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보배

한국GM 채용비리 수사결과가 어제인 7일 발표되었다. 한국GM 임직원과 노동조합 전 지부장 등 총 44명을 기소하고 15명을 구속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10%대의 청년실업률과 30%가 넘는 비정규직 비율로 좀처럼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노조의 간부가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점은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정규직 채용의 꿈을 안고 지원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줄곧 낙방했다. 절망과 낙심에 빠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결국 찾은 방법은 브로커를 통해 돈다발은 안겨주고 정규직에 채용되는 것이었다. 사실 자동차, 조선 등 중공업이 자리한 도시에서는 이와 비슷한 소문들이 돌고 있었다. ‘노조에 수천만 원은 줘야 정규직 채용이 가능하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비리 수사결과를 통해 소문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GM노조는 금속노조 산하의 노조로, 민주노총의 일원이기도 하다. 여타 어느 노조보다 도덕성을 강조했고, 노동자의 권익증진을 위해 수도 없이 많은 투쟁을 벌였다. 특히 이번 촛불집회에서도 지대한 역할을 하며 노동⦁사회운동의 기수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하지만 외부의 사회운동에 열을 올리는 동안 내부는 ‘노조 패권주의’가 판을 친 모양이다. 이번 채용비리는 무려 4년간 자행되었고, 채용을 대가로 수수한 금품만 무려 11억이라고 하니 과연 노조의 패권은 하늘을 찌른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비리는 채용 부분만이 아니었다. 납품비리까지 노조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납품업체와 브로커, 노조 관계자와 사측 임원으로 이어지는 카르텔이 형성되었다. 노조는 노사 협상권을 힘으로 과시해 납품업체 선정에 영향을 주고, 사측은 원만한 노사협상을 위해 노조가 제시한 명단을 바탕으로 납품업체를 선정했다. 그리고 노조와 사측 간부를 위한 금품은 업체가 제공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아주 잘 맞아떨어진 모양이다. 혹시나 납품된 부품이 수준 이하로 안전성에 큰 피해를 준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껴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채용비리에 연루된 31명 중 노조 핵심 간부는 17명, 총 금품 수수액 11억 5200만 원 중 이 17명이 수수한 금액이 8억 7300만 원에 이른다. 비정규직과 청년노동자의 절실함을 이용해 뻔뻔하게도 부조리한 이익을 취득했다. 한 입사자는 무려 9년간의 낙방 끝에 담보대출과 사채까지 끌어 모아 7500만 원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한다. 노동자를 위한 집단이 오히려 조직적으로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이 만행을 보며, 우리 사회에 대체 정의는 존재하는지에 의문이 든다. 폭력 노조, 귀족노조라는 수구세력이 만든 프레임을 겨우 벗어나가는가 싶었지만 이들도 결국 수구 기득권 세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현직 대통령 국정농단의 책임을 거론하기 전에 노조의 농단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할 것이다. 뻔뻔하게 성명서 한 장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대국민 앞에, 그리고 조합원과 청년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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