남지역에서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된다는 통념을 깨고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당 바람'을 잠재울 정도로 막강한 돌풍을 일으켰던 통합진보당이 호남지역에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난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광주·전남, 전북지역에서 민주통합당에 이어 제2당의 위치를 부여받았다. 이같은 점에서 통합진보당은 총선 이후 크게 고무됐다. 하지만, 지금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등이 가득하다는 평이다. 후폭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전남에서 2명, 전북에서 1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통합진보당은 광주 18.6%, 전남 14.7%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각각 1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통합진보당이 보여준 골 깊은 내홍과 폭력 사태 등으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지난 10년 동안 이 지역에 뿌리를 내렸던 진보정당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연말 대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총선서 그렇게 밀어줬는데... 몰염치" 

  
<남도일보> 14일 치 4면.
ⓒ 남도일보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 파행에 5.18 32주년을 앞둔 광주·전남지역 민심은 싸늘해졌다. 15일 지역 일간지 1면과 사설 등 지면에서 이같은 기류가 묻어났다. <광주일보>는 이날 1면과 4면 머릿기사로 통합진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지역민심을 함께 전했다. 

<광주일보>는 이날 '부정·폭력... 몰염치 진보에 배신감'이란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과 폭력사태를 바라보는 광주·전남 지역민의 눈길이 싸늘하다"며 "연말 대선의 정권 교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우려와 함께 '몰염치' 진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일보>는 또 "지역 정치권에서는 통합진보당이 혁신적인 수습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으로 고사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며 "통합진보당의 진흙탕 싸움에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야권은 물론 지역 민심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에 이어 제2당이 됐다는 점에서 실망이 단단히 컸던 모양이다. <광주일보>는 "광주·전남지역 통합진보당 진영도 곤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 당선과 광주의 제2당을 만들어줬는데, 비례대표 선출에서의 부정 선거와 폭력 사태로 죄송함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혁신을 통해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통합진보당 광주시당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방선거서 최초 단체장 당선까지 노렸는데..." 

<광주일보>는 또한 이날 4면에서도 머릿기사로 이 사안을 비중 있게 다뤘다. '총선서 그렇게 밀어줬는데…통합진보 광주·전남 일부 당원들 패닉'이란 제목의 기사는 "지난 4·11 총선 광주·전남에서 2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고 정당 득표율 18%가 넘는 지지를 받아 광주·전남지역 제2당으로 떠올랐던 통합진보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일부 당원들은 극심한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광주일보>는 이 기사를 통해 "통합진보당 광주·전남지역 당원들은 4.11 총선의 바람을 타고 2년 뒤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다수의 단체장 및 지방의원 진입까지 노렸던 만큼 이번 파동이 급격한 정당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며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당권파인 옛 민주노동당 세력이 주도하고 있어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텃밭을 위협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가 컸던 것. 전남에서는 김선동 의원이 순천시장 출신의 민주통합당 노관규 후보를 꺾었고, 야권연대 후보였지만,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오병윤 후보가 당선되는 등 전반적으로 통합진보당의 분위기가 고무됐다. 특히 총선 분위기를 몰아 2년 뒤 지방선거에서 최초 단체장 당선 등을 노리는 희망과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광주일보>는 "이번 사태로 광주·전남 당원들은 이런 좋은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일보>는 그 이유로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에 대항할만한 진보정당으로 자리했다는 자부심을 한꺼번에 날린 데다 이번 폭력사태의 핵심인 당권파가 주류라는 점에서도 지역민의 차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뼈를 깎는 반성을... 혼란 계속돼서는 안 돼" 

  
<전남일보> 14일치 사설.
ⓒ 전남일보
통합진보당

<전남일보>는 14일 사설에서 돌아선 민심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호되게 질타했다. '통합진보당 차라리 간판 내려라'라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전해진다. 사설은 "이번 폭력 사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며 "야권연대가 파기되고 통진당의 분열이 계속된다면 연말 대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사설은 "이번 사태로 통진당은 다시 분당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그러나 분당은 최악의 선택이다. 말만이 아닌 진정으로 뼈를 깎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설 말미에서는 "갈 데까지 간 통합진보당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국민들이 이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느냐는 순전히 그들의 진정성과 앞으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충고했다. 

<남도일보>도 이날 '통합진보당 사태 잇단 '우려'의 목소리'란 제목의 4면 머릿기사에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을 주목했다. 기사는 "박지원 대표 겸 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며 "야권연대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 정권교체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민주통합당은 연말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통합진보당이 당내 선거부정 의혹 진상규명과 어제의 폭력사태에 대해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며 "더 이상의 폭력사태와 무책임한 혼란이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힌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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