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 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장그래는 또 다시 2년을 더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어차피 2년만에 잘릴 운명인 걸 그나마 2년 더 생존을 연장한 것에 감사해야 할까? 정부가 ‘장그래 살리기’라며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노동현장의 반발은 오히려 더 거세져만 가고 있다.

부득이하게 정부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내하청이나 특수고용직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통계청 공식집계만 가지고 보더라도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32.4%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받는 임금평균은 월 145만 3천원으로 정규직 근로자 임금평균의 55.8%에 불과했다.

2년 한시 비정규직을 양산해온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이 통과된 지난 2006년과 비교해봐도, 비정규직 규모는 545만명에서 607만명으로 확연하게 늘어났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적 임금비율은 62.8%에서 55.8%로 그 격차는 확연하게 더 벌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22.4%에 그쳐 OECD 평균 53.8%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평균 40%대에 머물고 있다.

사회적으로 만연된 불평등은 노동시장 내부에서조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심화된 차별과 격차, 갈등의 양태로 표출되고 있다.

가뜩이나 이런 마당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정부대책이 노동시장에 초래할 파급효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노동법상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1997년이나 2006년의 경우를 되짚어봐도, ‘대량해고’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를 합법화한 1997년 노동법 개정이나, ‘비정규직 근로조건의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비정규직 양산’으로 귀결된 2006년 노동법 개정이, 당초 의도했던 바 ‘경영악화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유연적 고용’이나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 보다는 사실상 기업과 사용자측의 비용절감(costdown)에 기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처럼, 작금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대책도 사실상 사용자측의 정규직 고용의무를 유예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2006년이나 지금이나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불가피한 사유’는 여전히 명시되지 않고 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Equal pay for equal work)’ 원칙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사회적 간극은 더 커져만 가는 실정이다.

경제의 구조변화는 고용구조의 변화를 수반하고, 고용구조의 변화는 광범위한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촉발한다. 국가의 고용정책은 그 사회의 노동시장구조를 결정짓고, 궁극적으로 사회구조의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국가의 기본적인 고용정책과 철학은 그 사회의 성격까지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1997년의 노동법 개정이 우리사회에 고용유연성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지점이었다고 한다면, 2006년의 그것은 우리사회에서 유연성에 기반한 고용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2015년의 그것은 그렇게 고착화된 고용구조를 제도적으로 완결해가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양극화된 사회구조는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비정규직 보호의 해법, 장그래 살리기의 해법은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제한’ 그리고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시정’을 제도적으로 명시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오래된 경구(警句)지만, 모든 종류의 문제를 타파하지 않고는 어떤 종류의 문제도 타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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