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의 주원인…망막 혈관 장애로 발생

당뇨 환자라면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질환이 있다. 바로 눈에 오는 당뇨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 제 때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하면 실명까지 이를 수 있어 당뇨 환자에게 무엇보다 주의가 필요한 합병증이다.

당뇨병에 걸렸는데 어떻게 눈까지 실명되는 걸까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당뇨병은 우리 몸 구석구석 전신의 혈관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당연히 눈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실제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다. 녹내장, 황반변성과 함께 실명의 3대 원인질환으로 꼽히며, 20세 이상 성인에서 발생하는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당뇨망막병증 환자 수가 약 3배 가까이 늘어 질환에 대한 당뇨 환자의 올바른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생활이 서구화되어 달고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면서 당뇨병 환자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눈에 오는 당뇨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다.

당뇨병은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무서운 질환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망막병증 역시 당뇨로 인한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으로 인해 혈당이 높아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망막에 분포하고 있는 혈관에 장애를 일으켜 발생한다.

망막은 우리 눈의 뒤쪽 벽에 있는 1mm도 안 되는 얇은 막으로 수정체를 통해 들어온 빛의 초점이 맺히는 부위다. 망막에서 초점이 맺힌 빛과 상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므로 망막은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망막에는 혈관이 풍부해 크게 4분지의 동맥과 정맥이 혈액을 공급하고 순환시키는데, 당뇨로 인해 이 혈관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하고, 약해져 출혈을 일으키거나, 신생혈관을 만들어 내거나, 혈관확장을 일으키는 경우 등이 바로 당뇨망막병증이다. 이처럼 망막에 출혈이 일어나거나 상처가 나면 초점이 희미해진 상을 뇌로 보내게 되어 시력저하가 발생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오래될수록 더 많이 발생하고 15년에서 20년이 지나면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물론 당뇨 조절을 적절히 하지 않으면 더 빨리 발생한다.

망막에 새로운 혈관이 생기는지의 여부에 따라 비증식성과 증식성으로 나뉜다.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망막병증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약 90%가 여기에 해당한다. 새로운 혈관 생성이 없이 망막 내부에만 여러 가지 혈관의 이상이나 출혈, 부종 등이 있는 경우다. 당뇨 조절로 호전될 수 있으나 방치하면 대부분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된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망막에 비정상적 혈관들이 새롭게 생성되는 경우다. 이 혈관들로 인해 쉽게 출혈을 일으키고, 주위에 막들이 자라나와 망막을 잡아당겨 망막박리가 생기기도 한다. 신생혈관이 유리체로 자라 들어가 출혈이 생기면 눈앞에 떠다니는 그림자가 보이고, 홍채로 자라 들어가면 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심한 시력저하 또는 실명까지도 이를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초기에는 혈당을 조절하며 경과를 관찰하다가 심해지면 레이저 치료를 시행한다. 레이저 치료(레이저광응고술)는 레이저를 쏘아 손상된 망막을 파괴함으로써 망막의 산소 요구량을 감소시키고 신생혈관을 퇴화하게 만든다. 현재의 당뇨망막병증을 완전히 치료하거나 시력을 개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다. 대개 1주 또는 2주 간격으로 한 쪽 눈에 2~3회 정도 시행한다.

당뇨성 황반부종이나 증식성 망막병증으로 진행하면서 신생혈관으로 인해 망막출혈, 유리체출혈, 견인성 망막박리 등이 발생해 심각한 시력 저하가 초래된 경우는 레이저 치료와 병행해 스테로이드나 항체주사요법(눈 속에 신생 혈관 형성 단백질을 억제하는 항체를 주사)을 시행하기도 한다. 레이저 치료의 시기를 놓쳤거나 레이저 치료와 주사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출혈 또는 망막박리로 시력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에는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한다.

당뇨병성 합병증은 초기에 환자가 자각할만한 특별한 증상이 없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될 정도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당뇨망막병증 역시 초기에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시력저하가 발생했다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통해 질환을 제 때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안과 전문의의 주기적인 추적관찰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망막병증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당뇨로 인한 시력장애의 유발 위험이 높다는 것을 숙지하고 최소 1년에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안과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

현재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되고 있다면 최소 3개월 간격으로 안과를 찾아 합병증 발생여부를 살피고, 눈에 이상을 느낄 경우 바로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

이외에도 혈당조절을 잘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당뇨식이요법,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혈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줄이고 혈압조절에도 신경써야 한다. 특히 당뇨로 인한 신장질환이 있으면 심한 당뇨망막병증에 이를 위험성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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