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내근업무로의 보직이동 등 배려조치 취하지 않아 위법

▲ 박현진 노무사/노무법인 사람&사람 대표
사적활동 중 발생한 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이른 소방공무원, 소방공무원의 주요업무인 화재진압 및 구조활동을 감당할 신체적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행해진 직권면직 처분은 정당한가?

먼저 정당한 처분이라 가정해 보자. 몸뚱아리 하나만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근로자 입장에선 면직처분 이후 새로운 직장(직업)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하고, 부양해야 하는 가족의 생계마저 위태롭게 된다. 근로권(제32조) 보장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제34조)을 하고, 행복추구권(제10조)을 명시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반대로 부당한 처분이라고 하자. 소방서 입장에선 공무 중에 발생한 사고도 아니고,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도 없음에도 기관 본연의 업무조차 감당할 수 없는 근로자를 계속 고용해야 한다. 요즘과 같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이 강조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 항변할 여지가 전혀 없지 않다.

근로자, ‘헌법상 기본권 보장 요구’ vs 사용자, ‘조직운영에 과도한 부담’

위와 같은 고민에 대해 법원은 뭐라고 답하는지, 유사한 사건을 통해 살펴보자.
인천지역 119센터 소속 소방공무원인 근로자 A는 2011.05.29. 가족여행 중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 이후 휴직을 하던 중 근로자 A는 지방공무원법 제62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직권면직 처분사유,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때’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인천광역시장로부터 2013.08.16. 직권면직처분을 받았다.

면직처분에 대해 근로자 A는 2013.09.13. 인천광역시 지방공무원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결정을 받았다. 소청심사위 결정에 불복한 근로자 A는 인천광역시장을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하반신마비에도 불구하고 내근업무를 담당할 능력이 있다’며 직권면직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행정2부)는 “(원고가) 인지기능과 상지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의 내근업무에 해당하는 행정업무와 통신업무 등을 수행할 능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담당업무를 내근 업무로 변경하는 보직이동 등의 배려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하반신 마비라는 신체장애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행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2014.10.31. 선고, 2014구합339).

내근업무 능력 존재, 보직이동 등 배려조치를 취하지 않아 위법

인천지법의 결론은 ‘신체장애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제시했던 대법원의 입장과 큰 틀에서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근로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신체장애로 인하여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퇴직처분을 함에 있어서 그 정당성은 ①근로자가 신체장애를 입게 된 경위 및 그 사고가 사용자의 귀책사유 또는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 ②근로자의 치료기간 및 치료종결 후 노동능력 상실의 정도, ③근로자가 사고를 당할 당시 담당하고 있던 업무의 성격과 내용, ④근로자가 그 잔존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업무의 존부 및 그 내용, ⑤사용자로서도 신체장애를 입은 근로자의 순조로운 직장복귀를 위하여 담당업무를 조정하는 등의 배려를 하였는지 여부, ⑥사용자의 배려에 의하여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 근로자의 적응노력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 1996.12.6. 선고, 95다45934).”

‘큰 틀에서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단서를 붙인 이유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법원이 열거한 ‘신체장애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 중 제1순위는 “근로자가 신체장해를 입게 된 경위 및 그 사고가 사용자의 귀책사유 또는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다. 대법원이 사용자의 귀책 여부 및 업무상 부상 여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근로계약의 본질적 기능에 따른 것이다.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없거나 업무와 관련 없이 발생한 사고 또는 질병으로 근로자가 근로계약상의 주된 의무, 노무제공의무를 다할 수 없는 경우, 이에 대해 책임을 근로자가 부담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상 타당하기 때문이다.

업무영역 이외 사적영역에서 근로자가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장기간의 요양 또는 결근이 불가피한 경우 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례의 주류적인 입장이다. 대법원은 신체장애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 신체장애가 사적영역에서 비롯된 경우 해고처분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법, 사용자 귀책, 업무관련성이 없는 경우 해고처분 정당성 인정

‘휴직기간은 45일을 초과할 수 없고, 휴직기간 만료 전일까지 복직원을 제출하지 않으면 퇴직처리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이 있는 경우 업무상 재해가 아닌 사고로 입원한 운전기사인 근로자에게 단체협약에 정한 최고한도보다 약 3배나 많은 기간 동안의 휴직을 허용할 경우 회사의 업무가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그 퇴직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대법 1996.10.29 선고, 96다21065). 또 휴직가능 기간이 2개월인 상태에서 휴직 기간 만료 때 2~3개월의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추가 진단서를 제출한 사례에서 회사의 퇴직처리가 정당하다고 보았다(1993.7.13 선고, 93다3721).

이 사건 근로자 A의 신체장애는 공무상 사유가 아닌 사적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인천지법의 판단은 법원의 주류적인 입장과 결론을 달리 했다. 인천지법은 “신체장애를 입게 된 원인이 공무상 장해로 인한 것인지, 또는 개인적 사정인지 여부를 주된 판별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고, ... ... 신체장애를 입게 된 해당 공무원이 잔존 능력으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주된 고려요소로 삼아야 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장애원인이 공무상 재해인지 개인적 사정인지 문제되지 않아

인천지법이 근로자 A의 헌법상 기본권을 충분하게 보장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외관상으로만 보자면 법원의 주류적인 입장과 결론을 달리했다는 점에서 최종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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