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어느 날

불현듯, 숨어 들어온 손길

난 거부하지 못했다

살갗을 스치는 부드러운 감촉이란!

 

온몸을 더듬는

그의 엉큼함이라니

쿵쾅대는 심장을 들킬까 숨죽이며

열꽃 암내를 피우며 그를 탐한다

 

만인의 연인 사월의 햇살,

난 그와 불륜 중이다

-정경해 시집 <미추홀 연가>에서

 

정경해

 충북 충주 생. 1995년 <인천문단> 신인상. 2005년 <문학나무> 신인상. 시집 <선로 위 라니브 가수>, <미추홀 연가>.

 

봄이 봄다운 것은 가슴을 일렁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새 생명들이 일시에 소생하는 봄의 강력한 기운은 튼실한 열매의 확실한 전조이다. 엘리어트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싯구로 내리막길로 향하는 인간과 시대를 진단했지만, 이 말을 뒤집으면 역시 4월은 ‘생명력이 가장 왕성한 계절’임이 분명하다.

생명력이 왕성하다는 말은 성적 에너지 발현이 최고치로 상승된다는 말이다. 봄바람과 봄햇살에 온몸이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생명체의 기본적인 본능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봄에 충동적으로 혹은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연과 세계를 향해 몸과 마음을 충분히 열어두어 봄의 기운을 마음껏 들이마시는 사람들에게 특히 생명 에너지는 더욱 강력해지고, 그만큼 새로운 내일의 알찬 열매는 보장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봄과의 내통은 사실 불륜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교감이며, 건강한 사랑이다. 불륜이라 할 만큼 봄의 기운에 모든 것을 뺏기고 있는 시인의 감각적이며 또한 자연스러운 반응이 일상적인 계절의 변화에서 평범치 않은 봄의 본질을 끌어내고 있다./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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