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극단, 셰익스피어 4대 비극시리즈 그 마지막 작품

인천시립극단이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리어왕>을 오는 22일부터 12월 1일까지 10일에 걸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한다.

2010년 <멕베스>를 시작으로 2011년 <햄릿>, 2012년 <오델로>를 차례로 무대에 올린 인천시립극단은 이로써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매년 1편씩 제작․공연하는 4년간의 장기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4대 비극 중 그 어떤 작품보다 비극의 강도가 가장 처절하고 참담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리어왕>은 부모·자식간의 갈등을 보다 다원적으로 전개한다. 늙고 나약한 리어왕은 왕위에서 물러나면서 세 딸에게 자신에 대한 사랑을 말로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에 따라 나라를 분할해 주겠다고 한다.

첫째 딸 거너릴와 둘째 딸 리건은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지만 가장 사랑하던 막내딸 코딜리어는 아첨하기를 거부한다. 성난 리어왕은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만 나라를 물려주지만, 두 딸은 아버지를 배신하고 리어왕은 광야에서 미쳐 버린다.

인천시립극단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시리즈를 공연한 지난 시간동안 제목이나 기본적인 줄거리만 남겨두고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각색하는 근래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극적 상상력을 확대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리어왕>도 원작의 기본적인 골격을 그대로 살리되, 언어의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 각색했다. ‘언어의 천재’라고도 불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영어 원문으로 들을 때 비로소 특유의 악센트와 음율로 ‘소리의 맛’, 즉 ‘듣는 맛’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번역의 과정에서 그러한 부분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각색의 과정에서부터 한국어의 맛이 사는 표현을 충실히 살리고자 노력했다.

<리어왕>은 복잡한 인간관계과 갈등이 담긴 비극이지만, 공연 내내 슬프고 침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스꽝스럽고 기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모든 사건들이 모여 종국에는 삶의 재앙, 즉 비극으로 가는 우리네 삶을 그대로 담아내었다. 따라서 관객은 극 속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끝내 피할 수 없는 비극에 함께 가슴 아파 한다.

또한 극의 한축을 담당하는 ‘세 자매’를 더블캐스팅 하여 관객에게 각각 다른 재능과 개성을 가지고 있는 여배우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는 동일한 배역을 두 명, 세 명 혹은 다섯 명까지도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립극단에서는 유래 없는 일이다. 관객에게는 각기 다른 매력의 여배우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배우들에게도 연기를 비교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다.

<리어왕>은 지금 이 시대 우리의 모습
객원연출을 맞은 김철리 연출가는 1997년 제33회 한국백상예술대상 연출상, 2001년 제7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 2010년 제3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2006-2010), 2013년 화성국제연극제 예술감독으로 활약 했다.

그는 <리어왕>에 대해 “권력자의 오만, 독선, 그에 따른 판단 착오와 파멸의 이야기이다. 그 어디보다도 폭력적인 세계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은 ‘거짓’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껍데기만 보고 판단한다.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정신적 또는 육체적인 폭력, 권력에 대한 욕망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부분을 다루고 있기에 관객들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 이라고 전했다.

 

줄거리                                        
“사랑하는 딸들아 말해다오. 너희들 중 누가 이 애비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가?”

리어왕이 늙어 왕위에서 물러나고 세 공주에게 왕국을 나누어 주리라 결심한다. 가장 애정이 깊고 효성스러운 딸에게 가장 큰 은혜를 내리겠다고 약속한다. 맏딸인 올버니 공작의 부인 거너릴과, 둘째 딸인 콘월 공작의 부인 리건은 아첨하는 말로 많은 재산을 받게 된다. 그러나, 막내딸인 코딜리어는 자식으로서의 의무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뿐이라고 하여 리어왕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결국 그녀는 한 푼의 재산도 나누어 받지 못하고 무일푼인 채 프랑스 왕과 결혼하게 된다.

왕위에서 물러난 리어왕은 매달 교대로 두 딸 집에 오가며 살기로 결정을 한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리어왕의 시중을 들기가 역겨워진 딸들은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하기에 이르렀고, 끝내는 폭풍이 몰아치는 밖으로 쫓아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켄트백작은 코딜리어를 편들었다 하여 국외로 추방당하고, 글로스터 백작은 리어왕을 동정한 것으로 해서 리건의 남편에게 두 눈을 뽑혀 버리고 말았다.

한편, 리어왕의 신하인 글로스터 백작에게는 에드거란 아들과 에드먼드라는 배다른 아들이 있었다. 동생인 에드먼드에게 배반당한 형 에드거는 정신병이 든 거지로 변장하여 실명한 아버지의 뒷수발을 든다. 리어왕은 분노와 고통으로 해서 광인이 되어 버리고, 변장한 충신 켄트백작의 안내로 코딜리어를 만난다.

거너릴과 리건은 미남자인 에드먼드에게 정을 쏟게 되고, 그 불의의 사랑으로 해서 끝내는 서로 원수가 된다. 결국 거너릴은 리건을 독살하게 되고, 자기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코딜리어는 프랑스 군을 이끌고 쳐들어왔으나, 에드먼드가 이끄는 영국군에게 패배하고 만다.

한참 세력이 등등하던 에드먼드도 에드거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되어 그 지위에서 쫓겨나게 된다. 리어 왕과 코딜리어는 감옥에 갇히는 몸이 되고, 에드먼드의 명령으로 코딜리어는 사형에 처해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리어왕은 괴로운 나머지 뒤따라 숨을 거두고 만다.

연출의도                                  
객원연출 | 김철리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1600년대 초반의 영국 이야기에 불과한 것 아닐까?”, “머나먼 나라의 옛날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그러하다면 셰익스피어의 고향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50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질 까닭이 없지 않을까?

<리어왕>에는 권력자의 오만, 독선, 그에 따른 판단 착오와 파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진정한 효성이란, 진정한 충성이란,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담겨져 있다. 이기심도, 의심도, 음모도 없이 오직 진정한 신뢰가 중심가치인 인간사회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인가? 인간관계의 영원한 숙제인가?

<리어왕>은 증오와 투쟁만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지금, 여기 우리와 우리사회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어 주는 압축 파일이자 진단서이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속한다. 우리의 삶이 비극적으로 느껴질 때는 우리가 사는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럽다고 여겨질 때 아닐까? 진정한 비극 속에는 삶의 슬픔과 우스꽝스러움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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