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뉴스 김종국 ❚ 전쟁의 참사가 계속된다. 일상의 삶이 삽시간에 살인과 도륙의 장이 된다.
전 세계에 비명과 절규, 유혈이 낭자하다. 특히 군사분계지역은 생지옥이다.
북한은 연평도와 백령도 바다를 향해 연신 포를 쏘아댄다.
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포 소리에 놀라 대피소로 몸을 숨겼다.
주민들은 14년 전 연평도 포격 트라우마로 신음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 국토가 군사분계지역이다. 전시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가치를 처참히 파괴한다.
무기를 든 자, 식량을 차지한 자가 곧 짐이다.
이-팔, 러-우 전쟁은 왜 시작됐나.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억압'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의 명분으로 삼았다.
이슬람 민중에 대한 억압과 핍박, 이에 대한 자유, 곧 해방이 적대적 군사분계지역에서 맨 먼저 터져나왔다는 주장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전쟁을 일으켰을 때도 '핍박받는 러시아계 민족에 대한 해방전'을 내세웠다.
전쟁에 대한 시각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옹호하는 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비판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만과 북한, 한국의 접경지 어딘가에서 전쟁이 시작돼도 자국에 대한 타국의 탄압과 억압, 핍박과 지독한 경제제재, 이에 대한 자유와 해방에 의의를 둔 주석이 가장 먼저 달릴 것이다.
북한도 제국주의 세력들이 자신들을 억압한다고 하고, 남한도 공산주의 세력들이 자유를 뺏어간다고 100년에 걸쳐 생각하고 있다.
이는 자유라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12・12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며 5・18 광주시민을 무참히 짓밟았다.
전체주의 국가들도 자립, 자강, 자유의 확장을 내세워 쿠데타와 전쟁 수행에 열을 올린다.
그런 측면에서 '자유에의 추구'는 종교적・경제적・민족적 측면에서 지구상 모든 국가와 민족, 개인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 뺏길 수 없는 절대적 가치가 맞아 보이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래 줄곧 외쳤던 '자유, 자유, 자유'를 이 시점에서 떠올리는 이유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설마다 '자유'를 강조했다.
취임사, 경축사, 해외 연설,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500번 넘게 자유를 부르짖었다.
대통령은 이 자유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에 분노하고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지 않은 다수에 의한 반지성주의'를 혁파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자유'는 과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제출된 '본인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 밀턴 프리드먼 부부의 「선택할 자유」'를 뜻한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선택할 자유」에는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말한 "정부의 주요한 역할은 민간이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프리드먼은 사기업의 자율적 경제활동을 강조하며 규제 혁파, 낮은 세금, 경제활동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 작은 정부 등을 시장 번영의 전제로 봤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이론으로 통한다.
또 자유시장의 번영을 통한 빈곤의 퇴치, 세금을 통한 공적 혜택의 최소화 즉 반(反) 복지 포퓰리즘,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 공정한 능력주의 등을 추구했다.
특히 과학과 통계에 기반하지 않은 반지성(무지・선전선동)적 민주주의가 과해지면 과학과 진리에 기반한 엘리트 시민의 미덕이 훼손된다는 논리를 따랐다.
종합하면 윤 대통령에게 있어 자유는 민주와 평등에 앞서는 개념이면서 자본주의 시장 번영의 원천이자 근본인 셈이다.
그런데 자유를 추구하는 국가들의 현실은 이론과 사뭇 다른 처지에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대부(代父)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과 대 중・러 보복무역은 전 세계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교역을 옥죄고 있다.
미국이 컨트롤하는 반도체 시장과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의 기업은 '을(乙)'의 입장에 있다.
한미일이 '자유'라는 가치동맹을 강화할 수록 우리 기업들은 신냉전체제 속에 전전긍긍하며 공급망 불안과 엄청난 불확실성 앞에서 초유의 비상경영을 운영하고 있다.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습니다'라는 윤 대통령과 프리드먼의 주장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자유가 확대되는 양상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매일 벌어지는 국지도발과 전쟁, 쿠데타, 정치적 극단주의의 팽배는 자유주의 국가를 '더 큰 정부',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정부'로 만들고 있다.
대화와 타협, 정치・외교적 중립을 외면하고 동맹을 앞세워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을 초래하는 권력이야 말로 역사상 가장 심각한 반지성주의 정부였다.
폭력과 전쟁은 누가 뭐래도 반지성주의의 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며 100년 전 한일 관계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 같은 대통령의 '과거 청산・미래 지향적 발상의 전환'이 정말 시대적 요구라면 일본이라는 1개 국가에 머물러는 안된다.
대통령의 모든 행보가 국익을 위한 것이기에 과거 청산・미래 지향적 관계 전환은 중국에도, 러시아에도, 더 나아가 북한에도 적용돼야 한다.
전시 상황을 앞둔 한반도에서 '내 국가의 자유', '내 동맹만의 자유'만 진정한 자유고 나머지 자유는 인정하지 않거나, 반지성주의로 몰거나, 가짜, 괴뢰로 규정하는 것은 편협한 태도다.
역사의 흐름을 망각한 '자유', 세계사의 통합적 성찰이 없는 '자유',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자유',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않은 '자유'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직후 양대 레거시 언론은 사설로 대통령을 촌철살인했다.
동아일보는 '변화와 쇄신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서 나와야 한다. 1년 넘도록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불통, 곳곳에 내 사람을 심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오만, 직접 이념전쟁의 전사로 뛰어드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적으며 '민심은 때론 변덕스럽지만 어떤 위정자도 그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대통령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의식하지 않다 보니 민심과 괴리가 생기고 이 간극이 자꾸 더 벌어지고 있다. 지금은 매사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을 준다. 정치에선 취임 이후 지금까지 누구를 내치고 배척하는 기류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쓰며 '국민은 선거로 의사 표시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이에 응답하지 않으면 완전히 등을 돌린다.'고 직언했다.
이념전쟁도 배타적 태도도 민심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달이면 적들을 완전히 초토화 할 수 있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다', '선제 공격으로 적을 단 시간에 제압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소수의 극단주의 행동파들이 전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전쟁은 1개월 안에 절대 끝나지도 않았고 군사적으로 누가 누구를 압도하지도 못했다.
그것은 역사와 현대 전쟁사가 증명한다.
이 시대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추구하는 행동이 절실하다.
군국주의적 자유동맹은 국익에 따라 결정적 순간에 동맹을 '손절'할 것이다.

