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바람꽃

 

바람이

빨래의 물기를 말끔히 거두어 가면

빨래는 가벼워진다

 

네 속에 든 바람이

내 안의 물기를 거두어 갈 때

나도 가벼워진다

어디로든 날아가고 싶어진다

 

산이라도

바다라도

사막이라도

비록 그곳이 미명일지라도

내가 날아가는 그곳에서

너는 더없이 가벼워질 것이지만

 

찾고 또 찾아봐도 냉랭함과 스산함뿐

 

훠이, 훠이

 

네 하얀 솜털에 묻혀 훅 불면 날아가는

차라리 나도 바람꽃이면 어떻겠니

 

단풍나라

 

인천대공원 호숫가

나무를 벗어난 잎들이 공중으로 한껏 날아오른다

 

곧게 뻗은 아스팔트 신작로 위를 내달린다

 

노랗고

새빨갛고

울긋불긋한 잎들이 한껏 멋을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바람이 등을 떠 밀 때는 더욱 신이 난다

 

내게도 저런 색동 같은 시절이 있었다

 

템포를 늦추다

 

PC를 켜면 장구가 나타났다

마우스를 누를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아무리 바삐 들어가려 해도

장구나 두드리고 있으라는 장난기

 

이놈이 지금 수작을 부리는구나

마우스를 누르면 누를수록 그 때마다 장구 소리는 더 커졌다

 

느린 삶도 삶이라고 그냥 손 놓고 한참을 기다리자

스르르 열리는 아버지의 문

 

물 같이 살아라

 

이명  

 경북 안동 출생. 2010년 <문학과창작> 신인상.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목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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