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료원 산부인과 김만성과장

인천의료원 산부인과 김만성 과장
(성폭력피해자 지원 원스톱센터 전담의)

인천의료원 산부인과 김만성 과장(성폭력피해자 지원 원스톱센터 전담의)

흉흉한 세상이다. 최근 강력 성범죄 사건의 보도가 연일 계속되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강간과 강제추행같은 무시무시한 성범죄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까지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질 범죄로 볼 수 있다. 특히 휴가철인 여름은 특히 그 빈도수가 급격히 높아진다.

지난 한 해동안 발생한 성폭력범죄 1만9,458건을 분석해보면 8월에 가장 많은 2,138건(11%)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겨울철인 1월(995건)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여름철에 발생하는 성범죄는 잦고, 많은 여성과 청소년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인천의료원에선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자 ‘성폭력 원스톱 지원센터’를 2006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이는 성범죄를 당해 속을 앓고 있을 피해자(여성, 청소년 등)에 대한 상담과 병원, 경찰서를 오가는 이중․삼중고를 덜고자 만들어진 센터다. 오늘 칼럼에선 성폭력에 대한 예방책과 임신중절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먼저 간단한 성폭력 예방 및 대처요령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한다.
1) 심야시간에 혼자 귀가하지 않고, 길을 걷다 수상한 사람이 뒤따라오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2) 어쩔 수 없이 혼자 귀가할 때에는 호신용품(호루라기, 경보기, 스프레이 등)을 소지하고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3) 택시를 타기 전에 차량번호와 차종을 확인해 탑승 후, 부모나 친구들에게 휴대폰으로 택시번호를 알려준다.
4) 특히 늦은 시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걸어가는 것을 삼가 한다.

성폭력에서 가장 큰 문제를 보이는 건 바로 임신이다.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한 강제적 임신은 「모자보건법」에 따라 합법적 임신중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러한 것을 모르거나 경황이 없어 늦은 중절을 하기 마련이다.

가장 이상적인 임신 중절 시기는 임신 8주 이내이다. 이때는 중절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이 매우 적은 시기이며 쉽게 치료되는 시기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원스톱센터에서도 임신 중절수술을 하려면 미혼 성인의 경우 본인 동의로만 가능하나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가 지연되면 의사가 중절수술을 꺼려하게 된다.

성폭력을 당한 경우엔 지체 없이 국가위탁형 통합지원센터(원스톱센터, 해바라기아동센터,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를 방문해 면접상담과 임신주수 확인검사를 진행하고 수사팀과 회의를 통하여 성폭력에 의한 임신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고소하지 않는 피해자의 경우에는 고소하도록 설득하고,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특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므로 합병증 발생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성적으로 무지한 청소년과 지적 장애인 피해자의 경우에는 본인이 임신여부를 모를 경우가 있어 임신 4개월 이후에야 가족이나 주변인에 의해 인지되는 경우가 많으며 상담, 의뢰 절차를 거치면 더욱 유산시기가 늦어지게 될 수 있다.

타인에 의해 성폭력, 끔찍하고 아픈 기억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그냥 방치한다면 더욱 큰 아픔이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도 있다. 부득이한 피해를 당했다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적절한 상담을 진행한다면 본인과 가족의 아픔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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