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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더 많은 경제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 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인하대 강사)

이달 중순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또 한번의 작은 이변이 나타났다. 지난 1월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정권을 장악한 이래, 유럽 각국에서 신생 좌파정당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스페인 유권자들은 40여년간 이어온 국민당과 사회당 양당체제를 거부하고 ‘포데모스(Podemos)’를 비롯한 신생 좌파정당들에 표를 몰아줬다. 기성정당인 국민당의 지지율은 10%, 사회당의 지지율은 12% 각각 떨어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올해 10월 총선을 앞두고 포르투갈 사회당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아일랜드의 좌파정당 신페인(Sinn Fein)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9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2002년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2003년 아르헨티나의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등을 시작으로 지난 2000년대 초반 이미 좌파 바람이 불었던 남미에서는 지금도 12개 국가 중 10개 국가에서 좌파가 정권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3년말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도 중도좌파의 미첼 바첼레트 후보가 62%에 달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여전히 ‘포퓰리즘 현상’이라는 비판은 제기되고 있지만 만성적인 생산성 저하와 저성장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남유럽과 남미의 유권자들이 ‘긴축’과 ‘성장’이 아닌 다른 대안을 선택했다는 점은 곰곰이 되짚어볼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구호가 되어버린 ‘고통분담’이나 ‘허리띠 졸라매자’ 같은 슬로건들이 이들에게는 왜 먹히지 않았을까?

일찌감치 축적기반을 확립하고 있었던 서방 선진국가들과 달리, 기반이 취약했던 남유럽 국가들이나 식민지 종속형 저개발 유형에 속하는 남미 국가들은 끊임없이 경기침체와 경제불안에 허덕일 수 밖에 없었고, 마이너스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재정긴축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모순된 상황에 내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서방 선진국들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나 위기는 꾸준히 이들에게 전가되는 양상을 보여왔고, 만성적인 저성장과 생산성 저하의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의 국가간 편차는 더 커져만 갔다.

장기적으로 누적된 무역과 자본이동의 불균형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제적 시장주의 자체의 불완전성과 불확실성에 기인한 경기침체의 여파가 저성장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었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불균형은 더 심화되어 갔고 그것이 세계경제를 글로벌 좀비경제로 몰아가는 파급력은 저성장 국가 국민들의 삶을 점점 더 피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리스가 지난 2011년 –8.9%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하고 장기적인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면서 지난해 27%에 육박할 정도로 살인적인 실업률을 보인 사례를 단지 그 내부의 재정위기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같은 슬로건도 서방 선진국가들의 상황에서나 제한적이었다. 남유럽이나 남미에서 요구되는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만이 아니야’였던 것이다. 최근 들어 ‘그렉시트(Grexit)’에 이어 ‘포렉시트(Porexit)’, 이제는 ‘브렉시트(Brexit)’에 이르기까지 EU탈퇴(exit) 러시가 이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경제사적 경험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복지나 경제적 평등주의가 경제위기를 야기했다는 흔적은 그 어느 곳에도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지난 19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위기,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현재의 신흥국 경제위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경제적 불균형과 과잉축적된 자본의 위기다.

굳이 세계체제(world system)라고까지 일컬을 것도 없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시장에서 변동성은 항시적이고 위기는 잠재적이다. 최근에도, 침체된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섰던 미국과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긴축에 나서면서 자금이탈과 경기침체의 우려에 빠진 일부 신흥국들의 경제가 휘청이는 모습은 이같은 경우를 잘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제만이 아닐 수 있다. 변동성에 약한 한국경제가 오직 성장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성장지상주의와 시장만능주의, 발전친화적 경제패러다임이 아니라 더 많은 사회적 안전망, 불균형의 완화와 평등성의 확대, 성장의 사이클과 궤를 같이 하는 재분배의 사이클, 글로벌 시장상황으로부터 끊임없이 전가되는 위기에 내성을 갖춘 경제적 민주주의...문제는 경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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