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진행, 부채 놓고 공방 반복
새정연 의원들 회의 중간 또 대거 퇴장…의장은 '부적절한 발언' 논란

▲ 22일 오전 인천시의회 '제220회 2차 정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한구 의원이 '편파적 의회 운영 노경수 의장은 사과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신창원기자
7대 인천시의회가 올해 마지막 회기날에도 여야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며 제220회 2차 정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16일 제220회 정례회 6차 본회의에서 야당이 집단 퇴장해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파행을 보였던 시의회는 22일 열린 7차 본회의에서도 역시 여야 공방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 대다수가 퇴장한 채로 진행됐다.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은 '편파 진행을 하고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인 의견 표명을 멈추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회의를 방청하러 왔던 학생들조차도 "TV에서 싸우는 것 보고 설마 했는데 직접 보니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300만 인천시민 위한다"더니 '네 탓' 구태 반복

당초 인천시·인천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던 여야는 이날도 '릴레이 신상발언'을 통해 예산 문제보다는 회의 규칙과 의사 진행방식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고 설전을 펼쳤다.

이도형 새정연 대변인은 "발언의 기회를 허락해 주신 의장님께 감사드려야 될지 모르겠다. 어떤 의원이 방해할 지 모르기 때문인 데다, 시끄러워지면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포하기 때문"이라며 포문을 열고 "당초 무난히 통과될 예정이었던 내년도 시·교육청 예산안이 발언 도중 끼어든 초선 의원의 무지에서 시작됐다"고 박종우 새누리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의장의 미숙하고 부적절한 의사 진행 때문에 그렇다. 편파적·독선적인 의사 진행에 불필요한 발언과 의사 진행으로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회의를 진행할 때는 제발 '애드립' 좀 치지 말아 달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경수 의장은 이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지적한 사항들을 잊지 않겠다"면서도 "옛말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탓한다. 모든 일이 6하 원칙으로 말을 해야 하는데 앞의 말과 마지막 말만 잘라서 한다"고 평하자 이 의원을 비롯한 몇몇 야당 의원들이 "지금 진행도 편파 진행 아니냐. 사과하고 진행하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기 시작했다.

▲ 22일 오전 인천시의회 '제220회 2차 정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고 있다.ⓒ 신창원기자
이 과정에서 흥분한 이 의원이 손가락으로 노경수 의장을 가리키며 사과를 요구하자 노 의장이 "우리나라는 삼강오륜이 뚜렷한 나라다. 어디 아버지 뻘 되는 사람한테 삿대질이냐"고 말해 한동안 소란이 일었으나 주위 동료 의원들이 말려 정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다음 주자인 박종우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본 의원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예결위에서 인정한 예산안이 마치 여당에서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보훈예산을 늘린 것처럼 정치 쟁점화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이제 갓 출범한 유정복호에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시비를 걸어 의회가 똑바로 서야 된다는 초선 의원의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도형 의원은 '존경하는 노경수 의장'이라면서 말꼬리 잡고 핀잔 주고 가르치려 드냐.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다. 가정에서도 그렇게 하냐"고 비난했다.

또 "인천이 내일이라도 당장 망할 것처럼 협박하는데, 송영길 전임 시정부와 6대 의회가 다 팔아먹고 13조 빚을 남겼기에 복지예산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위기에 빠진 인천을 구하는 데 의원 모두가 동참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용범 의원은 "부채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정확하게 2010년 6월 30일 송 전 시장에게 인수인계된 부채는 영업부채를 포함해 9조 4천억이고, 유 시장 당선 당시에는 12조 9천8백억원으로 2조 9천억 정도가 늘어났다. 6조에서 13조 늘어난 것처럼 말하지 말아 달라"며 "당시 자산을 매각할 때도 여야 합의 하에 팔았는데 왜 지금 와서 탓하냐"고 반론을 펼쳤다.

의회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오흥철 새누리 원내대표는 "이런 사태로 오게 된 것에 대해 시민 여러분들께 송구스럽다. 의회 운영위 잘못이다. 그만해 달라"고 분위기 전환을 유도했으나 뒤이어 나온 이한구 의원은 "오늘도  파행으로 이어져 매우 죄송스럽다"면서도 "여야가 합의를 못했을 경우 본회의장에서 치열한 논쟁의 장이 벌어져야 정상이다. 의사봉을 쥔 의장과 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 먼저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새정연 소속 의원들은 의원들 신상 발언이 끝날 무렵부터 회의 도중에 하나 둘씩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더니 결국 이용범 의원과 신은호 의원만 제외하고는 지난 본회의처럼 모두 퇴장해 버렸다.

이에 대해 이한구 새정연 원내대표는 "지난 주 금요일에 이어 오늘 본회의에서까지도 사과를 요구했는데 의사봉을 쥔 의장이 운영을 개선할 의지가 보이지 않아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항의 표시로 퇴장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노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자리에 배석하고 있는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느라 고생했다. 내년 을미년은 양의 해다. 새해는 양처럼 베풀고 시민을 위한 인천을 위해 성숙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올해 마지막 정례회 폐회를 선포했다.

사실상 새누리 소속 의원들만 거론한 것이다.

한편 이날 시의회는 조례안 34건, 결의안 1건, 동의안 2건 도시계획 의견 제시안 3건과 2015~2019년 중기기본인력운용계획 보고까지 합쳐 41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노경수 의장의 '편파 진행' 논란

이날 야당 의원들은 지난 22일 이용범 시의회 부의장과 오흥철 새누리 원내대표와의 티타임과 이날 본회의 전 의원 총회 시간에 노경수 의장의 '편파 진행'과 의사 진행 도중 끼어든 박종우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끝내 거부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종우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예결위가 면도칼로 사과를 깎는 심정으로 심사숙고한 예산안이 자신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수포로 돌아간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으나 노 의장은 지난 의회가 파행됐을 때도 의원들에게 '시정잡배'란 표현 등을 써 가며 비판해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도 문제가 될 소지의 발언들을 해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는 2003년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의장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직을 이탈할 때까지 당적 보유가 금지된다.

국회의장의 권한은 대·내외적인 국회의 대표로 ▲원활한 회의 운영을 위한 의사정리권 ▲회의장 질서 유지를 위한 질서유지권 ▲국회의 조직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 사무감독권을 갖는다.

원활한 회의 운영과 회의장의 질서를 유지할 권한·의무는 지방의회 의장 또한 마찬가지다.

7대 의회가 개원한 이후 첫 현장 시찰인 월미은하레일 시승 때부터 '편파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의장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내년에도 여야 마찰이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의회 "각성해야"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서는 산곡남중 학생 40여 명이 회의를 지켜봤다.

한 학생은 "제 생각과는 다르게 언성이 높아져 충격을 받았다"며 "TV에서 싸우는 거 보고 설마 했는데 직접 보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들도 "솔직히 말해서 회의하는 데 규칙을 안지키는 거 같다. 서로 존중해야 하는데 공격하기만 바쁘다", "우리나라 정치 권력이 썩어 문드러졌다. 서로를 비난하기만 해 시민들을 위한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에만 관심 있는 거 같다"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광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윤리 행동강령 조례까지 정해놓고 시의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데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모습들이 시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건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하며 운영해야 되는데 개인 신분이나 나이, 위치를 이유로 자기 권한을 주장하는 것은 의장으로 부적절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인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