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거울
장독대 간장독 뚜껑을 열어보니 간장은 보이지 않고
한 단지 가득 하늘이 들어 있습니다
엷은 구름 한 장, 헤진 모시적삼처럼 수막에 떠있습니다
간장 속, 그 속
메주가 푹 삭아 거울이 된 것이겠지요
포대기 냄새가 나는 것이겠지요
깊이를 알 수 없는 당신의 그림자, 눈을 닮았습니다
잎맥만 간신히 남은 이파리 하나 바람에 흘러갑니다
-계간 리토피아 여름호에서
경북 안동 출생.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2013년 숲속의 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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